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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져, 하루라도 뉴스 보는 걸 소홀히 했다가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진 뒤, 사람들은 '나비효과'란 말을 입에 올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억대 원정 도박을 했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홍만표 변호사가 구명로비를 벌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이름이 언급된다. 이후 몇몇 사건이 이어졌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최순실씨가 등장했다.

그 뒤 정유라, 최순득, 차은택 등 여러 갈래로 나뉘며 정운호 대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사라졌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사건을 일목요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바로 미디어오늘의 정상근 기자다. 정 기자는 된 정운호 대표 관련 사건부터, 정유라까지 알기 쉽게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4일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정상근 기자를 만나 동영상 제작기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기자외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4일 '미디어 아웃사이드'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를 일목 묘연하게 정리를 하셨어요. 기사에 대해 반응이 있나요?
"'미디어 아웃사이드'는 동영상 플랫폼이라서 동영상으로 만들었지만, 그 자체를 많이 보진 않았어요. <김어준에 파파이스>에 섭외되어 정리용으로 최순실 관계도를 만들었고 그걸 바탕으로 동영상도 제작했어요. <파파이스>뿐만 아니라 저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도 얘기했어요. 그리고 저희 신문 제작을 하면서도 사용했죠. 딱히 어떤 반응이라고 정의를 내릴 순 없는데 유용하게 쓰고는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의 '미오TV' 많이 봐주세요."

-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게, 정운호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 사건이 발단이잖아요. 정리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정운호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부터 정리했던 이유는 이게 인터넷에서 '나비효과'라는 제목으로 이런 얘기가 많이 돌았었어요. 정운호 대표가 억대 도박을 했고 이게 발단이 되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끌려 나오고 그 뒤에 있던 최순실이 끌려 나오고... 사실상 게이트 발단이라서 거기부터 정리를 했었요.

정리가 쉽지는 않았죠. 여러 가지 단편적인 사건을 엮는 게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사람들이 왜 이 문제가 터졌냐는 질문에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시작했죠."

- 시작할 때 막막하셨을 것 같아요.
"너무 방대하기도 하고, 특히 요즘은 문화계, 스포츠계 등까지 엄청나게 가지가 뻗어 있어서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가장 간단하게 이 게이트의 주체가 누구인지만 집중해서 관계도를 정리한 거죠."

- 정리하며 느낀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최순실씨의 가계도를 정리하다 보니 여러 사람이 연결돼 있었어요. 최순실씨 동생의 아들 같은 경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과 친구 사이에요. 더 퍼져 나가면 여기저기 연결돼 있어요. 한국사회에 혼맥이나 인맥이 정말 심각하게 얽혀 있다는 거죠. 이런 관계도 속에서  작은 이들의 이너서클 때문에 대부분의 민중이 피해를 본다는 걸 가장 많이 느낀 것 같아요."

- 이후에 계속할 생각 있나요?
"새로 나온 것들도 업데이트할 생각이에요. 지금 주체별로 쭉 나누고 있는데 주체와 얽혀 있는 게 여러 가지 나오니까 나중에는 엄청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하면 저희가 기사 쓸 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대중들이 한눈에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눈에 보도록 추가할 생각은 있어요."

- 12일 촛불집회에 100만 명이 나왔잖아요. 여기까지 오는데 언론의 역할이 큰 것 같은데 현재까지의 보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엄청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TV조선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한겨레신문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나왔잖아요. 그리고 JTBC에서 결정적으로 최순실이 어떻게 국정개입을 하고 농간을 했는지를 봐온 것이잖아요. 만약 이 과정을 누군가가 포착해서 검찰에 신고해 검찰이 봤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들어요. 모처럼 저널리즘이라는 역할을 한 순간인 것 같기도 하죠.

지금 처음엔 몇 군데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많은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기자가 이 사태를 취재를 해서 혐의를 발굴해요. 그래서 검찰 수사가 언론을 따라가는 것밖에 안 된다고 하시잖아요. 대중이 직접 보는 언론에서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고 의혹 자체가 너무나 비 이성적이고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엔 시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고 백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온 거겠죠."

"조선일보가 총선 이후부터 친박하고 거리를 뒀거든요"

정상근 미디어오늘 기자
 정상근 미디어오늘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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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종편이 보도 안 하고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언론만 보도했다면 이런 생황까지 왔을까요?
"진보 언론만 했어도 사건의 실체는 커졌을 것으로 보는데 아무래도 종편 매체의 특성이 영상이잖아요. 사람들은 글을 읽으면 실체가 와 닿지 않은데 TV조선 보도만 하더라도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옷까지 코치하고 이 옷이 이날 입은 옷이더라는 걸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니 사람들이 '이거 되게 심각한 문제구나. 대통령은 옷도 외교인데 대통령이 외교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최순실이 개입을 했구나'는 걸 단지 1~2분 사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거죠. 한겨레가 취재했으니 종편들이 따라 한 측면도 있겠지만, 영상의 힘이 대단하단 생각은 드는 것 같아요."

- 가장 눈에 띄는 게 TV조선일 것 같아요. TV조선은 7월에 보도하다 송희영 주필 사건으로 주춤하다 다시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TV조선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TV조선 보도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TV조선이 냈던 보도들은 이미 예전에 취재가 된 것들이잖아요. 의상실도 몇 년 전 영상이고 최순실씨를 따라가서 영상을 찍은 것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있었던 일이기도 하죠.

