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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현대차 본사 모습.
 양재동 현대차 본사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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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개선 등) 분명 쉽지 않다. (위기가) 구조적이기도 하고, 내년 이후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

지난 25일 현대기아차그룹의 고위급 임원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대놓고 '위기'라는 말을 쓰진 않았지만, 그에게서 '위기 의식'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물론 현대차만의 위기는 아니다. 사실상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빅2(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나란히 '위기'에 처해있다. 갤럭시 노트7의 글로벌 리콜과 단종사태로 삼성은 7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갤럭시 폭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리콜과 단종 과정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내외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제 위기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 2011년 이후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계속 떨어지면서, 5년 전에 비해 50% 이상 폭락했다.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결국 수출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기차 수출 물량이 5년새 75% 이상 줄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도 지엠 등이 미국업체와 유로, 엔화 등의 약세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유럽과 일본업체들의 공세가 여전하다. 현기차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말 그대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도 경기침체로 소비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사협상 불발에 따른 파업 손실도 올해는 3조 원을 넘었다.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위기의 현기차그룹...임원 급여 10% 삭감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

현대차 3분기 실적 요약
 현대차 3분기 실적 요약
ⓒ 현대차/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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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대내외 악재는 경영성적표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현대차의 올 3분기 매출액은 22조837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10.3%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4.8%(올 3분기)까지 떨어졌다. 기아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위기'다. 현대차그룹은 곧장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갔다. 이번 달부터 51개 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10%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최병철 현대차 부사장(재경본부장)은 3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시장의 경기둔화와 국내공장의 파업 장기화 등으로 올해 계획했던 판매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초 현기차 연간 판매목표를 813만대로 잡았다. 2015년 판매목표 820만대보다 낮은 수치였지만, 이마저 어렵다는 것.

당장 올해 판매목표 달성은 쉽지 않겠지만,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의 경우 차량 재고를 10만대 넘게 줄였다. 노사간 임금협상도 마무리되면서 공장도 다시 제대로 돌아가게 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경우) 3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재고 감소 등으로 자동차부문의 순 현금규모만 14조460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가동률도 3분기 68%에서 4분기에는 101%, 글로벌공장 가동률 역시 89.3%에서 113.7%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음 달 중순에 공식 출시되는 신형 그랜저가 현대차 국내 시장 내수회복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고감소, 국내외 공장가동률 회복과 중국 등 신흥 시장 공략 가속화에 기대감

베이징 현대가 내놓은 신형 아반떼(현지명 링동)
 베이징 현대가 내놓은 신형 아반떼(현지명 링동)
ⓒ 베이징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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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쪽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의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포츠다목적자동차(SUV)와 함께 판매 단가가 높은 고급차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시장은 현기차 입장에선 매우 중요하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뜨거운 전쟁터가 됐다. 지난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기차는 2003년에 10만대 판매를 기록하면서 당시에 '현대속도'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이어 지난 2010년 100만대, 2013년에 150만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현기차는 중국에서 급성장했다. 물론 최근 들어 이같은 분위기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 이어 중국 토종업체의 추격까지 거세지면서 현기차의 시장 수성도 만만치 않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월 베이징현대 딜러대회에서 "중국시장의 경우 단기 성장에서 장기적 관점의 성장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며 "새 공장을 건설하고, 브랜드 이미지 역시 재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병철 부사장도 "중국 시장의 경우 올해 말로 끝나는 구매세 인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이번 달에 출시하는 베르나의 신차 효과도 극대화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기차는 중국시장에 맞는 신차를 적극 개발해 내놓으면서, 양과 질에서 균형적인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창저우 등지에 새 공장 연간 270만대 생산체제...품질과 고객만족도 역시 올라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을 둘러싼 공업의 요지인 창저우공장을 새로 짓고, 제2의 '중국신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비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을 둘러싼 공업의 요지인 창저우공장을 새로 짓고, 제2의 '중국신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비치고 있다.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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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차는 최근 창저우에 새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내년에 충징 공장까지 새롭게 문을 연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내에서 현대기아차만 연간 2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하게 된다. 양적인 성장과 함께 품질과 고객만족도 등의 질적 개선도 필요하다.

실제 지난 9월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제이디 파워(J.D.Power)가 내놓은 '2016 중국 신차품질조사'를 보면, 전체 45개 일반 자동차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2위를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4위에 올랐다. 1위는 독일 베엠베의 미니였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 혼다, 닛산, 미국의 지엠 등은 현기차보다 낮은 순위였다.

또 13개 자동차 부문별에선 현기차 4개 차종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형 쏘나타를 비롯해 신형 투싼과 싼타페, 기아차의 K2 등 4개 차종이 최우수 품질상을 받은 것.

또 지난달 중국 정부가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8개 차종이 차급에 따라 종합 만족도 평가와 서비스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중국의 고객만족도 조사는 정부 산하기관인 중국질량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매년 농업, 공업분야의 강철, 기계,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고객 면담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정부기관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 진행하는 방식으로 중국내에선 최고 권위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라며 "신형 아반떼를 비롯해 투싼, 스포티지, K3 등 모두 8개 차종이 차급별로 종합 만족도와 신차부문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중국뿐 아니다. 미국에서도 현기차의 소비자 대상으로 한 품질 신뢰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내놓은 '연간 자동차 신뢰도 조사(2016 Annual Auto Reliability Survey)를 보면,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 29개 가운데 기아차는 5위, 현대차는 7위에 올랐다.

현대차 브랜드 가치 변화추이
 현대차 브랜드 가치 변화추이
ⓒ 인터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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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에 내놓은 현기차 모든 차종이 중상위권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기아 K5(현지명 옵티마)는 대형차와 중형차 각각 부문에서 '가장 신뢰할만한(Most Reliable)'로 뽑히기도 했다.

최 부사장은 "미국과 함께 이미 중국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라며 "앞으로 SUV, 친환경, 신세대 등 이들 3가지로 신세대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닥을 찍었다'는 현기차, 이제 정말 위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을까. 자동차 업계의 구조적인 품질 논란, 글로벌 시장의 소비 정체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현기차 입장에선 하나같이 쉽지 않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다시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현기차, #위기, #비상경영체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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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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