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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 5차 범국민행동'이 열렸던 지난 26일 오후 4시 반께 서울 인사동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아래 교대련) 예비교사들이 집단 피켓팅 퍼포먼스를 벌였다. 피켓에는 우리들이 교사가 돼 교단에 선다면 아이들로부터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을 적어놨다.

내가 적은 질문은 아래와 같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해줄 수 있을까.

'선생님, 왜 경찰 아저씨들이 나쁜 사람들 안 잡아가요?'

"민주주의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는 시대

전국 예비교사들이 모여 티켓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아이들이 살아갈 희망찬 세상을 위해' 거리에 나온 예비교사들. 전국 예비교사들이 모여 티켓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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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0월 1차 범국민행동이 예정됐던 주에 함께 상경할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학내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 학교 부설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2명이 쪼르르 뛰어와서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피켓의 내용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는 내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근데요, 민주주의가 뭐예요?"

그러더니 옆에 같이 온 친구를 가리키며 덧붙인다.

"얘 이름이 민주인데…."

그러고는 깔깔 웃더니 친구와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갔다. 나는 학생들의 순진한 질문이 너무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고학년으로 보이는데도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헌법에 적시돼 있다시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는 그러한가?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 미르-K스포츠 재단을 시작으로 결국 터지고 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그 후 마치 둑에 구멍이 뚫리면 와르르 무너지듯이, 쉬쉬했지만 만연하게 자행됐던 비리들이 터져나왔다. 민주주의라는 껍질 속에서 썩어가고 있던 대한민국의 맨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맨얼굴을 마주하고 나서, 장차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예비교사로서 교단에 나가 아이들을 가르칠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과연 우리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대통령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았으며 국민들을 위해 나라를 대표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경찰 아저씨들은 국민들을 지켜주는 민중의 지팡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열심히 노력하면 하고 싶은 꿈들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 있다고 가르칠 수 있을까. 정직하게 살면 당당할 수 있다고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더러운' 세상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

시국에 맞게 개사한 동요를 전국 예비교사들이 모여 부르고 있다.
▲ 시국에 맞게 개사한 동요를 부르는 전국 예비교사들. 시국에 맞게 개사한 동요를 전국 예비교사들이 모여 부르고 있다.
ⓒ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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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나 당연한 것들을 나는 당당하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없는 것일까. 세상이 이상했다. 당연한 것들을 당당하게 가르칠 수 없는 세상이 이상했다. 나는 이런 세상에서 교단에 서고 싶지 않으며, 또한 순수하게 웃는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전국의 예비교사들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

노동자은 총파업, 농민들은 트랙터 상경. 우리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본업인 공부를 포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10개 교대에서 동맹휴업을 진행하고, 26일 상경해 서울 인사동에서 집단 피켓팅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리고 다함께 동요를 개사해 부르며 인사동 일대를 행진했다.

앞서 말했듯이 교대연은 피켓에 우리들이 교사가 돼 교단에 선다면 아이들에게 받을 수 있는 질문을 적었다. '선생님, 왜 나쁜 사람이 대통령이에요?' '선생님, 무당도 정치를 할 수 있나요?' '선생님, 세금은 어디에 쓰이나요?' '쌤~ 정경유착이 뭐에요?' 등 다양한 질문들이 적혔다. 동요는 '올챙이 한 마리' '초록바다' '종소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현 시국에 맞게 개사해 불렀다.

'청와대에 살고 있는 꼭두각시 민중의 분노를 깨우고, 희망을 실어준 촛불소리 방긋이 미소를 지었지요, 희망의 촛불소리 들려온다~'

전국의 예비교사들이 인사동을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인사동을 행진하는 예비교사들 전국의 예비교사들이 인사동을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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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린 날, 노래가 청와대까지 들리도록 힘차게 부르며 인사동 일대를 행진했다. 신발 속 발가락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전국의 예비교사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힘차게 행진을 이어나갔고, 광화문에서의 본 집회에서도 우리들의 목소리를 힘껏 외쳤다.

나는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거라는 걸 안다.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의 가사처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으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고, 모든 게 밝혀지고 제자리로 돌아올 때 까지,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달려와 피켓에 쓰인 민주주의 피켓을 보고 꺄르르 웃던 아이들이 자라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게 됐을 때, 무력감이나 허탈감이 아닌 가슴 따뜻해지는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태그:##박근혜는 퇴진하라,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전국교육대학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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