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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는 북한의 외화조달에 관여하는 단체와 개인에 대한 금융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는 북한의 외화조달에 관여하는 단체와 개인에 대한 금융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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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월 30일 '결의 232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이후 83일 만이다.

핵심은 '석탄 수출 상한제'다. 안보리는 북한의 석탄 수출 물량·금액을 "북한 주민의 민생 목적 거래를 조건"으로 달아 "2017년 1월 1일 이후 연간 4억87만18 미국 달러 또는 750만 톤(두 기준 중 낮은 쪽)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제한했다.

유엔의 '숨통 죄는 제재' 결의했지만 북중은 '구멍'을 찾을 것

북한의 석탄 수출은 사실상 전량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 해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석탄은 1960만 톤, 10억5천만 달러어치였다. 지난해 석탄 수출을 기준으로 할 때, 금액과 물량 모두 38~39%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뜻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석탄 수출 상한제만으로 한 해 6~7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의 현금 수입 삭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6~7억 달러'의 함의를 짚자면, 북한의 대외무역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남북교역 제외)은 62억5천만 달러(한국은행)인데, 이 가운데 91.4%인 57억1천만 달러가 북-중 무역이다.

그리고 지난해 북한의 수출액 27억 달러(한국은행)의 39%에 해당하는 10억5천만 달러가 대중국 석탄 수출에서 나왔다. '결의 2321호'가 엄격하게 시행된다면, '석탄 수출 상한제' 하나만으로도 북한이 대외무역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의 40% 정도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합법적인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을 줄이는데 '석탄 수출 제한'만큼 기대 효과가 큰 단일 품목이 없는 셈이다.

'결의 2321호'는 은, 동(구리), 니켈, 아연 등 4개 광물도 수출금지 품목에 추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연간 1억 달러 삭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탄 수출 상한제'에 4개 광물 수출 금지를 더하면 8억 달러 남짓한 삭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북한의 전체 수출액 27억 달러의 30%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결의 2321호에는 북한의 대형 조형물 수출 금지 등 '깨알 제재'가 많다. 비록 상징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총회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특권의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음을 상기한다"(결의 19항)는 문장을 새로 넣어, 상황이 더 악화하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키는 조처를 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국, 북 고위인사 제재로 남북대화 기반 완전 붕괴

한국 정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이번 결의는 결의 2270호와 함께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비군사적 제재를 부과한 것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적 조처"라고 자평했다.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쵸킹 레졸루션(choking resolution·숨통을 죄는 결의)"이라고, 고위 당국자는 "무시무시한 결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 정도의 '추가 고통'으로, "항구적 전략노선"(7차 노동당대회 결정서)이라 규정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는 건,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다 안다'. 북한과 중국이 '결의 2321호'의 '구멍'을 찾아내리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굳이 상기시킬 필요조차 없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조선인민군 전선포병부대들의 포병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 북 김정은, 포병 타격 훈련 지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조선인민군 전선포병부대들의 포병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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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결의 2321호' 채택·이행이 동북아 정세에 끼칠 영향은, 현재의 불안정한 교착 국면의 지속이거나 북한의 '계산된 반발'에 따른 추가 갈등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진전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그에 대응해 점차 강해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길항은, 출구 없는 다람쥐 쳇바퀴 돌기에 비유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죽어나는 건 국제사회가 '결의 2270호'에 이어 '결의 2321호'에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인도적 영향을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극구 강조하며, 그토록 걱정하는 북한 인민들이다.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12월 2일 발표한 독자 대북 제재에서 조선노동당·국무위원회·인민무력성 등 35개 기관과 황병서(인민군 총정치국장)·최룡해(노동당 부위원장)·박영식(인민무력상)·김기남(노동당 부위원장) 등 36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뒷날 정세가 바뀌어 남북 당국 간 대화·협상을 하게 될 때 고위급 협상 파트너이거나 협상 상대 기관이 될 북한의 주요 기관·인물들이다. 앞으로 영원히 남북 당국 대화·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나 마찬가지다.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결의안이 지난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1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 있는 한 마을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보이고 있다.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결의안이 지난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1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 있는 한 마을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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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3월 8일 발표한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 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긁어모아 발표한 탓에 새로 추가할 게 없는 궁색한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 아무리 긴 가뭄과 굶주림에도 농사를 지을 종자는 먹지 않는다는 농부의 마음을 정녕 박근혜 정부한테는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인가?

'대화·협상' 통한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 출로 모색해야

상황이 절망적이다. 그래도 물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평화로 가는 길 또한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안다. '결의 2270호'에 이어 '결의 2321호'에서도 거듭 강조된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 등을 기반으로 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이라는 대안적 출로 모색이라는 것을.

문제는 어떻게 '대안적 출로'를 모색할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내느냐다. 그래서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 더 많은 '촛불시민'이 모일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의 '촛불시민'만이, 갈 길을 잃고 표류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민주적 정당성에 튼실히 기반을 둔 새로운 정부로 거듭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공생'을 존중하는 새로운 민주정부의 구성없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갈 현실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Hic Rhodos, hic saltus!(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보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제훈 한겨레통일외교팀장입니다.



태그:#안보리결의, #대북제재, #촛불민심, #한국외교, #한반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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