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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스님이 계시는 순천 조계산 선암사 무우전입니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스님이 계시는 순천 조계산 선암사 무우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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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각황전 철불입니다.
 선암사 각황전 철불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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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무우전 옆에 자리한 각황전입니다.
 선암사 무우전 옆에 자리한 각황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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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잘 지내세요?"
"예 잘 지내시죠? 종정 스님 뵈러 왔어요. 스님께 여쭤주세요."

두 스님과 함께 선암사 무우전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선암사에서 가장 큰 어른이 기거하는 곳입니다. 무우전 잔디밭을 지나 왼쪽 문으로 듭니다. 큰 스님을 수발하는 스님께서 일행을 반깁니다. 담 너머로만 봤던, 아름다운 각황전이 코앞에 있습니다. 각황전에 모셔진 철불을 볼 절호의 기회입니다.

"각황전의 본래 이름은 장육전이다. 통일신라 경문왕 원년(861)에 다시 지어졌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현종 1년(1660)에 복원하였다. 이후 영조 36년(1760)에 고쳐 세워 오늘에 이른다. 각황전은 앞면 1칸 옆면 1칸 규모의 전각이다. 지붕은 팔작지붕 다포양식으로 규모는 작으나 화려한 멋을 지녔다. 건물 안쪽 천장은 우물 정(井) 자 모양이고, 도선국사가 만들었던 철불을 1900년 경 석고로 도색하여 모시고 있다."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과 제자들의 흐뭇한 정

혜초 스님과 덕해 스님, 청덕 스님(좌로부터) 얼굴에 꽃이 피었습니다.
 혜초 스님과 덕해 스님, 청덕 스님(좌로부터) 얼굴에 꽃이 피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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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 밖에까지 나와 이야기 나눕니다.
 스승과 제자,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 밖에까지 나와 이야기 나눕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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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 스님과 제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종정 스님과 제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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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같이 웬일이냐. 어디서 만났더냐?"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스님으로 선암사 무우전에 계시는 혜초 스님. 삼배가 끝나기 무섭게 덕해 스님과 청덕 스님과 손을 부여잡고 반깁니다. 말로는 "웬일이냐?"지만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미 삼배 받으실 때 보이시던 근엄함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말끔한 피부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90을 넘기신 분 같지 않습니다.

"니는 제주도 그대로 있지? 제주도 한 번 가야할 텐데."
"예. 그대로 있습니다. 제주도 한 번 오시지요."

"니는 어디 있냐? 옮길 생각은 없냐?"
"제천에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제주도로 옮길 예정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대화가 이토록 정감 넘칠 줄이야! 인연에 따른 끈끈한 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여겨집니다. 서로의 마음자리에 든 게지요. 오로지 혼자 수행하며 깨달음의 길에 들어서야 하는 구도자의 세계에서 넘치고 넘치는 정을 엿보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청덕 스님, 종정 스님 인품에 대해 전합니다.

"종정 스님을 몇 년 모셨어요. 혜초 스님께선 강연 갔다 오시면 강연료를 내놓으시며 '옛다. 우리 같이 나눠 쓰자!' 하시곤 똑같이 삼등분으로 나눴어요."

부엌의 신을 모시는 칠전 조왕단과 조왕탱화

선암사 칠전 부엌에 모셔진 조왕단입니다.
 선암사 칠전 부엌에 모셔진 조왕단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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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단은 아궁이 위에 있었습니다.
 조왕단은 아궁이 위에 있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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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벌교 보탑사에 있던 조왕탱화 사진입니다. 제대로 갖춘 탱화라고 합니다.
 보성 벌교 보탑사에 있던 조왕탱화 사진입니다. 제대로 갖춘 탱화라고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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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제일선원인 선암사 칠전에 들었습니다. 덕해 스님, 칠전을 소개한다며 싱글벙글입니다. 오랜만에 고향집을 왔으니 어찌 좋지 않으리오! 스님, 부엌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흙으로 된 옛날 부엌 그대롭니다. 아궁이 위를 보며 설명합니다.

"이것은 부엌의 신을 모시는 '조왕단'입니다. 호텔 등 큰 곳에서는 부엌의 신을 모시기도 합니다."

부엌의 신 이야기는 처음이라 조왕단이 신기합니다. 조왕단 대신 조왕탱화를 걸기도 한답니다. 더불어 "조왕탱화에는 조식취모, 담식력사, 조왕대신, 동녀, 동자 등이 등장하는데 몇은 빠지기도 한다"네요. 이후, 조왕탱화는 보성 벌교 보탑사에서 사진으로 보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그렇더라고요.

