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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한 박 대통령. 철저히 준비한 질의 응답이었다. 자신의 피의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변명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헌재와 특검에 나가 이야기할 자신이 없는가?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한 박 대통령. 철저히 준비한 질의 응답이었다. 자신의 피의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변명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헌재와 특검에 나가 이야기할 자신이 없는가?
ⓒ 정규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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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경제신문 주필 정규재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정규재TV'와의 인터뷰를 했다. 저녁 8시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던 인터뷰 영상은, 업로드의 지연으로 8시 30분께 공개되었다. 감상을 적자면 밑바닥을 다 보여준, 한마디로 '추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박 대통령은 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관련, "진행 과정을 추적을 해보면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솔직한 심정'이라며 강조까지 했다. 모든 것은 루머이며 억울하고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기획된 것이다라는 것을 인터뷰 내내 계속 내비쳤다. 검찰에 이어 특검의 수사로 수많은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적반하장식 태도인 것이다. 수구세력의 전형적인 물타기를 박 대통령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헌법재판관으로는 마지막으로 재판정에 나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탄핵심판사건 9차 변론 시작에서 작심한 듯 "박대통령의 탄핵심판이 3월 13일까지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1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 소장에 이어 3월 13일에 퇴임하는 이정미 재판관. 박 소장은 이렇게 재판관 2명이 빠지게 되면 7명으로 중차대한 탄핵심리가 진행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측은 25일 설 연휴전 총공세에 나섰다. 중앙일보를 블랙리스트 관련 1억 손배소 하고, 최순실은 민주특검이 아니며, 공동책임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TV'와 1시간에 걸친 꼼수 변명 인터뷰를 했다.
 박근혜 최순실측은 25일 설 연휴전 총공세에 나섰다. 중앙일보를 블랙리스트 관련 1억 손배소 하고, 최순실은 민주특검이 아니며, 공동책임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TV'와 1시간에 걸친 꼼수 변명 인터뷰를 했다.
ⓒ 최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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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에 반발하듯이 박대통령과 최순실측은 25일 총공세에 나섰다. 11시 15분경 특검의 7차에 걸친 소환에 불응해 결국 체포영장에 의해 특검에 소환되던 최순실은 이전과는 다르게 고개를 빳빳히 들고 "특검이 박대통령과 공동책임에 대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한편 박 대통령측은 블랙리스트 의혹 보도와 관련 중앙일보에 1억 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리고 오후에는 정규재 TV와의 느닷없는 인터뷰를 했다. 최순실이 영장에 의한 강제소환에 맞춰서 마치 입을 맞춘 듯 이번 게이트의 공동책임(뇌물죄의 경제공동체가 핵심)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나온 것이다.

전형적인 언론플레이의 냄새가 난다. 또한 설연휴 전 입장을 밝혀 설 민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인 친박단체에 보내는 메시지로도 평가된다.

박대통령 촛불집회 '근거 약하다' 폄하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정규재의 워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규재는 질문에서 '촛불시위', '태극기 집회'라는 표현을 썼다. 한쪽은 불법이고 다른쪽은 합법이라는 뉘앙스가 단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 대통령도 촛불집회에 대해 '허공에 뜬 의혹과 루머에 추동된 것일 뿐이다'라는 정규재의 질문에 호응하며, "광우병도 이번 사태도 근거가 약하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촛불집회를 폄하하면서 국민이 근거가 약한(?)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선동되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치부한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촛불시위의 두 배도 넘는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한다면서, 친박단체 집회(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때문에 "여러가지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계엄령 선포 등을 요구하며 내란 선동을 하고 있는 친박단체 집회가 과연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인가 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프레임은 박정희 유신시대부터 이어온 수구 집권세력의 전형적인 구호이며, 반대편을 탄압하는 전가의 보도였다. 여전히 유신시대에 머물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의식수준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 보여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1일 기습 신년 기자간담회를 관저가 아닌 상춘재에서 진행해, 헌법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 제65조 3항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제 65조 1항 후단에 나오는 '직무집행'에 대한 정지)고 나와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재판 당시 헌재는 헌법 제65조 3항의 '직무'에 대해 '법제상 소관업무에 속하는 고유업무 및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여기서 기자회견에 응하는 행위도 직무행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헌재의 판시사항에 따르면 1월 1일 기자간담회는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이때 박대통령측에서 빠져나간 미꾸라지 전법은, 새해 첫 휴일에 한 간단한 티타임이었다는 것이다. 외형상으로는 분명 기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을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피의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변명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기자들과 일답도 이루어졌다. 사실상 기자회견이었다. 또 장소도 문제였다. 상춘재는 관저가 아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상적일 때 쓸 수 있는 공간이다. 상춘재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통령의 직무행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25일 박 대통령이 정규재와 한 인터뷰 장소도 상춘재였다. 또한 1인과 한 인터뷰지만, 엄연히 한국경제신문에서 지원하는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와의 인터뷰였다. 거기다 정규재는 한국경제신문 주필이다. 탄핵으로 직무정지 된 박 대통령이 또 한번 헌법 65조를 위반한 것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으로 뇌물죄 자신감 찾았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박 대통령을 정조준한 뇌물죄 수사관련 특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박 대통령도 뇌물죄와 관련해서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뇌물죄 관련, 최순실과의 경제 공동체(동일체)에 대해 "그 자체도 말도 안되는 거짓말. 어떻게 희한하게 경제 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것. 경제 공동체라는 말은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특검에서 철회 했다. 그럴 정도로 말이 안된다"고 힘주어 주장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에서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던 박 대통령이었다. 당시  유진룡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폭로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고 김기춘식 모르쇠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유진룡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대해 항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기자가 묻자, 박 대통령은 "무슨 항의?.."라며 기자에게 되묻는다. 유진룡 전 장관이 CBS와의 인터뷰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에 블랙리스트가 문체부로 내려왔고 유 장관이 박 대통령을 만나 이에 대해 항의했다는 내용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박 대통령은, "오히려 많이 품어 가지고 하는 거 참 좋은 일 아니냐. 그때는 그렇게 들었다"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또 "전하는 얘기는 다 그게 그대로 이렇게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라며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

