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전체보기] 최예용 "옥시 영국 CEO '쏘리' 끝~ 국제불매운동 판 키울 것"
ⓒ 오마이TV

관련영상보기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17일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옥시 레킷 뱅키저 본사를 다녀온 후일담을 들려줬다. 현지 시각 6일 환경단체 활동가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항의 방문단을 꾸려 옥시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을 다녀왔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여전히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레카시 카푸어 옥시 레킷 뱅키저 CEO(최고 경영자)는 주주총회에서 피해자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심각히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카푸어는 항의 방문단과 40분 간 면담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미안하다'며 본인들의 입장만 얘기한 채 자리를 떠났다.

최 소장은 "(카푸어가) '심각히 유감이다',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한 것이 마치 사과한 것처럼 보도자료에 나와 있었다"며 "주주총회에서 '심히 유감이다'라고 표현한 것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게 아니라 경영자로서 회사에 손해를 미쳐 '미안하다' 내지는 '유감'이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격분했다.

카푸어의 사과는 경영진의 '주주 눈치 보기'로도 읽힌다. 최근 옥시 경영진들이 우리나라로 치면 350억 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던 터라 주주들 사이에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소장은 "(옥시 사태와 관련해) 영국 <BBC>나 <파이낸셜 타임스>에서는 일제히 경영진의 고액 연봉을 초점 삼아 기사를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카푸어가 2009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아들을 잃은 김덕종 씨에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했으나, 단번에 거절당했다. 항의 방문단은 개인적인 사과를 받으려 한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카푸어와의 면담을 마친 뒤 항의 방문단이 회사를 나서자 해외 언론사들이 일제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옥시 본사에서는 언론사에 '한국의 피해자에게 사과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린 뒤였다.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기업에서 '할 만큼 했다'고 보여주기 위한 면담이었다. 최 소장은 한국에 돌아와 "사실은 사과가 아니라 항의단과 국민을 농락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소장은 다음 주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주주총회 참석자들이 대부분 소액주주였고, 대주주인 노르웨이 정부의 연금기금 기관을 상대로 경영진의 책임을 얘기해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최 소장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그나마 노르웨이 연금기구가 우리 의사를 전달할 만한 곳이라고 팁을 줬다"며 "다음 주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을 방문해 '노르웨이 정부에 이런 뜻을 전하고 싶다'고 면담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농업용 화학 원료가 가습기 살균제로

"버터플라이이펙트라는 회사의 오 모 씨가 샘플 일부를 (케톡스사에서) 받아서 세퓨를 만든 거예요. '유럽의 프리미엄 상품이다', 'EU에서 안전마크를 받았다'고 이름을 붙여놓고, 실제 내용물은 중국에서 저렴하게 파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가져다 넣어 파는... 이 사기 사건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해버린 거죠."

세퓨 가습기 살균제는 2009년부터 3년간 인터넷으로 판매해 구매자가 적지만, 사용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줬다. 정부에서 조사한 국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530명 중 14명의 사망자를 낳을 정도였다. 대다수 국내 가습기 살균제가 옥시 제품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다.

검찰에서 조사를 해보니 세퓨 가습기 살균제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디움(PHG)를 권장량보다 4배 이상 넣어 제조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 위험한 화학 물질은 어디서,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최 소장은 이미 케톡스사가 문을 닫았지만,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덴마크를 찾았다.

최 소장은 그곳에서 우연히 케톡스사 경영자를 만나게 됐다. 케톡스사 경영자가 여전히 그곳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 소장은 케톡스사 경영자와 즉석에서 인터뷰하게 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오 모 씨가 2007년경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0ℓ도 안 되는 소량의 PGH 샘플을 받아간 것이다. 샘플을 보내준 케톡스사 경영자는 PGH가 덴마크에서는 농업용으로 사용되기에 당연히 그렇게 쓰일 줄 알았으나 오 모 씨와의 연락은 끊겼다. 이후 PGH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사용된 것이다.

