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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nte la reina  -> Estella - >  Irache Puente del Vino(와인분수)


 우체국(Correos)
▲ <응답한다19888 8 > 우체국(Correos)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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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게를 덜 수 있다면?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순례길을 걷다보면 무슨 요일인지 자주 잊는데 오늘은 바로 월요일이다. 우체국이 여는날인데 토요일은 일찍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다.우체국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들도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가끔 다음 날 먹을 음식을 구입하거나 일요일 저녁에는 식당에서 저녁을 사먹곤 했다.

이 날 아침 숙소를 떠나 본격적으로 걷기 전 종원이와 Puente la Reina 우체국을 들렀다. 순례자들에게 우체국은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바로 가방의 무게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응? 우체국이 어떻게?!

흔히 순례자에게 가방의 무게는 인생의 무게라고도 부르는데 인생의 무게는 못 덜어도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일부 필요 없는 짐을 목적지인 산티아고콤포스텔라 우체국으로 보내 짐을 보관할 수 있고 힘든날에는 가방을 다음 도시나 마을 우체국으로 보낼 수가 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우체국의 경우 15일까지는 무료로 짐을 보관해주고 이후 추가요금을 받는다. 또한 콤포스텔라에 한인민박의 짐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노트북, DSLR까지 가져온 나의 가방 무게는 12.3kg 사람마다 인생의 무게가 다르듯이 가방의 무게도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니고 어떤 사람들은 산책하는 듯한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데 각자 걷는 코스와 상황에 따라 준비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종원이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끝마치고 남미 여행 후 유럽으로 왔기 때문에 일부 짐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가방이 컸고 내용물도 많아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우체국에서 택배 상자를 구입하고 그 안에 내용물을 넣어 직원에게 가져다 주면 무게별로 요금을 정산할 수 있다. 노트북과 안 입는 옷을 택배로 보내고 다니 종원이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종원 : 휴,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충만 : 보기만 해도 너 이제 날아다닐 것 같아. 인생의 무게도 이렇게 덜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여왕의다리
▲ Puente la Reina 여왕의다리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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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의 소중함

산티아고순례길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을 때는 여름인데 사람이 정말 많을 때는 숙소를 구하는 것도 힘들어 숙소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빨리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려는 순례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여름철이라 벌레도 많고 숙소도 순례자들로 북적북적하다.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이 더 많아 보였고 여정이 끝난 후에는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 비수기인 3월을 택했다. 요즘 들어 한국 순례자가 많다고는 들었으나 비수기 때는 한국인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첫 날부터 혼자 걷고 나 혼자만의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종원이의 가방 무게가 줄어든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도 가벼워진 것만 같았다. 이제까지 보다는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종원이와는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첫 날 만났는데 걸을수록 더 잘 맞아서 걷는 게 더 즐거웠다.

피레네 산맥에서 버린 스틱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스틱을 빌려준 배려심에 감동하고 감사했는데 여행 스타일도 참 잘 맞았다. 둘이 걸으며 삶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왜 걷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인생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하다가 또 각자 서로의 시간을 갖기도 했고 다른 순례자들을 만나 또 어울리기도 하고 또 걷고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걷는 속도도 휴식 시간도 잘 맞았다. 길이 지겨울 만하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호흡이 잘 맞아서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 같았다.

또 한명의 동문을 만나다
▲ 종원-준택 또 한명의 동문을 만나다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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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문 동생들을 만나다
▲ 산티아고순례길 학교 동문 동생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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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인연

둘째날 같이 걷고 같은 알베르게에서 지낸 승현이는 일정 때문에 빨리 걷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마주치지 못해 아쉬웠다. 한국인 순례자들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익숙한 얼굴인 외국인 순례자들과도 인사를 자주 나눴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 일정이 비슷한 순례자들과는 계속 마주치고 얼굴이 익숙해졌다. 그 중 또 신기한 인연이 있었으니 준택이었다. 순례길 첫 날 같은 학교인 해인이를 알게 되었고 그 날 밤 숙소에서 얼핏 한국인 순례자들끼리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 학교 이름이 나왔다. 설마 설마 또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바로 준택이었다.

이 때문이었는지 준택이와는 금방 친해졌다. 국제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아직 20대 중반인데도 창업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도전했던 창업 아이템이 흐지부지돼 잠시 머리를 식히러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러 왔다고 한다. 하지만 스페인에서조차 가끔 한국에서 전화가 와 그를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충만 : 어디서 온 전화야?

준택 : 저번에 사업하던 협동조합 때문에 전화가 왔어요 스페인에서도 골치 아프게 만드네요.

