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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났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참사 이후 제기된 문제들을 재구조화하는 데 성공했을까?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재구조화의 첫 걸음 역시 진상 규명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재구조화를 이뤄내지 못한 만큼 세월호의 사회적 고통도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재구조화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실행을 성공하지 못한 원인은 논점과 분석 프레임에 따라 다르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의미와 징후, 성찰을 제기한 것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귀결점은 성장지상주의와 시장만능주의를 투 트랙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국가 운영으로 모아진다. 달리 말해 세월호 재구조화는 생명권과 안전권 등이 보장되는 새로운 인간조건과 국가운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사회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한 세상, 시장의 논리보다 민주적 결정이 우위에 서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416 봄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최하고 416안산시민연석회의, 1000인시민위원회 등의 주관으로 28일 오후 안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당에서 열린 '4·16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대안적 가치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도 그러한 재구조화 작업의 일환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민사회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416참사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한 고찰을 통해 한국사회의 대안적 가치로서 416 정신과 가치의 의미를 묻고 모색했다. 그리고 그 물음은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이고,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실천적 과제를 던졌다.

"세월호 참사, 대안적 가치 만들 주체 형성되어 있어"

28일 오후 경기 안산시 안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당에서 열린 ‘4·16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대안적 가치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세월호 이후 대안의 한국 사회를 모색하기 위해 토론을 하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 안산시 안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당에서 열린 ‘4·16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대안적 가치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세월호 이후 대안의 한국 사회를 모색하기 위해 토론을 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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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김왕배 연세대 교수는 '4·16 참사를 통해 본 대안적 가치·사회로의 전환 모색' 발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불러 온 사회구조적 요인을 ▲ 생명과 인권의식, 직업윤리의 문제 ▲ 국가시스템과 리더십의 문제 ▲ 시민사회의 신뢰와 소통, 언론과 미디어의 문제 ▲ 안전문화 정착의 문제 ▲ 일상에서의 안전문화 실천·교육의 문제로 요약했다.

김 교수는 "위에서 열거한 사안들이 어떻게 세월호 참사의 해결의 실마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라고 자문한 후, "하지만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의 사회적 과정은 '기억과 망각'의 투쟁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의 '기억의 힘'들에도 불구하고 망각의 반동적 기제가 총체적으로 등장하면서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교묘한 책임 회피, 미디어의 왜곡보도, 시민단체와 교육계의 침묵,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소위 '적폐'로 지적되던 현실은 좀처럼 변화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다움'과 '사회다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사회는 역사적 사건을 맞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이전에 대해 진실규명과 함께 책임소재를 따지는 일은 '이후', 이전에 문제됐던 구조와 행위 들을 해결하고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국가와 사회의 역량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특히 어린 생명들의 죽음을 통해 생명의 존엄과 인간의 가치라는 사회행로의 방향성을 지시하고 있다"며 "그 방향성은 끝까지 생명과 존엄을 지키려는 열의와 노력, 그러한 제도를 작동하는 국가, 사람들의 공감과 배려를 품은 사회를 만들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역사적 사건(항쟁)을 통해 본 한국사회 대안적 가치 모색과정' 발제에서 먼저 "세월호 참사의 진상도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대안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빠른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했다.

한홍구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죽음에 응답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던 사례로 ▲ 고종 황제의 죽음에 응답해 일어난 1919년 3·1운동 ▲ 김주열의 죽음에 응답해 일어난 1960년 4월 혁명 ▲ 5·18 학살에 응답해 일어난 1980년 광주민중항쟁 ▲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에 응답해 일어난 1987년 6월 항쟁을 꼽았다.

한 교수는 새로운 대안적 가치의 형성과 관련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배·보상, 재발방지, 추모와 회복의 과정과 오랜 실천과 토론을 통해 논의되고 확립된 과거 청산의 일반적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세월호의 기억이 어떤 적극적인 가치를 형성하거나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는 힘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적 가치를 이끌어낼 주체 형성과 관련 "5·18 항쟁 등과 세월호 참사는 차이가 명확하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은 조직적으로 잘 싸우고 있고, 5·18에는 없던 시민단체도 많이 조직되어 있으며,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끊이지 않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가치를 끌어낼 주체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대안적 가치와 관련 "3·1운동이 '민족'의 가치를 부각시켰다면, 4·19혁명은 '민주'의 가치를 부각시켰고, 5·18 항쟁은 민주와 더불어 '민중'과 '자주'의 가치를 부각시켰다"며 "세월호 참사로부터 새로운 대안적 가치를 끌어낼 주체들은 우리 자신들"이라고 말했다.

"대안가치와 대안사회 모색할 4·16 연구재단 설립해야"

안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당에서 열린 ‘4·16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대안적 가치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안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당에서 열린 ‘4·16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대안적 가치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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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에서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세월호 참사로부터 우리가 가진 권리를 새삼 발견했다"며 "안전하게 살 권리,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온전히 치유 받고 지원받을 권리, 모욕당하지 않을 권리, 평등한 애도를 받을 권리, 모이고 꿈꾸고 연대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은 "우리에게 더 시급한 것은 생명과 평화의 이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반생명과 반평화의 현실을 깨어 성찰하고 그것에 맞서 저항하는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해야만 생명과 평화를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정의의 실천으로 정의가 죽임의 바다 속에 침몰해 있는 생명과 평화를 인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홍번 안산YMCA 사무총장은 "3·1운동부터 4·19, 5·18, 6·10 항쟁은 폭력적인 국가권력과의 대립과정에서 만들어 온 인간의 최소 권리에 대한 가치"라며 "4·16 참사는 상시적 위험사회체제에서 시민으로서의 절차적·형식적 권리를 넘어 생명과 안전이라는 인간 본질에 관한 질문과 가치의식의 문제를 한국 역사에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새로운 모색이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비전 아래 대안가치와 대안사회를 모색하는 중심축의 역할을 하는 4·16 연구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며 "5·18기념재단 등은 오랜 기간이 지난 후 '기념' 차원에서 설립됐다면, 4·16 연구재단은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해 416 진상조사와 대안사회 모색과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이전의 역사적 경험과는 달리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의 대안가치 모색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은 엄마' 박은희씨는 "참사 2년을 보내면서 세월호만이라도 이전의 참사로 만들지 말자, 수많은 사건을 통해 맛본 좌절과 망각을 이번만큼은 극복해 보자, 시민들 뼈에 사무치도록 학습되어 유사한 사건이 터질 경우 이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게 하자, 마치 백신처럼 세월호가 시민들 몸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항체를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예은 엄마'는 "쉽지 않은 이 일에 안산이 유가족과 함께 선봉에 서야하고, 기억의 담지자가 돼야하며, 싸우다 지친 이들이 찾아와 힘을 얻고 가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416 이후 대안적 가치 모색 토론회, #416 이후 대안가치 , #416 이후 대안사회, #416 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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