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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풍경
 아침 풍경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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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다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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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낯선 동네 아침 풍경. 내겐 새롭고도 친근한, 여기 사는 대부분 사람들에겐 더없이 익숙할. 아침밥도 먹을 겸 산책에 나선다.

'좀 많이 걸었다' 싶은데 아직 아침밥 먹을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일찍 문을 연 노점들이 보이지만 글도 말도 몰라 메뉴 선택이 불가하다. 그러나 편의점 음식만은 먹고 싶지 않다!

'여긴 어디?'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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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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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 완벽하게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숙소에서 걸어 5분도 안 되는 곳. 전날 찍어둔 사진 덕에 행인에게 길을 물을 수 있었다.

1시간쯤 헤맸는데 금세 아는 곳이 나와서 놀랐다. 살면서 종종 경험하는 일. 길이 안 보인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유레카!' 일단 집 위치를 재확인하고 처음 출발할 때 봤던 시장에 왔다. 얼마쯤 걷자 맛있는 냄새와 함께 갖가지 고운 색의 반찬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아침에 갓 만들어 내놓은 듯 김이 모락모락 났다.

신이 나서 제일 당기는 반찬 두 가지를 샀다. 또 다른 가게에서 밥도 샀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구하는 데는 언어보다 인지상정이 먼저다. 일상에선 하지 않아도 될 일, 해도 무심히 혹은 '처량하다' 느끼는 일이 여행 중엔 새삼스럽다.

'여기가 아니네'
 '여기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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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끼
 아침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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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도착'이라고 생각하며 열쇠를 꺼내려는데, 여기가 아니네? 다행히 한 집 옆. 여행은 내가 심각한 길치임을 또한 자각시킨다.

수 년 전 여행한 필리핀과 같이 대만 역시 비닐 소비가 어마어마하다. 밥도, 반찬도, 음료도, 파는 거의 모든 물건을 비닐에 담아준다. 이 무지막지한 자원 소비가 우려스럽다. 선진 기술을 수출함에 있어 그 부작용에 대한 정보와 예방책은 왜 적극 알리지 않는지. 

반찬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밥은 좀 비싸다 했더니 그냥 밥이 아니었다. 단맛이나 옅은 갈색빛이 우리네 약밥 같기도. 개인적으로 돼지와 소를 먹지 않는데, 여기 언어를 모르니 음식 선택의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함께 지내는 대만인 닉(Nick)에게 메모를 부탁했다.

Nick이 써준 메모
 Nick이 써준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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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의 소중함
 한 끼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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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해물과 야채 음식을 원합니다.' 이 메모 덕분에 훨씬 맘 편히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타이베이 생활 열흘째(11월 18일), 이제 집 근처 지리에 꽤 익숙해졌고(밤엔 아직) 앞서 반찬가게의 단골이 되었다.

아침 한 끼를 먹기까지 꽤나 지난했다. 하지만 이렇듯 '사서 하는 고생'이 또한 여행의 묘미고 묘약이다.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먼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남의 일상에선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삶은 여행'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인용조차 꺼리던 이 표현이 새롭게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또 한 번의 여행을 11월 9일부터 시작합니다. 길의 단절이 아닌 확장을 위함이고, 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와 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종종 전하겠습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u



태그:#타이베이여행, #반찬가게, #삼시세끼, #명수세끼, #박근혜탄핵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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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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