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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되고 있지 않는 아동안전지킴이집 현판. 사진/육성준 기자
 ▲ 관리되고 있지 않는 아동안전지킴이집 현판. 사진/육성준 기자
ⓒ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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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운영되고 있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이 홍보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아동안전지킴이집을 통해 범죄를 예방한 사례는 지난해 0건, 올해도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경찰청은 2008년 4월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를 신설했다. 당시 안양에서 초등학생이 유괴·살인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기도 일산에서도 초등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일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신설 당시 지역주민이 함께 아동유괴·납치·성폭력 등 강력 범죄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충북 경찰은 초등학교 통학로를 포함 학원가·아동범죄취약지역 등에 위치한 편의점·문구점·약국 등을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했다. 청주 318개·충주 167개·제천 103개 등 충북 도내에 1022개가 운영됐다. 하지만 시행 9년 차를 맞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위촉 점포, 기본 매뉴얼도 몰라

청주시 수곡동 한 초등학교 앞 ○○슈퍼. 슈퍼 한편에는 이곳이 아동안전지킴이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엠블럼이 붙어 있다. 취재진이 아동안전지킴이집 활동에 대해 묻자, 슈퍼 주인은 "잘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매뉴얼에 따르면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위험에 처한 아동을 발견하거나 아동이 도움을 요청하면 112 또는 관할 경찰서로 연락해야한다. 아이를 안심시키고 아이의 말과 행동을 세세히 기록해야한다. 길 잃은 아이를 발견하면 경찰청 실종아동 찾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동안전지킴이집 위촉 점포를 확인한 결과 점포 주인들은 기본적인 매뉴얼도 숙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동안전지킴이집 위촉 점포임에도 점포주인이 위촉 사실조차 모르는 곳도 있었다.

위촉 점포 주인인 A씨는 "하도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골목에 있는 동네 슈퍼다 보니 아이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다"며 "여기서 10년을 넘게 가게를 운영했지만 도움을 요청한 아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촉 점포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청주시 용암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교육을 받은 기억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신경을 덜 쓰게 됐다"며 "정기적으로 교육이나 사후관리를 해줘야 할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교육은 매년 정기적으로 해당 경찰서에서 현장방문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모르는 것은 위촉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이용해야 할 아이들도 아동안전지킴이집의 존재를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다. 취재진은 분평동 학원가에서 초등학생 10여명에게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물었지만 단 한 명도 아는 학생이 없었다.

초등학교 1, 3학년 두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 C씨는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제도가 있다면 좀 더 홍보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좋은 제도임에도 알지 못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도 아이들에게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진행하면서 관련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충북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이와 관련한 홍보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며 "관련 교육과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경찰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은 기억도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청도 아동지킴이집 홍보 뒷짐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D씨도 "그런 제도가 있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지만 정확한 위치나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로 도움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아동안전지킴이집을 통해 경찰이 출동한 사례는 2015년 0건, 올해는 지난달까지 단 1건에 불과했다. 홍보예산도 240만 원이 전부다. 또한 충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아동안전지킴이집 현황이나 위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관련 제도를 알고 있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담당부서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일관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전담경찰관과 관련제도 홍보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출동 건수가 적은 것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잘 활용돼 관련 범죄가 예방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도내 아동들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의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위험으로부터 안전할까?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945건에 이르며 올해는 7월 말 기준 893건으로 지난해보다도 발생 건수가 증가할 전망이다. 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건 주변의 관심"이라며 "아동안전지킴이집 같은 제도도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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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찰, 여성안전위한 '반딧불편의점' 시행

충북지방경찰청이 지난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안전귀가시스템인 '반딧불 편의점' 제도를 시작했다. '반딧불 편의점'은 성폭력·가정폭력 등 범죄로부터 위험에 처한 여성의 안전을 위해 유흥가 밀집지역 및 원룸촌 등 여성들이 불안을 느끼는 지역에 있는 편의점을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영동에서는 가정폭력으로부터 위험에 처한 여성이 반딧불 편의점을 보고 뛰어들어와 도움을 요청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현판도 LED로 바꿔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반딧불편의점을 통해 범죄예방 효과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선돼야 할 점도 있다. 현재 '반딧불편의점' 운영교육이 점주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되고 있어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확대해야 한다. 실제로 취재진이 야간에 '반딧불편의점'을 찾아 해당 제도를 물어보자 모른다는 답변이 속출했다. 아르바이트생 B씨는 "사장님께 교육을 받지 못했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서에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나가는 만큼 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동안전지킴이집, #충북경찰, #청주, #충청리뷰, #박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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