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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9월 30일. 도토리어린이집 여섯 살, 일곱 살 어린이들이 '함께살이'를 하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함께살이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어요. 그동안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자고 온 적이 있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도토리집에 다같이 모여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지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산책 시간이지만, 함께살이가 주는 기운이 엄청난가 봅니다. 평상시에 산책으로 가자고 하면 약간 힘들어했던 마당바위(해발 200m 정도)도, 어느 한 아이 힘겨운 내색 않고 신나게 다녀왔지요. 즐거운 마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말이지요.

높이 오른 기념으로 "야호"를 외쳐보기로 했어요. 평상시 같았으면 서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자고 아우성일 텐데, 이때만큼은 순식간에 한 마음이 됐어요. 그래서 산에 대고 모두 한 목소리로 외쳐봤지요.

"야~호~! 우리 오늘 함께살이 한다~!"

마당바위 오르는 길. 길이 조금 가파르긴 해도, 함께살이하는 날이라 그런지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마당바위 오르는 길. 길이 조금 가파르긴 해도, 함께살이하는 날이라 그런지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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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는 함께살이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됩니다. 네 살, 다섯 살 동생들을 집으로 보내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저녁밥상 준비였어요. 이날 만큼은 어린이들이 직접 밥상 준비를 해보기로 했지요. 오늘 저녁 밥상은, 김밥! 먼저 손을 깨끗이 닦고, 재료가 준비된 상에 삼삼오오 모둠지어 앉아 직접 김밥을 말았어요.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시긴 했지만, 막상 아이들이 직접 하려니 쉽지는 않습니다. 김 위에 밥알을 얇게 펴는 게 힘들기도 하고, 먹고 싶은 재료를 마음껏 올렸지만 막상 마음처럼 잘 안 말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몇 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혔는지, 순식간에 밥은 어떻게 펴야 하는지, 재료는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 손에 익었나 봅니다. 맨 처음 긴장했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재잘재잘 이야기꽃도 조금씩 피어납니다.

아이들이 조심스레 김밥을 만들고 있어요.
 아이들이 조심스레 김밥을 만들고 있어요.
ⓒ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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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계란 두 개 넣어야지."
"난 햄 두 개 넣었어."
"앗, 단무지 빼먹었다."

열두 아이들이 척척 말아대니, 다 만들어진 김밥이 순식간에 쌓여갑니다. 이 많은 김밥을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이 쌓였지요. 하지만 선생님들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먹는 것도 야무지게 먹었어요. 어떤 김밥이 자기가 만든 김밥인지 서로 자랑하며 말이지요.

저녁 밥상을 마치고나서는 선생님들 마음이 바빠졌어요. 아이들이 씻기도 해야 하고, 마을서원에 마실도 다녀와야 하거든요. 선생님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그래도 갈아입을 옷 꺼내어 미리 준비해두고, 씻으면서 스스로 비누칠하는 모습, 목욕 마치고 알아서 자기옷 챙겨 입는 모습 보고 있으면 대견스러울 뿐이에요.

다 씻고나니 바깥도 어둑해졌어요.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이번에는 밤마실을 나가습니다. 캄캄한 밤, 또래친구들과 어울려 동네를 거니는 것 또한 마냥 신나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직접 만든 김밥을 이웃 이모삼촌들께 나눠드리고, 마을서원 옥상에 가서 군고구마 먹으며 옛이야기 듣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일이지요.

하늘에 구름이 껴서 예쁜 별을 보지 못한 것이 아주 약간 아쉬움으로 남지만, 괜찮아요. 별은 다음에도 볼 수 있으니까요. 도토리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어요. 이렇게 함께살이 첫째날이 저물었지요.

아이들이 만든 김밥을 한 마을에 살고 계신 다른 이모삼촌들께 직접 나눠드렸어요. 아이들이 직접 만든 김밥이라는 말에, 이모삼촌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지요.
 아이들이 만든 김밥을 한 마을에 살고 계신 다른 이모삼촌들께 직접 나눠드렸어요. 아이들이 직접 만든 김밥이라는 말에, 이모삼촌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지요.
ⓒ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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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마을서원 옥상에 둘러앉아 새참을 나눠먹었어요. 아쉽게도 날이 흐려 별을 보지는 못했지만, 함께 나눠먹는 군고구마 맛은 정말 맛있습니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마을서원 옥상에 둘러앉아 새참을 나눠먹었어요. 아쉽게도 날이 흐려 별을 보지는 못했지만, 함께 나눠먹는 군고구마 맛은 정말 맛있습니다.
ⓒ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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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서원 옥상에서 내려오기 직전, 계단에 앉아 예쁘게 찰칵!
 마을서원 옥상에서 내려오기 직전, 계단에 앉아 예쁘게 찰칵!
ⓒ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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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아직 해가 뜨기도 전부터 아이들 눈이 떠졌어요. 옆에 누워있는 친구 얼굴을 보니, 또 장난기가 꿈틀거립니다. 잠옷 바람으로 이부자리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며 옆 친구들과 조잘조잘 떠듭니다. 마치 아침을 깨우는 산새들처럼 말이에요. 실컷 늘어지게 이부자리에서 놀았기 때문일까요.

다같이 이불 개고 정리하자는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은 어떤 망설임도 없이 척척 이불을 개고,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그리고는 선생님께서 끓여주신 맛있는 누룽지를 먹고 아침산책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함께살이 모든 일정을 마쳤어요.

어떤 순간에도 흠뻑 젖어 즐겁게 놀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의 특권인가 봅니다. 실컷 친구들과 어우러져 놀면서 자라나는 몸과 마음은, 덤으로 얻는 선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함께살이의 기쁨을 아이들만 누린 것은 아니었어요. 하루하루 맑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같이 시간 보낸 선생님들 또한 깊은 감동과 기쁨을 누렸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아름다운마을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admaeu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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