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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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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한 국장급 간부가 직원들의 승진에 큰 영향을 주는 근무성적평정(이하 '근평') 제도와 관련해 이를 주관하는 행정국의 '특혜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큰 반향을 낳고 있다.

전효관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국장급)은 지난 6월 21일 서울시 직원게시판에 "몇 차례에 걸쳐 근평이 불합리하다는 직원들의 얘기를 들었다"며 "행정국 근평이 유리하다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제안한다"는 글을 올렸다.

행정국은 서울시의 인사와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부서로서 총무과, 인사과, 인력개발과, 자치행정과, 정보공개정책과 등 5개 과로 구성돼 있다.

전 기획관은 "현재 교육 가신 직원은 행정국 소속으로 되어 근평을 깔아주기 때문에 다른 본부나 국에서는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며 "문제제기 하는 분들은 일종의 적폐 내지 불공정 사례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직문화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토론되지 않고 묵인되면서 관행화되는 것"이라며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행정국이 인사 관련 업무를 바꿀 의지가 있을까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문화"라고 지적했다.

'행정국 근평이 유리하다'는 전 기획관의 문제 제기는, 장기교육이나 대외기관 파견 대상 직원들의 소속 기관이 해당 기간 동안 행정국으로 변경되어 일괄 관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원 소속 기관의 직원수는 줄고 행정국의 직원수는 늘어 행정국의 근평 가능 인원이 늘어나게 된다.

서울시 근평 점수는 '수', '우', '양' 등으로 매겨지며 부서당 직원수 최소 5명이 넘어야 1명이 '수'를 받고 승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 1명이 교육 등으로 빠져나가 행정국 소속이 되면 해당 부서는 '수'를 받을 수 있는 정원이 안 되는 것이다. 대신 행정국은 인원이 늘어나 유리해진다.

이로 인해 그동안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수한 직원들이 행정국으로만 가려 하고 민원이 많은 기피부서는 더욱 기피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불만이 쌓여왔다.

이 글이 올라오자, 게시판은 문제 제기를 환영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댓글을 올린 한 직원은 "다른 실국은 부서당 6→7급 근평이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곳도 많은데 행정국은 한 부서에 3-4개의 근평이 나와서 놀랐다"며 "행정국이 다른 실국보다 어렵고 힘든 부서라면 그런 혜택도 줄 수 있겠지만 행정국에 근무해본 경험상 격무부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도 "공무원 생활 시작하면서 행정국에서 일하라는 말을 누구든지 들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며 "거기 가면 행정에 관한 일을 더 배울 수 있다, 인맥을 더 쌓을 수 있다는 부수적인 이유를 들어왔지만 따지고 보면 근평에서의 유리함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원도 "승진한 지 몇 년 안 된 사람도 그쪽(행정국)으로 가면 바로 근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동안 다 알고 있는 비밀이었는데 이렇게 공론의 장으로 나왔으니 이번에 확실하게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을 보탰다.

행정국의 근평 독식 현상을 개선하는 대안도 다양하게 나왔다.

가장 많은 것은 교육, 파견, 휴직 등으로 인해 행정국으로 소속이 바뀐 인원들을 직전 부서의 근평 대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

한 직원은 "행정국은 업무도 다른 사업부서나 지원부서보다 깔끔해서 좋은데 휴직, 교육자 정원까지 전부 가져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이들 정원을 직전 부서로 돌리거나 기피부서로 배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한 "누구나 기피하는 실국은 일도 힘든데 사람까지 못 받으니 점점 더 상황이 열악하다"며 "행정국이 결단을 내려 파견인력이라도 보내서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이 '양'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 외 "근평은 인맥이 좋은 사람에게 유리하니 실력이 좋은 사람에게 유리한 시험으로 승진을 결정해야 한다", "관리자가 아니라 동료들이 근평을 줘야 한다", "행정국 소속 직원들이 3-5년 이상씩 오래 근무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사업소에서도 총무과로 가면 근평이 유리하다 하여 다들 총무과로 가려 한다"는 등 의견들이 쏟아져나왔다.

이에 대해 행정국은 지난 7월 17일 인사과장 명의로 낸 답변에서 "교육, 파견 등 인원에 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인사관리의 필요성과 원 소속기관 근평 시 각 기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기존 시스템이 유지돼왔다"며 "이번 기회에 원점에서부터 논의해 다양한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태웅 행정국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기본적으로 전 기획관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행정국으로 모아놨던 인원을 해당부서에서 인사관리하는 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휴가철이 지나면 노조를 포함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전효관 기획관은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센터장과 하자센터장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개방형 직위 공모로 서울혁신기획관에 취임했으며, 마을공동체와 청년보장정책 등을 총괄해왔다.


태그:#서울시청, #근무성적평정, #근평, #전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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