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 이탈리아 준우승팀 자격으로 수페르코파에 참가한 AC 밀란이 5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아왔다.

24일, 새벽 1시 30분 (한국 시각) 카타르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수페르코파에서 유벤투스와 AC 밀란이 맞붙었다. 세리에 두 명문의 경기는 전후반이 끝나도록 1대 1로 결판이 나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연장을 거쳐 승부차기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4대 3으로 AC 밀란이 5년 만에 수페르코파 우승컵을 차지했다

1군 투입 유벤투스, 1.5군 밀란

 경기 출전 정보

경기 출전 정보 ⓒ 최한결


지난 시즌 세리에A 우승과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모두 거머쥔 유벤투스는 수페르코파에서도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정예 멤버를 내보냈다. 유벤투스의 선발 라인업은 1대 0의 승리를 거둔 지난 로마전과 동일했다.

세리에A 우승과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전부 차지한 유벤투스 대신, 코파 이탈리아 준우승팀 자격으로 나선 AC 밀란은 베르톨라치, 로카텔리 등을 포함한 1.5군 느낌의 선발 라인업을 세웠다. 특히 밀란의 경우 항공편이 연기되는 문제가 있었고 컨디션 관리와 기후 적응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측되었다.

 유벤투스와 AC밀란의 경기는 리그 경기만큼 치열했다.

유벤투스와 AC밀란의 경기는 리그 경기만큼 치열했다. ⓒ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전반] 한 골씩 주고받은 두 팀

탐색전을 벌이던 경기 초반, 먼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것은 유벤투스였다. 전반 15분 AC 밀란의 진영에서 만주키치가 흘려준 볼을 이과인이 받아 스투라로에게 패스했고 스투라로가 좋은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돈나룸마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이 장면 직후 선언된 코너킥에서 유벤투스의 선제골이 터졌다. 피아니치가 잘 감아올려준 볼을 키엘리니가 받아 골로 연결했다. 선제골 이후 두 팀은 거친 플레이를 주고받으며 잦은 반칙을 범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AC 밀란도 전반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37분, 수소가 오른 측면에서 왼발로 잘 감아 찬 크로스를 보나벤투라가 중간에서 자르는 헤더로 골을 터트렸다.

두 팀은 추가골을 뽑아내기 위해 전반 종료까지 공격을 수차례 주고받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전반전은 1대 1로 마무리되었다.

[후반] 크로스 문제 유벤투스, 결정력 문제 밀란

후반전도 지루한 접전이 계속되었다. 후반 10분여부터 두 팀은 거칠게 맞붙었다. 그러나 실속은 없었다. 유벤투스와 AC 밀란 모두 날카로운 공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둘 다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지만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우선 유벤투스의 경우 공격수까지 볼이 잘 연결되지 못 했다. 양쪽 측면에서 불확실한 크로스가 계속 이어졌고 이는 AC 밀란에게 공을 내어주는 꼴이 되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피아니치를 빼고 디발라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반면 AC 밀란은 좌, 우의 보나벤투라와 수소를 이용해 많은 준수한 크로스를 넣었다. 특히 수소가 양발을 모두 이용해 올리는 크로스는 꽤 좋은 패스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크로스들을 해결할 만한 공격수가 없었고 특히 바카는 결정적인 장면 여러 개를 놓치며 탄식을 자아냈다.

결국 두 팀은 후반전까지 다소 답답한 수를 주고받기만 하면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승부차기]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승부, 돈나룸마가 결정짓다

 승부를 가른 돈나룸마

승부를 가른 돈나룸마 ⓒ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연장 시작과 동시에 AC 밀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수소가 올린 크로스를 보나벤투라가 슛으로 연결, 부폰이 막아낸 볼이 바카 앞으로 흘러왔다. 빈 골문이나 다름없었지만 바카는 기회를 놓치며 10분 뒤 안토넬리와 교체되었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건 유벤투스도 마찬가지였다. 연장 후반, 에브라가 골 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였다.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전, 후반과 연장전까지 통틀어 두 팀은 각각 16개와 17개의 슈팅만 기록한 채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가리게 되었다.

유벤투스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도 두 팀의 혈투는 계속되었다. 유벤투스의 1번 키커 마르키시오가 가볍게 골을 성공시킨 상황에서 AC 밀란 라파둘라의 슈팅이 부폰에게 가로막혔다. 그러나 두 번째 키커에서 만주키치가 실축하고 보나벤투라가 성공하며 이내 승부의 추는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이후 3번, 4번 키커까지 모두 골을 넣으며 승부는 5번 키커까지 넘어갔다. 그리고 승부를 가른 것은 다름 아닌 만 17살의 골키퍼 돈나룸마였다. 돈나룸마는 백전노장 부폰이 보는 앞에서 디발라의 슈팅을 완벽히 막아냈고 AC 밀란의 마지막 키커 파살리치가 골을 성공시키며 밀란은 정말 오랜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경기정보

경기정보 ⓒ 최한결


세리에 최강 유벤투스에 상처만 남기다

유벤투스는 상처를 입었다. 유벤투스는 정예 멤버를 모두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도 불태웠지만 패배를 맛봤다.

사실 유벤투스와 AC밀란의 수페르코파 경기는 대부분 유벤투스의 승리를 점쳤다. 지난 몇 년간 AC밀란은 유벤투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최근 전적 또한 6경기에서 유벤투스가 5번의 승리를 챙겼다. 게다가 AC 밀란은 비행기 연착 문제로 제대로된 컨디션 회복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유벤투스는 경기 내내 세리에의 황제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은 제대로 전개되지 못했고 측면에선 쓸모없는 크로스들이 남발되었다. AC 밀란의 역습에 때때로 밀리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답답한 공격진의 모습에 팬들은 '디발라'의 이름을 연호했고 후반 22분, 마침내 디발라가 교체 투입되며 스타디움은 환호로 가득찼다. 그러나 디발라는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실축했고 결국 유벤투스는 2년 연속 수페르코파 우승컵을 드는 데 실패했다.

유벤투스가 아픈 것은 저조한 경기력과 우승 실패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경기는 연장전 혈투까지 이어지며 많은 주전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었다는 점도 뼈 아프다. 설상가상으로 몇 몇 선수는 부상을 입어 교체 아웃 되기도 했다.

경기 시작 33분만에 알렉스 산드로가 부상으로 에브라와 교체를, 후반 34분엔 스투라로가 마찬가지로 레미나와 교체되었다. 이후 연장전들어 레미나도 좋지 못한 테클을 당하며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정확한 부상의 정도는 정확한 발표가 있어야 알겠지만 이번 경기가 선수들에게 득이 된 것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벤투스는 우승컵을 들지 못하며 자존심에 큰 흠집이 생겼다. 카타르 원정과 120분의 혈투는 선수들의 피로만 축적했고 심지어 몇 몇 선수들은 부상을 당했다. 앞으로 휴식기가 있다곤 하지만 상승세의 분위기는 이번 경기로 크게 가라앉았다.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는 세리에 최강 유벤투스에게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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