"4단계를 거치는 수곽이 단계별로 온도가 다르다"

선암사 칠전 수곽입니다.
 선암사 칠전 수곽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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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칠전 수곽은 단계별로 쓰임새와 온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다 같은 물이건만...
 선암사 칠전 수곽은 단계별로 쓰임새와 온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다 같은 물이건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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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칠전 수곽에도 단풍이 내려 앉았습니다.
 선암사 칠전 수곽에도 단풍이 내려 앉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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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 뒷마당에 들어섭니다. 수곽이 눈에 확 띱니다. 층층이 담긴 물이 멋스러움을 넘어 예스럽습니다. 수곽이 1926년 만들어졌다니 벌써 90년 되었네요. 칠전을 지키시는 승종 스님, "할아버지께서 선암사에 시주한 수곽 이야기를 들은 손녀딸이 정말인지 확인 차 방문했다"는 일화까지 소개합니다. 수곽에 얽힌 이야기도 풀어집니다.

"경운 스님께서 교류가 깊었던 최재학씨에게 '물은 지혜를 상징한다. 수곽을 시주하면 승승장구하고, 며느리가 아들 여덟을 낳을 거다'는 말을 건넸다. 이에 최 참판이 수곽을 시주했다. 이후 며느리가 아들 일곱을 낳았다. 최재학씨는 실제로 손자 다섯까지 보고 돌아가셨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곽은 선암사 선승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습니다. 수곽의 물은 각 단계별로 쓰임새를 달리합니다. "첫 번째 물은 차 끓이는데 쓰고, 두 번째 물은 쌀을 씻고, 세 번째 물은 과일 등을 씻고, 네 번째 물은 허드레 물로 사용"한답니다. 신기한 건 "4단계를 거치는 수곽이 단계별로 온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물 하나에도 불교의 기본인 견성성불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놀랍습니다.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라!"

호남제일선원이라는 선암사 칠전 선방 마루에선 두 스님 한참 이야기 중입니다.
 호남제일선원이라는 선암사 칠전 선방 마루에선 두 스님 한참 이야기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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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간 천일안거를 했다는 선암사 선방에 앉아 잠시 참선 중인 덕해스님 감회가 새롭답니다.
 삼년간 천일안거를 했다는 선암사 선방에 앉아 잠시 참선 중인 덕해스님 감회가 새롭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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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칠전 선방에 시계가 왜 필요한지 몰랐는데, 이해 됩니다. 규율이라...
 선암사 칠전 선방에 시계가 왜 필요한지 몰랐는데, 이해 됩니다. 규율이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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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칠전에서 삼년을 지냈습니다. 스님, 방에 한 번 들어가 봐도 될까요?"

덕해 스님, 승종 스님께 허락을 구합니다. "옛 방주인이신데 기꺼이 보십시요!"라고 합니다. 스님, 혼자 대문 걸어 잠그고 삼년을 살았다던 칠전. 그러니까 이곳은 스님께서 천일안거를 한 방이랍니다. 천일안거 때에는 종정 스님이신 혜초 스님조차도 들어오시지 않았다니 감회가 남다를 밖에. 그는 감회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향수가 그립습니다. 아 옛날이여!"

문을 열고 방으로 듭니다. 방석 두 개 놓였습니다. 흔한 가구도 없습니다. 달랑 시계뿐. 선방에 시계가 왜 필요한지 알쏭달쏭합니다. 스님, "선방에서 참선할 때 아주 작은 시계 초침 소리가 우레 소리보다 더 커 스님들께서 마당에 내동댕이치고픈 마음들이 많았다"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그러면서 시계의 필요성에 대해 귀띔합니다.

"동안거와 하안거 때에는 스님들께서 선방에 모여 50분 참선, 10분 당산(휴식)한다. 단체 생활이니만큼 시간 규칙 등이 있어야 하기에 시계가 있는 것이다."

아하, 배움입니다. 스님, 감회를 접고 무념무상 참선에 돌입합니다. 공(空).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뿜어져 나옵니다. 여기에서 종정 혜초 스님께서 제자들에게 전한 당부를 떠올립니다.

"어차피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인데 네 거다 내 거다 욕심 부리지 말고, 그날그날 수행 정진하며 살아라!"

조계산 선암사 산신각입니다.
 조계산 선암사 산신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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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제일선원 편액의 선암사 선방입니다.
 호남제일선원 편액의 선암사 선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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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응진당입니다.
 선암사 응진당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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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조계산 선암사, #철전 선방 수곽, #태고종 종정 혜초스님, #덕해스님, #청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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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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