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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황사 발원지 중 한 곳인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사)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올해로 9년째 말라버린 호수를 초원으로 돌리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자는 지난 2014년 사막화 방지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 기자 말

"바람이 불어오면 흙이 쌓여 풀들이 자라날 거예요."

2년 전, 기후변화 등으로 사막화된 호수에서 네이멍구 초원관측설계원 짐써 박사는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가 벌이는 초원 복원 활동에 대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당시 한국 대학생 80여 명(해피무브 봉사단)은 말라버린 호수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이용해 사장작업(바람을 막는 장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관련 기사 : 말라버린 여의도 15배 크기의 호수... 위험신호).

짐써 박사는 "사막화된 지역을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한국인들이)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녀의 장담은 사실일까? 그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이 한낮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네이멍구 사막에서 봉사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의례적 표현은 아니었을까? 기자는 풀들이 자라날 거라는 그의 예언이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 7월 3일 베이징수도공항에 도착한 현대자동차 해피무브 봉사단과 에코피스아시아 관계자 80여 명은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500㎞를 이동해 에코피스아시아가 초원 복원 활동을 위해 전진 기지로 사용하는 시린골멍 정란치 보샤오떼솜 내의 게르(몽골 전통 이동 가옥)촌에 도착했다(우리로 치면 '멍'은 광역시도, '치'는 시·군, '솜'은 읍·면에 해당한다).

노을진 하늘과 몽골 전통 이동식 가옥인 게르를 배경으로 몽골 전통복장을 한 이곳 목축민들이 포즈를 잡고 있다.
▲ 네이멍구 초원의 게르와 현지 목축민들 노을진 하늘과 몽골 전통 이동식 가옥인 게르를 배경으로 몽골 전통복장을 한 이곳 목축민들이 포즈를 잡고 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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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세워진 게르만 30여 동. 학생들은 보이는 것이라곤 지평선뿐인 초원에서 1주일을 머물면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봉사활동과 네이멍구 전통 유목문화를 체험한다. 에코피스아시아 북경사무소 박상호 소장은 "여기서는 도망가도 평지라서 10분이면 찾을 수 있다"며 "살길은 밥 잘 먹고 잘 지내다가 차 타고 다시 가는 길뿐"이란 우스갯소리로 일행을 맞이했다.

마른 호수, 비구름 접근 차단 시켜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이곳 정란치 인민정부와 공동으로 마른 호수 복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중 한 곳이 보샤오떼노르(노르는 호수란 뜻)인데, 크기만 약 30㎢(900만 평)에 이른다. 이곳은 과거 바다였고 강수량이 적은 탓에 염분기(pH 10~13)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에코피스아시아는 알칼리 토양에 자랄 수 있는 염생식물로 호수를 복원하고 있다.

네이멍구에만 메마른 호수가 2만여 개에 달한다는 것이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사무처장의 말이다. 이 지역 호수가 사막화된 직접적인 원인은 비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비가 와도 지하수위가 낮아 금방 빠져 버리기 일쑤다. 메마른 호수에 햇볕이 비추면 뜨거운 열기로 상승기류가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습기를 머금은 구름이 호수 쪽으로 오지 못하게 된다.

호수 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말라버렸는데, 네이멍구에서는 이런 상태의 호수가 대략 2만개 정도에 달한다.
▲ 말라버린 호수 호수 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말라버렸는데, 네이멍구에서는 이런 상태의 호수가 대략 2만개 정도에 달한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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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바람이 강해 그나마 있던 호수의 수분마저 날아 가버려 마른 호수는 더욱 마르게 된다. 네이멍구의 호수를 초원으로 만들지 않으면 사막화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피해는 황사 및 경작지 감소 등으로 네이멍구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4년 사장작업은 보샤오떼 호수 서쪽 약 3.3㎢(100만평) 범위에서 진행됐다. 당시 호수 바닥은 풀 한 기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메말라 있어서 곳곳에서 땅이 갈라진 상태였다. 호수 바닥은 마치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서 작업할 때 여간 애를 태운 게 아니다. 학생들은 삽으로 일일이 바닥을 파서 나뭇가지를 촘촘하게 꽂은 다음 다시 흙으로 메워야 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잠시 비가 내리고 나면 시원할 거라 생각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증발하는 수증기 때문에 호수는 거대한 사우나 장으로 변했고, 진흙이 신발에 두껍게 들러붙어 걷기조차 쉽지 않았다. 당시 스태프로 참여했던 기자도 내리쬐는 뙤약볕 때문에, 연신 물을 들이켜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 어떻게 변했을까?

일행은 반겨준(?) 건 인기척에 놀라 쏜살같이 내달리는 토끼였다. 토끼가 있던 그곳은 흙먼지 날리며 메마른 호수 내 다른 곳과 달리 길이 약 200~300m, 폭 50m 넓이에 풀들로 가득차 있다. 나뭇가지들이 병풍처럼 일렬로 세워진 것으로 보아 2014년 사장 작업했던 현장이 맞다. 짐써 박사의 예언이 정말로 현실이 된 것이다.