스페인에서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유심칩만 구입해 갈아 끼운다면 전화는 펑펑 잘 터진다. 하지만 기존의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전화를 멀리 하는 것도 좋다. 그 이후로 준택이의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Estella 는 스페인어로 '별'이라는 뜻이다
▲ 에스뗴야(Estella) Estella 는 스페인어로 '별'이라는 뜻이다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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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택이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인 순례자들과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걸으며 정이 들었다. 팜플로나로 향하는 길에서 만났던 미국인 카일, 용서의 언덕에 오르면서 만났던 플로르,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걷는 독일인 프랑카까지.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친구들도 외국인 친구들과 얼굴을 볼 때마다 인사하다보니 정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같이 걷다보니 어느새 에스떼야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숙소 찾기 그리고 숙소에서 짐을 풀고 나서 샤워를 하거나 산책겸 장을 보러 간다. 이 날도 별반 다르지 않게 우리는 에스떼야 시내를 구경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약국에 들렀다. 길을 걷다보면 약국을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는데 순례자를 위한 물집 방지 밴드나 근육완화제 등 좋은 약을 팔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
▲ 프랑카 , 플로르, 카일 외국인 친구들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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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오니 알베르게(숙소)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길에서 보던 얼굴들을 숙소에서 또 볼 때면 훨씬 더 반가웠다. 그들도 우리 얼굴이 정이 들었는지 만날 때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같이 걷다 또 조금 있다 만났다가 또 인사하고 지나치는 게 반복되었다.

드디어 내일은 '와인분수'가 있는 곳을 지나치는데 참 궁금했다. 스페인에서는 분수하면 바르셀로나의 몬쥬익 분수쇼가 유명하다. 그 밖에도 요새는 물만 나오는 분수가 아니라 음악까지 같이 나오는 음악분수도 있고 그 형태가 다양한데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와인이 나오는 분수가 있다고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다. 작년에 걸었을 때는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작년에는 생장(St.Jean)부터 걸은 게 아니라 레옹(Leon)부터 걸었구나 알아차렸다.그래서 오늘 와인분수를 지나친다는 이야기에 눈 크게 뜨고 놓치지 않아야지 생각했다. 와인분수는 과연 어떤 모양을 할까?궁금증과 함께 스르륵 눈이 감겼다.

드디어 봄이 오는것인가?
▲ 꽃 드디어 봄이 오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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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했다. 순례길을 걸으며 스페인의 역사를 엿보고 전설을 듣거나 특색있는 장소나 건물을 보는 것은 여정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다들 와인분수가 어떨지 궁금함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우리 일행 중 성균이형이 숙소에 지팡이를 놓고와서 다시 되돌오기로해 다른 순례자들은 먼저 와인분수로 길을 향했다. 길을 걷다 추운바람 속 홀로 꽃핀 나무를 보니 봄도 어느새 우리를 따라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라체와인분수
▲ 와인분수 이라체와인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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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체 와인분수-3대 와인 생산국가 스페인

와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프랑스였다. 하지만 스페인도 프랑스 못지 않게 와인이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길을 걷다보면 정말 많은 포도나무를 볼 수 있다. 생산량으로 따지면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서 3대 와인 생산국이라고 한다.

에스떼야에서 약 2시간을 걸은 후 이라체 수도원에 있는 와인분수(Fuente del Vino)에 도착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순례자들도 신기하게 와인분수를 보고 있었다. 와인분수가 있는 이라체 수도원은 나바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로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11세기에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는데 순례자들을 위해 이곳에 지었다고 한다. 하루 일정량을 순례자들을 위해 와인을 마실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처음에 보고는 조금 실망을 했는데 와인분수라고 부르길래 정말 분수에서 와인이 나오는 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했었다. 분수라기보다는 수도꼭지가 달려있었다. 종원이가 먼저 수도꼭지를 틀어봤다.

종원 : 자 여기 와인이 나온다는 그곳에 왔습니다 우오오오.
         (수도꼭지를 돌리고 정말 와인이 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충만 해인 준택 우현 : 우와와와와!!!!~

종원 : 우와 대박!~우와 콸콸콸

정말 와인이 물처럼 나왔다. 분수에는 18세 이하 청소년은 마시지 마세요. 이곳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인터넷에서 이 곳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져 있었다. 우리는 뒤사람들을 위해 조금 마실 만큼만 물병에 담아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을 걷다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는 게 정말 큰 힘을 주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배려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다. 인생의 무게는 못 덜어도 와인과 친구들과 함께 걸으니순례길은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순례자여, 산티아고까지 가려면, 와인분수에서 행운을 위해 건배하세요>
-와인분수에 적혀 있는 글-

순례자여 산티아고까지 가려면 와인분수에서 행운을 위해 건배하세요
▲ 이라체와인분수 순례자여 산티아고까지 가려면 와인분수에서 행운을 위해 건배하세요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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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rache.com 홈페이지에서 라이브캠 시청이 가능하다
▲ 이라체와인분수 http://www.irache.com 홈페이지에서 라이브캠 시청이 가능하다
ⓒ http://www.irac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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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Puente la reina -> Estella (21.1km)
Estella -> Irache Puente del Vino(9.6km)

와인분수의 양은 정해져 있으니 뒤에오는 순례자들을 배려해
너무 많은 양의 와인을 담아가지는 마세요 :)



태그:#산티아고순례길, #와인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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