25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유진룡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폭로에 대해 "장관으로 재직할 때의 말과 퇴임한 후의 말이 달라지는 것이 개탄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또, 조윤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로 구속된데 대해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 과했다"라며 조 전 장관을 두둔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뇌물죄 피의사실 관련해서는 "엮었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부인한 것에 비해,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확실히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자신의 오른팔, 왼팔인 김기춘, 조윤선이 구속되고 유진룡의 폭로가 헌재 등에서 잇따르면서 별다른 방어논리를 찾기보다 모르쇠 전략 내지 묵비권 행사를 최선의 방어책이라 여기는 모양새다.

정규재 변호 질문에 고개만 끄덕인 박대통령

정규재는 오프닝에서 헌재 변호인단의 소개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규재는 국회, 언론, 검찰이 호떡집 같다면서 민주주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국민의 의견은 정확하게 절반으로 쪼개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편파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인터뷰의 제목부터 편파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대통령의 육성반격'.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제목이다. 반격은 말그대로 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정규재의 질문은 조리 있게 말하기 힘들어하는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모범답안지 같았다. 정규재는 이번 게이트의 시초 스모킹 건이 된 태블릿 PC에 대해 조작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비서진 완비전 최순실에게 받은 일부 조언을 시인한 것이 모두 시인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고 질의했다.

이에 박대통령은 태블릿 PC에 대한 도움을 구한 것은 연설문의 표현이었다면서 "저렇게 많은 자료와 함께 어마어마한 얘기가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몰랐던 일들이 나왔다. 사익을 취했고 뭐 이거는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여전한 태블릿 PC 흔들기다.

정규재는 언론들이 정윤회 사건, 문고리 3인방, 우병우 사건에서는 번번히 실패를 했고, 마지막 최순실이 잡힌 것이라며, 쭉 증폭되어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개인 윤리적으로 충실 했는데 대통령이 지켜야할 것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라고 질문했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국정농단을 언론이 부풀리고 기획한 것으로 몰아가는 뉘앙스다.

또한 정규재는 칼럼에서도 썼다면서 국회, 언론, 노조, 검찰 4대 세력이 동맹군이 되어 대통령을 포위하고 침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게이트는 누군가가 언론들의 뒤에서 자료를 주거나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음모, 누군가 뒤에서 관리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느낌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런 세력이 있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이러한 질문에 박 대통령은 동조하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이번 국정농단에 의한 박 대통령 탄핵을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음모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이밖에도 정규재의 답이 그대로 담겨있는 유도 질문에 박 대통령이 찬동하고 거기에 살을 더 붙이는 형태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왜 대통령 변호인단이 추천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규재는 또 다른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것이다.

지난 1일 기자 간담회에 이어 25일의 인터뷰. 수많은 언론을 제쳐두고 보수언론인의 1인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박 대통령. 위헌적 소지가 다분해보이며, 자신의 변론은 헌재와 특검에 직접 나가 하길 바란다는 필자의 지난 글(박 대통령, 변명은 헌재와 특검에서 하시라 http://omn.kr/m01o)의 말을 다시금 하고 싶다.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변호는 이런 꼼수 인터뷰로 하는지. 25일 인터뷰는 정말 박 대통령의 밑바닥이 다 보이는 추잡한 변명의 자리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뉴스 블로그(http://blog.ohmynews.com/rkeldj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 #정규재TV 박 대통령 인터뷰 , #최순실 고성 , #범죄 피의자 박근혜 , #박근혜 꼼수 변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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