최 소장은 "케톡스사 경영자가 '국내업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PGH를 사용하다 샘플이 떨어져 가니 비교적 저렴한 PHMG를 중국에서 수입해 썼다'고 하더라"며 "그걸 들으면서 이 인터뷰를 공개하고, 검찰에 전달해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냥 넘어가면 옥시를 도와주는 꼴"

최 소장은 "비염과 천식도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성이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안에 있는 화학 물질이 직접 우리 호흡기와 피부, 눈처럼 민감한 곳에 높은 농도로 자극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비염, 천식 등 환경성 질환자가 있다면 화학 물질로 인한 피해를 본 건 아닌지 의심해보라는 얘기다.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 질환자들을 환경성 질환이라고만 했었죠. (질환자가) 너무 많으니 이 사람들을 다 환경성이라 하기는 그랬던 거죠. 막연하게 환경 문제일 거라 이야기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도 모르고... 아파트들이 다 새로 지어지니까 막연하게 새집증후군을 말하고, 그러려니 한 거예요. 그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직접적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 아니었나."

유해 화학 물질은 우리 생활 속 곳곳에 숨어있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향제도 안심할 수 없다. 방향제는 액상으로 이뤄져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병균이 침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살균 성분이 들어가 인체에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최 소장은 "화장실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방향제를 쓰는 건 위험하다"며 "화장실은 공간이 좁은 만큼 농도가 높아져 고농도로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된다"고 알렸다.

최 소장은 "'이게 관련성 있긴 한 거냐'고 의심하면서 지나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옥시의 잘못을 덮어주는 꼴이 된다"며 환경부 산하의 환경산업기술원에 연락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정식으로 등록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장관은 옥시의 대변인?

옥시 사태를 다루는 환경부의 태도는 처음부터 잘못됐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2011년 8월과 11월에 옥시 사태를 감염성 질환과 연계된 줄 알고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결과를 내놨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화학 물질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환경부는 화학 유해 물질관리에 소홀했던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최 소장은 "환경부는 옥시 사태를 환경 문제라 보지 않고, 제품의 하자로 봤다"며 "환경부 주장대로라면 환경 호르몰 물질이 젖병에서 검출된 것도 제품의 하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태도가 일종의 부처 간 떠넘기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얘기다.

"환경부 장관은 3년 전 국정감사에서 '(옥시 제품을) 개발할 당시 과학적 수준이 호흡 독성이란 개념도 없었고, 제품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알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과학적 불가지론이죠. 저는 그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옥시 대변인인가 싶었습니다."

환경부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 소장은 "예전부터 PHMG가 미국에서는 농약으로 구분될 정도였고, 그만큼 유해성 지적이 있었기에 호흡 독성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했었다"며 "얼마 전 국회에서도 '자기는 잘못이 없다', '피해자를 안 만나겠다'고 하는 (환경부 장관의) 태도도 문제"라고 질타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규용 씨가 퇴임하자마자 며칠 만에 김앤장 고문이 됐다. 최 소장은 "전직 장관은 김앤장 고문으로 가 있고, 현직 장관은 옥시 대변인처럼 말하고, 도대체 환경부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반문했다.

국제적 불매운동이 답이다

"'국제적인 불매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도 옥시가 제대로 사과를 안 하고 버티다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겠다고 한 건 그 전 주부터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번져 나가는 흐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최 소장은 "옥시 본사도 자기들이 60여 개국에 매일 2억 명 이상의 소비자가 자기네 제품을 사용한다고 홍보한다"며 "이들에도 국민적 불매운동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돼, 국경을 넘어 번져 나간다면 옥시 본사의 태도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 소장은 "어떤 형태든 분명하게 책임지고, 책임을 지우는 사례를 만들어야 더는 기업들이 국민과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일이 없다"며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시도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조금이라도 안전한 사회로 갈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옥시 사태의 규모는 점점 커질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100억 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차 소송에 해당하는 규모라 2차, 3차로까지 가면서 최 소장은 최소 10배 이상 금액이 높아질 거라 내다보고 있다. 수사 규모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5월 말이면 검찰 수사가 정리돼 재판으로 넘겨질 것으로 봤는데, 내용이 더 추가되면서 6월까지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말이나 돼야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전체 내용은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태그:#최예용, #장윤선, #박정호, #팟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