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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10월 29일에 처음 열린 1차 집회부터 지난 12월 3일에 열린 6차 집회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광장에 함께 하지 못하는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왔습니다. 6차에 이르는 집회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니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 사진이 있어 특별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3일, 청와대 포위를 위해 경복궁 영추문 앞을 지나가고 있는 시민들의 행진 모습
 지난 3일, 청와대 포위를 위해 경복궁 영추문 앞을 지나가고 있는 시민들의 행진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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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3일, 경복궁 영추문(迎秋門)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행진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 영추문은 경복궁의 서문(西門)으로 과거 조선시대 문·무백관들이 출입했던 문입니다.

경복궁은 조선시대 임금이 거주하는 법궁(法宮)으로 조선왕조 500년 동안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덕수궁), 경희궁 등 수많은 이궁(離宮)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흥선대원군은 굳이 불타 없어진 경복궁을 재건했습니다. 백성들의 원성을 들어가면서까지 무리해서 지은 것도 법궁이 가진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봉건왕조 시대 유생들이 거적을 깔고 임금께 상소를 올리는 경우는 있었어도 온 백성이 광화문까지 몰려와 불의한 임금의 퇴진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기껏해봐야 임금이 행차할 경우 백성들이 길거리에 몰려나와 꽹과리를 치며 민생고를 호소하던 '격쟁'이나 신문고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그쳤을 따름입니다. 지금처럼 광화문 앞에 몰려와 촛불을 들었다간 '역적'으로 몰려 모두 떼죽음을 당했을 테지요.

경복궁 영추문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의 행진
 경복궁 영추문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의 행진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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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행진을 따라 걷다가 영추문 앞에 이르러 생각에 잠겼습니다. 옛 시대 권력의 상징이었던 경복궁 앞에서 최고 권력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행진만큼 인상 깊은 장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고, 한반도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나라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 촛불을 든 국민들을 보며 결국 광장에 모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주의 그 자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경복궁 앞 행진을 프레임에 담아봤습니다. 때마침 시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함성을 지르며 '박근혜 퇴진'이 적힌 피켓들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습니다. 덕분에 이런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먼 훗날, 이 장면이 이 땅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불의에 맞서 싸우라'는 교훈으로 되새겨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박정희, #경복궁,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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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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