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다시 꽃씨 되어> 한 장면 28살이 된 주인공이 두 친구가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장면

▲ 연극 <다시 꽃씨 되어> 한 장면 28살이 된 주인공이 두 친구가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장면 ⓒ 오명관


지금부터 14년 전, 대한민국은 '한일월드컵 축구대회'로 연일 뜨거웠던 2002년이었다. 그해 6월 4일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첫 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유럽의 강호이자 루이스 피구라는 최정상급의 선수가 포진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둔 13일에 잊어서는 안 될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6.13지방선거가 있던 이 날 오전 10시 30분경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한 시골길에서 당시 조양중학교 학생이었던 신효순양과 심미선양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사고는 월드컵에 묻혀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해 11월 미군 법정은 장갑차를 몰았던 미군 2명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일부 지역에서 추모제를 가졌다가 무죄 평결 소식에 효순·미선 양에 대한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불길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외치며 분노하기에 이르렀다.

연극 <다시 꽃씨 되어> 한 장면 사고 후 14년 동안 고통속에 살아간 주인공이 죽은 친구로부터 위로받는 회상 장면

▲ 연극 <다시 꽃씨 되어> 한 장면 사고 후 14년 동안 고통속에 살아간 주인공이 죽은 친구로부터 위로받는 회상 장면 ⓒ 오명관


이후 14년이 지나면서 잊고 살았던 2016년 어느 날, 전북의 극단 '까치동'이 다시 끄집어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 연극은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 희극상, 최우수연기상, 무대예술상 등을 휩쓸며 2016 대한민국 연극제 전라북도 대표 연극으로 선정된 <다시 꽃씨 되어>(작가 홍자연·연출 정경선)이다.

이 연극은 전북연극제 최우수상 작품 수상 기념으로 지난 23일(토)과 24일(일) 이틀간 3회 무료공연을 했다.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약 200석 규모의 좌석에 매회 마다 자리를 꽉 채워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월드컵 응원 열기와 함께 장갑차에 의해 치여 숨진 두 여중생이 교차하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은 훌쩍거리기도 했다. 특히 주인공이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외칠 때 관객들의 훌쩍거림은 더욱 커져만 갔다.

물론 이 연극은 효순·미선 양의 이야기를 재구성했기에 조금은 밋밋해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당시 상황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약간의 픽션을 넣어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은 유쾌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무 힘없이 죽임을 당해야 했던 그 날, 이들의 슬픔을 함께하고자 거리에 나섰던 그 날. 지금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잊고 지내는 것은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글을 썼다고 홍자연 작가는 말한다.

홍자연 작가는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마치 자신의 잘못으로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갈 친구의 마음을 달래주고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잊지 말자는 뜻과 여중생 사망사건을 상기시키고자 재구성한 작품"이라면서 "죽음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당시 월드컵 분위기와 교차시켜 웃음을 끌어내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극은 오는 6월경에 대한민국연극제가 충청북도 청주에서 개막한다. 6월 16일 2차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익산시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극단 까치동 전라북도연극제 다시 꽃씨 되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