TV조선이 이걸 취재하고서도 정작 보도를 하지 않았었는데 사태의 추이가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TV조선도 다시 꺼내야겠다는 걸 느꼈나봐요. 저희가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을 인터뷰했더니 그는 이걸 검증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게이트가 있고 언론사는 놓칠 수 없는 특종인데, 그걸 일단 감추고 있다가 어느 정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2016년 대한민국을 흔드는 스캔들의 주요한 이름으로 등장하니, 이전에 취재한 걸 까는 건... 저널리즘적 접근보다는 뭔가 정치적인 고려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죠."

- 내년에 종편 재허가 심사가 있잖아요? 현 정부 하에서 재허가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작동한 건 아닐까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기는한데, 조선일보가 총선 이후부터 친박하고 거리를 뒀거든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이 있을 때부터 박근혜 후보보단 이명박 후보에게 무게를 실었던 것도 조선일보예요. 그랬던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특징이 과거 일을 잊지 않으시잖아요. 박근혜 정권 창출에 조선일보과 TV조선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지만, 총선 이후 상황을 보면 (조선이) 친박에게 경고도 날리고 박 대통령을 향해선 '공천에 개입하지 말라'는 사설로 공세도 벌였잖아요. 조선일보는 우병우라는 사람이 같이 가면 정권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보도를 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청와대나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감쌌죠. 그리고 (조선을) 오히려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하거나, 청와대 관계자가 악명으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해서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TV조선 재허가 국면을 생각했을 때, 지금 정권으로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 그럼 TV조선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분리해서 봐야 할 건, TV조선이나 조선일보가 (보도를) 해야 하는 건 맞죠. 언론이라면 당연히 보도해야 하는데 왜 지금 이런 방식으로 강력하게 공격을 하느냐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1987년 이후 조선미디어그룹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해온 조선일보였고 기득권의 중심에 서 있던 것 역시 조선일보였기 때문에, 지금의 보도는 당연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겨레 등 다른 언론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그런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봐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지상파 보도는 어때요?
"공영방송은 임명권자가 대통령이잖아요. 대통령 눈치를 보면 안 되지만 계속 눈치를 봐왔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죠. 지금 국민 대다수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공영방송이 그 기대를 못 채워 준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공영방송 내부에서 기자들이 특별취재팀을 꾸려서 이걸 계속 취재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을 때도 묵살을 해왔거든요. JTBC가 태블릿 PC를 공개한 이후엔 뭉개고 조용히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공영방송에서) 한 것 같아요.

공영방송이, 이제와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취재를 하지만 다른 언론이 다 휩쓸고 간 자리기 때문에 거기서 새로운 걸 발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겠죠. 그러나 예전엔 최순실의 '최'자도 안 나왔는데 지금은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긴 하죠.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박 대통령의 생각이나 입장을 과도하게 많이 반영하는 리포트도 보이고... 지상파 같은 경우에는 지금 거의 멘붕에 빠진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상근 미디어오늘 기자
 정상근 미디어오늘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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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편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게, 2014년 세월호 때처럼 가십 기사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가십 기사가 많죠. 의상실 영상 같은 경우도 중요한 보도이기는 한데 편집하는 방식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확 받아들이는 점도 있어요. 그것은 중요한 보도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그 이후 종편에서 그 보도를 했는지 잘 모르지만, 언론에서 차은택 감독의 대머리에 집중한다든지 가십성 보도를 했죠.

JTBC 같은 경우 한 문제에 대해 정통적으로 지적하는데 다른 종편은 곁가지에 있는 사소하고 자잘한 문제까지도 취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선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과 사적 관계를 통해서 대한민국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자잘한 것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 감독의 대머리 보도는 전혀 아무 의미 없는 보도들이죠."

-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세요?
"거국내각을 처음 꺼낸 것은 조선일보 사설이었어요.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교수를 총리에 내정하고 국회에 와서 헌법에 당연히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얘기하며 그걸 줄 테니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야당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조선일보 사설을 돌이켜보면 박 대통령이 뭔가를 놓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야당도 국정에 책임감이 없냐는 식으로 비판하더라고요. 그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보수 정권의 부패와 비상식 같은 걸 어느 정도 깨부수면서도 보수 세력의 해게모니를 이어가려는 형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 동아일보가 대통령 하야를 언급했더라고요. 아무래도 지난 토요일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이고 이 사람들의 분노가 강하게 표출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에 어떤 스텐스를 잡고 나아갈지 예측은 불가능한 상태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계는 떨어져 나가고 조선일보는 그쪽을 지원하지 않을까란 파악은 가능하죠."

- 조중동의 프레임이 먹힐까요?
"지금은 조중동의 프레임이 대중을 따라가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이것도 조선일보가 처음 취재했지만, 한겨레와 JTBC가 이 사건을 주도하고 조선일보도 중요한 단독을 많이 했지만 계속 따라가며 민심을 살피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번 촛불집회 하기 전에도 조선일보가 성숙한 시위라는 칭찬도 하고 집회 예고기사까지 썼어요. 계속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밀고 나가려고 할 텐데 아직까진 대중의 눈치를 보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경우는 쉽게 그쪽 프레임에 말려들 것 같지 않아요. 워낙 박 대통령이 그동안 최순실과 엮인 게 많아 엉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박 대통령을 만든 게 누구냐', '어떻게 그런 사람을 대통령에 앉힐 수 있냐'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새누리당 지지율이 이렇게 폭락한 적이 없었는데... 그것만 봐도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책임을 묻는 단계까지 국민의 의식이 나아가고 있다고 보이기도 하죠."



태그:#정상근, #최순실, #정운호, #박근혜,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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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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