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비슷한 시기에 북미 메이저 리그 사커 (아래 MLS) 무대에 도전했던 첼시의 레전드들이 계약기간을 마치고 소속 팀을 떠난다.

지난 14일, 뉴욕 시티 FC의 프랭크 램파드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6년 말에 종료되는 계약을 마치고 소속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으며 23일엔 디디에 드록바가 램파드와 마찬가지로 몬트리올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첼시의 레전드인 두 선수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함께 MLS 무대에 도착한 바 있다. 램파드는 2014년 첼시를 떠나 뉴욕 시티 소속으로 이적했으나 곧바로 맨체스터 시티로 임대되었다. 실질적으로 램파드는 맨체스터 시티 임대가 끝난 뒤, 2015년 7월부터 진짜 뉴욕 시티 선수가 되어 MLS 무대를 밟았다. 램파드가 뉴욕 시티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되어 드록바 또한 첼시에서 몬트리올로 이적해 MLS에 등장했다.

이후 두 선수는 소속 팀에서 1년 반의 짧은 활약을 마치고 최근 이별을 선언했다. 뉴욕 시티와 몬트리올에서 긴 시간을 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램파드와 드록바가 남긴 발자취만큼은 짧았지만 그 누구보다 강력했다.

실력으로 증명해낸 '클래스는 영원하다'

 뉴욕 시티와 몬트리올 임팩트를 떠나는 램파드와 드록바

뉴욕 시티와 몬트리올 임팩트를 떠나는 램파드와 드록바 ⓒ 뉴욕 시티 FC, MLS 공식 홈페이지


램파드는 작년 7월, 뉴욕 시티 합류 직후엔 종아리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8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출장하며 10경기에서 3골 1도움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첫 시즌이었지만 이는 예열 과정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 초반 3개월을 부상으로 잠깐 쉰 램파드는 복귀 이후부터 '미들라이커'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6월 필라델피아전에서 시즌 첫 골로 포문을 열더니 바로 다음 경기에서도 골 망을 흔들며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램파드는 7월에 펼쳐진 6경기에서 6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상승을 도왔다.

특히 7월 30일, 콜로라도 래피즈를 상대로 주장 완장을 차고 3골을 터트리며 뉴욕 시티 구단 역사상 첫 해트트릭 기록을 작성한 것은 램파드의 '클래스'를 제대로 증명한 경기로 남아있다. 시즌 막바지에 당한 부상으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결장한 램파드는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교체 투입되었는데 단 17분을 뛰며 2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램파드의 이번 시즌 정규 리그 성적은 21경기 12골 2어시스트, 잦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램파드의 실력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천천히 실력을 증명해낸 램파드와는 달리 드록바는 몬트리올에서 클래스를 증명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몬트리올 소속으로 나선 두 번째 리그 경기에서 곧바로 해트트릭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2015 시즌 드록바는 14경기에서 12골을 폭발시켰고 시즌 중반에 합류했음에도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4월과 5월에 5골 3어시스트로 시즌 초반 몬트리올의 공격을 책임졌다. 그러나 시즌 후반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4경기 10골 4어시스트로 정규 리그를 마무리했다. 드록바가 1년 반 동안 만들어낸 공격포인트는 38경기 22골 4어시스트. 전혀 38살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게다가 몬트리올은 현재 MLS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 올라있다. 드록바가 한두 경기 정도 더 뛸 수도 있기에 아직 드록바의 골이 더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두 첼시의 레전드는 각각 나름의 스타일로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격언을 그대로 증명해내며 MLS 무대 첫 도전을 화끈하게 불태웠다.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다.

 작년 10월, MLS 공식 홈페이지에 떴던 기사. 드록바가 몬트리올 임팩트에 끼친 긍정적 영향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년 10월, MLS 공식 홈페이지에 떴던 기사. 드록바가 몬트리올 임팩트에 끼친 긍정적 영향들을 소개하고 있다. ⓒ MLS 공식 홈페이지 캡쳐


지난 1년 반 동안 램파드와 드록바는 실력과 성적 이외에 마케팅 흥행 측면에서도 짙은 발자취를 남겼다. 우선 두 선수는 유니폼 판매 랭킹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소속 팀의 재정에 기여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MLS 공식 용품 사이트인 'MLSSTORE.COM'에 따르면 램파드는 MLS 모든 선수 중, 유니폼 판매량 7위에 올랐으며 드록바는 16위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절반이 지난 이후 팀에 합류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수치이다.

특히 드록바의 소속 팀 몬트리올 임팩트는 유니폼 판매 랭킹 1위부터 10위 선수들이 속해있는 시애틀, 뉴욕 시티, 올랜도 등의 클럽에 비해 관중 동원력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드록바는 많은 숫자의 유니폼을 판매했다.

이번 시즌에도 두 선수의 유니폼 판매량은 상위권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가 발표한 시즌 중반까지의 유니폼 판매 순위에선 드록바가 7위, 램파드가 9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드록바는 몬트리올의 관중 동원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해 10월, MLS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드록바가 홈에서 데뷔 경기를 치른 이후의 6경기 중 5경기에서 티켓이 전석 매진이 되었으며 2015년 10월을 기준으로 드록바 합류 이후 치뤄진 홈 8경기는 드록바 합류 전과 비교했을 때 평균 관중이 4000명 이상 증가했다. 당시 몬트리올의 구단 운영진은 '드록바 효과'로 2016 시즌의 평균 관중 증가를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당시 구단에서 기대했던 대로 이번 시즌 몬트리올의 관중 수는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2014년의 1만7557명, 2015년 1만7750명에 비해 2016년의 평균 관중 수는 2만669로 대부분의 경기에서 경기장의 수용인원을 가득 채웠다.

이처럼 두 명의 레전드는 실력적인 뿐만 아니라 흥행에서도 강렬한 모습을 남기며 MLS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아름답게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의 행보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램파드와 드록바. 두 선수는 먼저 전 소속 팀과 이별을 확정하며 팬들과 인사를 나눈 상태지만 앞으로의 거취는 오리무중이다.

램파드에 대해서는 현역 은퇴 이후 MK 돈스 감독 부임설을 시작으로 첼시 코치 복귀설, 축구 해설가설이 있고 현역 은퇴가 아닌 MLS 타팀 이적 가능성도 흘러나왔다. 드록바의 경우 본인이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의지를 보였다. 지난 11일, 드록바는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어리다. 그라운드에서 계속 뛰고 싶다"라고 말하며 이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과연 램파드와 드록바는 새로운 팀에서 다시 선수로, 아니면 다른 역할로 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 있을까? 북미 팬들의 눈길은 MLS를 짧고 강하게 뒤흔든 두 첼시 레전드에게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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