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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의자에 앉아 있는 해탈이. 폼이 득도한 견공입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해탈이. 폼이 득도한 견공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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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아, 잘 있었냐?"
"…."

녀석 말이 없습니다. 대단합니다. 어찌 이름을 해탈이라 지었을까. 해탈을 꿈꾸는 인간의 염원을 담았을 거라 짐작할 뿐.

"저 썩을 놈이 대답이 없네, 그려!"
"…."

저것이 어떻게 알아들을 거라고 말을 섞을까?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깔볼 일 아니지요. 절집에 있는 개는 세월 속에 불성(佛性)이 절로 생긴다잖아요. 혹시나 싶어 말을 섞은 겁니다. 의자에 앉은 해탈이 무아지경입니다. 폼으로만 따지면 이미 득도한 견공(犬公)입니다. 저놈 팔자가 부럽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 했거늘….

방생,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삶을 얻고

해안 절벽에 세워진 용월사는 풍경 자체가 그림입니다.
 해안 절벽에 세워진 용월사는 풍경 자체가 그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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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러 오세요."

지난 4일, 용월사(전남 여수 돌산) 원일 스님 요청입니다. 무슨 일일까. 은은한 목탁소리, 바람에 실려 옵니다. 대웅전인 무량광전 옆문에 신발이 즐비합니다. 음력 6월 초하루 법회 중입니다. 그동안 스님과 차 마시며 한담만 나눴습니다. 법회라니, 대중과 함께 스님 법문 들어볼 좋은 기회입니다.

"사람 얼굴 보면 압니다. 복 받을 얼굴인지 아닌지. 그래 복 받으려고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바치고, 심혈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삼보에 귀의하는 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는 걸 배우기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배웠으면 실천해야 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생각과 행동이 안 바뀌고 그대론데 어찌 복 받겠습니까. 생각과 행동이 바뀌고 변해야 복 받습니다. 좋은 심보를 써야 복 받을 심보가 되는 것입니다."

법문 중인 여수 돌산 용월사 원일스님.
 법문 중인 여수 돌산 용월사 원일스님.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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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전으로 이동합니다. 예불을 올립니다. 용왕전 옆에 마련된 방생 장소로 이동합니다. 바다 밑까지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기 위해 통으로 연결한 방생 시설이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절집들이 따로 방생 법회를 여는데 반해, 용월사는 매월 초하루 법회와 방생을 함께 진행한다네요. 방생 대상은 장어입니다. 신도들 장어 한 마리씩 바다로 방생합니다.

"장어는 오늘 아침 여수 남산수산시장 수족관에 있는 걸 사왔습니다. 이 장어들은 오늘 사람들 입으로 들어가기만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생되어 바다로 살아 돌아가게 될 걸 알았을까?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입니다. 이게 다 인연법입니다. 우리네 삶도 보시와 방생 등으로 덕을 쌓으면 좋은 변화가 생깁니다. 세상은 인연법에 따라 흐르고 흐릅니다."

장어 방생을 준비 중입니다.
 장어 방생을 준비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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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깨우침과 깨달음의 차이는 뭡니까?

공양시간입니다. 청각, 고사리, 무생채, 고구마대나물 등을 넣은 비빔밥과 홍합국, 김치 등 조촐합니다. 스님과 앉았습니다. "오늘따라 특별이 홍합국이 준비됐는데 먹을 복이 있다"는 원일 스님의 덕담입니다. 따끈따끈한 홍합국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 줍니다. 공양 후, 스님께서 차를 냅니다.

- 참 스님은 어떤 스님입니까?
"머리를 굴리지 않게 하는 스님이 참 스님입니다. 죽비로 어깨 등을 내리치는 건 머리 굴리지 말고 깨우치라는 의미입니다."

- 깨우침과 깨달음의 차이는 뭡니까?
"깨우침은 지식을 갖고 추론하는 것이며, 개량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사색이고 사유입니다. 깨달으면 모든 게 하납니다. 우주와 내가 한 몸이요, 물과 내가 하납니다. 땅과 내가, 세상과 내가 하나입니다."

불교에서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깨달음, 즉 해탈의 경지에 오른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풍경이 그림입니다. 관세음보살님, 바다 위에 고고히 떠 있는 배들을 굽어보며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용월사 용왕전입니다. 돌을 그대로 살린 게 인상적입니다.
 용월사 용왕전입니다. 돌을 그대로 살린 게 인상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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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방생, 인연법입니다.
 장어 방생, 인연법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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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들 구멍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입니다. 구멍으로 빠져야 바다로 가게 되거늘.
 장어들 구멍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입니다. 구멍으로 빠져야 바다로 가게 되거늘.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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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치된 통을 따라 바다로 풍덩합니다. 장어 한 마리 방생 직전입니다. 장어, 다시 삶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설치된 통을 따라 바다로 풍덩합니다. 장어 한 마리 방생 직전입니다. 장어, 다시 삶을 찾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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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하며 복을 빌고 있습니다.
 방생하며 복을 빌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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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월사 바다 풍경입니다. 구름 걸친 산에는 누가 살까? 현실과 피안의 세계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용월사 바다 풍경입니다. 구름 걸친 산에는 누가 살까? 현실과 피안의 세계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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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용월사, #원일스님, #견공, #해탈, #방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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