실패를 통한 교훈, 사막화 방지 활동의 큰 도움

2014년 7월 보샤오떼 호수에서 한국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나뭇가지를 활용해 사장작업을 벌였다.
▲ 바람을 막아 풀을 자라게 하는 나뭇가지 병풍 2014년 7월 보샤오떼 호수에서 한국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나뭇가지를 활용해 사장작업을 벌였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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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자라나는 식물은 1년생 염생식물인 감봉(우리말로는 나문재)으로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여 있다. 이에 대해 박상호 소장은 "감봉은 처음에 붉은색으로 자랐다가 이후 푸른색으로 변한다"면서 "지난해 자란 감봉이 씨앗을 퍼트려 올해 다시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감봉은 약 80cm까지 자란다.

사장 작업은 바람에 풀씨가 날라 와 안착할 수 있도록 북서풍을 고려했다고 한다. 실제 사장작업을 한 곳은 주변보다 약 10cm가량 흙이 더 쌓여 있다. 동행한 경북대 산림자원학과 서형민 교수는 "주변 초원은 종자뱅크"라면서 "초원에서 날라 오는 씨앗이 많지만, 메마른 호수로 그냥 들어오면 어쩌다 한 번 발아할 수는 있어도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장작업은 풀씨들이 지속적으로 발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 에코피스아시아는 사장작업 외에도 트랙터를 활용해 감봉 씨앗을 파종하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까지 3년 동안 약 10㎢(약 300만 평)를 푸르게 만들었다. 한편 호수 전체를 작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서형민 교수는 "다른 식물들이 들어와 채울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두는 전략"이라 말했다.

2016년 7월, 2년 전 작업 지역을 다시 찾았을 때 사장작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2016년 풀들로 덮인 사장작업 지역 2016년 7월, 2년 전 작업 지역을 다시 찾았을 때 사장작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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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앞서 네이멍구 내 다른 지역에서 마른 호수 복원 활동을 벌였고, 이런 활동 덕분에 중국 사회과학원은 '기업사회책임지수' 4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 내 전문가들의 평가도 후하다. 사막화된 호수를 초원으로 복원하는 활동은 에코피스아시아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박상호 소장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시행착오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단일 종 식재에 따른 문제점이었다. 감봉의 경우 처음 파종한 후 4년 동안 번성하지만, 그다음 해에는 전멸 상태가 된다고 한다. 박 소장은 "한 종이 번성하게 되면 땅 속의 특정 영양성분이 고갈되기 때문"이라면서 "적당히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무조건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4년경부터 지역 목축민들에게 개방해 가축들이 적당히 뜯어 먹게 해 양을 조절하겠다는 것. 이 과정에서 가축의 똥은 식물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또한 다년생 식물과 연계한 호수 복원 전략의 필요성도 느끼게 됐다. 박 소장은 마른 호수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 35종을 실험했고, 감모초와 갈대 등을 전략 종으로 선택했다.

에코피스아사이 현지 관계자가 풀들이 자란 호수를 돌아 보고 있다.
▲ 풀들이 자란 호수 에코피스아사이 현지 관계자가 풀들이 자란 호수를 돌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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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를 통한 호수 복원 시도

서형민 교수는 "내몽고는 생장기가 짧고, 물이 고였다고 말랐다가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사막식물은 비가 안 올 때는 웅크리고 있다가도 비만 오면 금방 발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년생은 뿌리가 살아 있으면 그다음 해에도 금방 안정적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식재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내몽고 호수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준다"고 밝혔다.

사실 번식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갈대는 현지 목축민의 증언이 없었다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식물이었다. 이곳 목축민들에 따르면 갈대는 보샤오떼 호수 남쪽과 동쪽에 번성했는데, 1950년대 말 늑대사냥을 위해 불을 놓은 뒤 사라졌다고 한다. 서형민 교수는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이 지역의 갈대는 대략 4~5m까지 자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에 따라 에코피스아시아는 베이징에서 갈대를 가져와 마른 호수에 식재했다. 그러나 모두 고사하고 말았다. 베이징에서 가져온 갈대는 민물에 적응한 것으로 염분기 높은 이곳에서는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박상호 소장의 고민이 깊어지던 무렵, 다행스럽게도 보샤오떼 호수 북쪽 한 지점에서 살아남은 갈대를 발견했다.

에코피스아시아는 보샤오떼 호수 내에서 자생하는 갈대를 활용해 호수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마른 땅을 뚫고 뻗어 가고 있는 갈대 에코피스아시아는 보샤오떼 호수 내에서 자생하는 갈대를 활용해 호수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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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호 소장은 당장 30m×80m 넓이로 철조망을 치고 보호에 나섰다. 갈대는 소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그냥 두면 절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 이 자생 갈대를 별도의 장소에서 길러서 호수 복원 작업에 활용했는데, 6월달에 식재한 갈대가 금세 옆으로 퍼져 번성하고 있다는 것이 서형민 교수의 말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이곳 갈대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 옆으로 기는 형태였다.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이 강해 위로 자라지 못할 것으로 추정한 박상호 소장은 "다른 호수에서는 위로 자라는 갈대도 있다"면서 "군집을 이루면 바람을 막아 주기 때문에 위로 자랄 수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80cm간격으로 갈대를 식재하면 3년 안에 갈댓잎으로 주변 토양이 덮일 것"이라면서 "2~3년이면 다른 식물들도 들어 올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에코피스아시아 백찬홍 상임이사는 "공익적 활동이지만 외국인으로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중국에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그간 노력으로 마른 호수가 풀들로 덮이는 걸 보면서 사막화 방지활동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그:#사막화, #네이멍구, #에코피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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