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옥수수의 계절입니다. 복더위 날씨에 주전부리로 찰옥수수만한 것이 있을까요? 야들야들 씹히는 옥수수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좋아합니다.
추억이 있는 옥수수아내 역시 옥수수를 참 좋아합니다. 아내는 옥수수를 삶으면 두세 개를 후딱 먹고, 이걸로 끼니를 때우기도 합니다. 이 보다 더 맛있는 식사가 있냐면서요. 요 며칠 밭에 나가면 아내는 주문합니다.
"옥수수 몇 개 꺾어오세요. 너무 여물지 않은 걸로!""그래, 알았어! 삶을 준비나 하라구!"
옥수수는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맨날 먹는 밥이나 김치처럼 말입니다. 지금이야 옥수수를 건강식품처럼 먹지만, 예전엔 베고픔을 달래주는 구황작물로, 최고의 양식거리였습니다.
예전 어머니는 울타리 밑이고, 두엄자리고 어디 할 것 없이 많이도 심었습니다. 남새밭 가장자리도 옥수수가 차지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한꺼번에 심지 않고, 시차를 두고 여러 번 나눠 심었습니다. 형제 많은 집에서 여름 내내 먹을 수 있게끔 했던 것입니다.
옥수수 하면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있습니다. 여름밤 마당에 피운 모깃불입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면 아버지는 쑥 말린 것에 불을 붙이고, 거기다 무성하게 자란 생풀을 베다 얹었습니다. 그러면 금세 매운 연기가 마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때 모깃불 연기를 '냉갈'이라 불렀던 것 같습니다. 냉갈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왕왕 거리던 모기는 얼씬도 못했습니다.
모깃불 연기 때문에 눈물 콧물 쏟느라 요리저리 피해 다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냉갈이 맵지도 않으신지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큰 부채로 우리 곁으로 오는 연기를 쫒아주셨습니다. 당시 어른들은 연기도 맵지 않은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모깃불 피어오는 여름 밤, 어머니는 한 솥 가득 옥수수를 쪘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 온 옥수수를 채반에 수북이 내오시면 우리 형제들은 냉갈 매운 것도 잊어버리고, 옥수수 먹기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마당에 펴놓은 큰 멍석에 둘러앉아 먹던 찰옥수수는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요. 음식도 여럿이 나눠먹어야 더 맛있습니다. 형제끼리 얼굴 맞대고 먹는 옥수수맛은 꿀맛이었습니다. 그때 밤하늘의 별은 유난히도 반짝거렸습니다.
옥수수는 맛도 영양도 만점나는 올해 옥수수를 넉넉히 심었습니다. 텃밭 가장자리에 세 번 나눠 심었습니다. 예전 어머니께서 여러 날을 두고 먹을 생각에 시차를 두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른 옥수수, 늦은 옥수수 품종을 달리해서 심은 것입니다.
옥수수는 특별한 재배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모를 부어내기도 하지만, 씨를 직접 심어도 싹이 잘 틉니다. 거름기가 넉넉한 땅에서 아주 잘 자랍니다. 옥수수는 벌레가 먹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고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우리 밭에 옥수수가 잘 자랐습니다. 내 키를 훌쩍 넘었습니다. 옥수수한테 '키다리'라는 별칭이 있는 것도 그럴 만합니다. 키다리 옥수수는 풀숲에서도 큰 키를 자랑하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옥수수는 맛도 좋지만, 우리 몸에도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혈당을 내려줘 당뇨에 좋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좋습니다.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이 있어 뇌세포를 자극해주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습니다. 수험생들한테는 최고의 간식일 것입니다.
옥수수는 주로 쪄서 먹는데, 항산화성분이 많이 생성되어 우유와 함께 먹으면 필수아미노산이 보충되어 찰떡궁합이 됩니다.
옥수수수염도 잘 활용하면 좋습니다. 말려 차로 끓여 마시면 소변을 이뇨작용에 좋다고 합니다. 시중에 옥수수수염차 음료가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그 효험이 인증된 셈입니다.
옥수수 간식, 참 당깁니다"여보, 옥수수 아직 멀었어요?"아내가 옥수수를 빨리 가져오라 성화입니다. 밖에 가스레인지에 솥을 준비해놓고, 대기 중입니다. 물만 넣고 끓일 태세입니다.
아내는 자기가 꺾으면 덜 여문 것을 따게 된다며 옥수수 따는 것은 내게 맡깁니다. 옥수수는 덜 여물어도, 너무 여물어도 맛이 좋지 않습니다. 적당하게 여물어야 단맛이 납니다. 덜 여문 것은 씹히는 맛도 없을 뿐더러 물컹거려 별로입니다. 또 너무 똑똑 여문 옥수수는 딱딱하고 단맛이 덜합니다.
적당히 여문 것은 옥수수수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염이 말라있고, 약간 검은 색으로 변해 있으면 딱 알맞게 여문 것입니다.
아내가 옥수수 껍질을 벗깁니다. 껍질 속 하얀 속살이 드러나자 딱 알맞게 여물었다며 좋아합니다.
이제 옥수수 삶을 차례. 삶는 것은 간단합니다. 방금 딴 옥수수는 다른 게 필요 없습니다. 물만 넣고 삶으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소금을 약간 넣고, 당원을 넣기도 하는데, 방금 딴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맛이 답니다. 그냥 푹 삶으면 되지요.
옥수수가 금방 삶아졌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옥수수가 맛이 찰지고, 달디 답니다. 옥수수는 금방 삶은 것을 바로 먹어야 제 맛입니다. 식으면 딱딱해지고 단맛도 떨어지게 됩니다.
아내는 금방 두어 개를 맛나게 먹습니다.
"당신 그렇게 맛있어?"대답 대신 아내는 또 하나를 집어 들고 옥수수 하모니카를 붑니다. 끼니를 대신할 모양입니다. 옥수수가 있어 행복한 여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