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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올해 신규점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2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사정은 홈플러스도 마찬가지. 언론은 대형마트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면서 유통산업법의 규제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과연 그런가.

백화점도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5년 롯데백화점은 1.0%, 현대백화점은 0.5%, 신세계는 0%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나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경기 불황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 지난해 7월 내놓은 전망보다 0.4%p 내려갔다. 정부가 3%대 성장률을 포기한 것은 2000년 들어 처음이다. 더는 3% 이상 고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 13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곧 터질 시한폭탄이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 금리가 곧 오를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움츠린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이를 입증한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소비자심리지수는 93.3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최악이다.

복합쇼핑몰 약인가, 독인가

유통재벌들이 내놓은 새로운 해법은 복합쇼핑몰이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하남에 이어 코엑스, 고양, 송도까지 스타필드 브랜드를 키워갈 방침이다. 롯데 역시 지난해 12월 오픈한 롯데몰 은평에 이어 송도와 상암 등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롯데복합쇼핑몰은 지하 7층, 지상 11층 건물 2동과 지하 7층, 지상 19층 건물 1동 등 건물 3동으로 계획되었다. 판매시설 면적만 231,611.65㎡로 축구장 32배의 크기에 달하는 초대형 쇼핑몰이다.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단면도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단면도
ⓒ 조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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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월, 서울시 경제진흥실 소상공인지원과가 의뢰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산학협력단이 실시한 '마포구 대규모 점포 개설에 따른 상권영향조사'를 보면, 롯데복합쇼핑몰의 피해 범위가 반경 5km까지 확산할 것이며 매출 피해도 30% 또는 그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TF를 꾸려 롯데와 지역상인들의 의견을 조율했고, 3개 동 중에서 1개 동을 판매시설에서 제외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롯데 측은 서울시의 협상안을 거부했고, TF는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롯데가 서울시 FT 협상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유통재벌들이 말하는 저성장시대의 해법이란 실상 그들의 탐욕을 채워줄 새로운 먹잇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 식당에 가서 내가 먹는 삼겹살은 "푸줏간 주인의 선의에서가 아니라 그의 이기심의 발로로" 제공된 상품이다.

노동 대 자본에서 지역 대 자본으로

비단 유통재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대 앞이 호텔과 프랜차이즈로 채워지면서 문화예술인들의 존립이 위태롭고 상수동, 연남동, 망원동까지 젠트리피케이션 여파가 크다. 공덕동 경의선 공유지(옛 늘장)에는 이랜드가 대규모 상업시설을 올릴 예정이다.

또 오는 4월에는 광화문 본점보다 더 큰 교보문고가 합정동에 들어선다. 지하철로 불과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한강문고가 있다. 한강문고는 지역 화폐를 사용하고 지역 기금을 함께 조성하는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의 공동체 가게이다. 교보문고가 동네까지 장악하면, 지금까지 어렵게 자리를 지켜온 동네 서점은 어디로 쫓겨나야 하나.

합정동 교보문고 입점 광고
 합정동 교보문고 입점 광고
ⓒ 조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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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그에 걸맞게 경제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자본이 계속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에나 걸맞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결론은 파국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 교훈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저성장시대의 진정한 해법은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의 지속가능성에 있으며, 이는 지역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롯데복합쇼핑몰이 아니라 골목상권을, 이랜드파크가 아니라 공유지를, 관광특구가 아니라 독립예술을, 교보문고가 아니라 한강문고를! 지금 우리에겐 대항발전(counter development)을 위한 반자본지역연대가 필요하다.


태그:#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합정동 교보문고, #이랜드, #저성장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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