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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당시 의왕과천 지역구 녹색당 예비후보로서 이름을 알리러 다니던 홍지숙 후보와 그를 돕던 녹색당원들을 만났다. 그날은 홍 후보가 거리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며 명함을 돌리고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녹색당원들은 마지막 코스였던 청계산에서 작은 연못을 하나 만났다.

연못은 봄을 알리는 수백 개의 개구리 알로 반짝거렸다. 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린 후보와 녹색당원들은 연못가에 둘러앉아 아이처럼 좋아했다.

개구리는 원래 한반도에 흔한 양서류였다. 그러나 이젠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들어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 개구리는 환경과 생태계가 잘 보전된 청정지역의 지표가 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홍지숙이라는 후보와 그녀를 발굴하고 세상에 내보인 녹색당의 존재 자체가 바로 개구리처럼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싶었다. 집권 정당 후보들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의왕과천 지역구에서 녹색 정치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었다.

실망할 각오 했지만... 녹색당은 달랐다

선관위에 정식으로 후보등록을 마친 홍지숙 후보. 의왕과천지역구 기호 5번을 받았다
 선관위에 정식으로 후보등록을 마친 홍지숙 후보. 의왕과천지역구 기호 5번을 받았다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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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린다.
"의왕과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녹색당 홍지숙이라고 한다. '지숲'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출판사의 북디자이너로 일했었고, 현재는 과천녹색당 사무책임자를 거쳐  지금은 경기녹색당 운영위원장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정당 활동은 언제 어떻게 하기 시작했나?
"녹색당에 처음 가입한 것은 2014년 지방선거 전이었다. 그 전엔 정당가입을 한 적이 없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녹색당의 서형원 후보가 과천 시장 후보로 출마했었다. 서 후보는 시의원 생활을 8년 동안 하실 정도로 과천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이었다. 평소 지지하던 인물이기도 해서 선거운동을 돕고 싶었다. 그래도 정당 활동은 처음이라 망설였는데 같이 하자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때 선거운동하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서 후보는 아쉽게도 당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선거운동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낙선여행'이라고 해서 전국여행을 떠났다. 전국 녹색당 네트워크를 통해 방방곳곳의 녹색당 당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녹색당 당원들이 우리에게 자기 집과 시간과 음식을 내어주었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 경험들이 무척 좋았다. 여행을 다녀오니 과천녹색당에서 사무책임자 자리를 제안해 주셨다. 정당 활동은 잘 몰랐지만 연락책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 수락했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녹색당 사무책임자로 활동한 경험은 어땠나?
"처음 할 때는 내가 좀 부족할지라도 녹색당에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막상 해보니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더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다 보니 같이 하면 뭐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들과 계속 대화하고 일하면서 내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내 안에 오랫동안 묵은 자본주의 시스템들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직장이나 군대나 한국 사회의 대다수 조직 안에서는 작은 실수라도 하면 '왜 이런 실수를 하냐' '이 정도 밖에 안 되냐', '똑바로 해라'등 혼내고 다그치면서 추궁한다. 완벽하게 일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느낌을 주는 구조다.

예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여러 단체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했었다. 처음에는 내가 할 줄 아는 일(디자인)로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으나 점차 특정 업무를 처리해주는 도구로만 활용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NGO나 기독교단체나 모두 결국엔 똑같았다.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을 많이 했다.

과천 시장 선거운동을 도우러 왔을 때도 처음엔 실망할 각오를 하고 합류했었다. 하지만 녹색당은 달랐다. 예전의 실망스러웠던 단체들과 전혀 다른 조직이었다. 한 예로 당시 선거운동을 하던 중 어떤 분이 실수를 하셨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는 큰 실수였다. 그런데 선거운동 본부장이셨던 분이 실수한 사람을 나무라거나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요. 그럼 이제 어떡하면 될까요?'라면서 쿨하게 일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여긴 누가 오더라도 모두가 그를 환대했다.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아닌, 그 사람 자체를 소중한 녹색당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진심으로 한팀이 되어 선거를 치른 거다. 그게 다른 거대정당들의 그 어떤 거창한 당론보다 좋았다. 지금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들에게 우리 지역을 맡길 수 없었다"

홍지숙 후보와 의왕과천녹색당원들의 정당연설회
 홍지숙 후보와 의왕과천녹색당원들의 정당연설회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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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로 출마할 결심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작년부터 20대 총선을 어떻게 치를지에 대한 논의를 오래 했다. 반년 이상 직접 사람들을 만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텃밭에서 만나기도 하고, 마을 정자에서 만나기도 하고, 동네 안에서 사람들끼리 만나는 작업을 계속했다. 이런 논의를 통해 우리가 반드시 총선에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 후보를 내야 한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2012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만 출마해 큰 낭패를 봤던 뼈아픈 경험이었다. 비례대표만 있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굳은 결의를 했다. 특히 당의 사무책임자로서 이런 논의가 이뤄졌던 모든 모임에 나가고 이 내용들을 정리했던 나로서는 특히나 더 후보를 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후보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엔 반장선거처럼 후보 추천을 받기로 했다. 4명이 후보로 추천받았고 그 중엔 나도 끼어 있었다. 

사실 나는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후보를 선출하는 총회 전날, 고민 끝에 후보 사퇴의 글을 올렸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아 있던 후보가 한 명 있었는데 그분도 사퇴 글을 올린 것이었다. 결국 모든 후보들이 사퇴해버린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실의에 빠져 한숨도 못 잤다. 그리고 다음 날 결국 나 자신의 후보 사퇴를 취소하게 되었다.

이번에 녹색당에서 후보가 안 나온다면 그 이후 상황은 너무나 익숙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같은 당에서 누가 나올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생명의 의제들, 우리 삶의 토대를 이루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없는 정당들에게 우리 지역을 맡길 수 없었다.

적어도 이런 이야기들이 정치 공간에서 언급될 수 있기 위해 녹색당 후보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내 이름과 얼굴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후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가셨다. 그런 마음으로 다음 날 총회에서 단일 후보로 출마를 했고 당원들의 투표를 통해 의왕과천지역의 녹색당 후보로 최종 결정이 되었다."

의왕과천녹색당의 세 가지 목표

2015년 의왕과천녹색당 총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된 홍지숙 후보
 2015년 의왕과천녹색당 총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된 홍지숙 후보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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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왕과천녹색당은 전국 녹색당 중에서 지역구 후보를 낸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이번에 후보를 낼 수 있었던 저력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 안에서 수많은 논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리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간다.
만약 우리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선거운동이 녹색당을 알리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녹색당의 국회 입성을 도울 수 있다.

둘째, 우리는 지역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만든다.
과천은 시민풀뿌리 운동이 모범적으로 잘 이루어진 곳이다. 하지만 그 흐름이 오래되다 보니 운동의 주역들이 나이가 들어 활동력이 약해진 면이 없지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청년들이 정치에 나서야 한다. 이들이 나설 수 있도록 공간과 자리를 마련하고 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의왕과천녹색당은 총선 이후에 지방선거 의회도 노리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치적인 행보에 앞장서고자 한다.

셋째, 우리는 단순히 당선을 바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지난 과천시장 선거운동 때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당보다는 후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당선을 기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 때에는 이와 다르게 녹색당의 의제를 많이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재개발, 동성애 등 누군가 불편해하는 의제일지라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기에 당당히 이야기하기로 했다. 이를 부정하거나 숨기지 말고 밖으로 드러내어 논의할 때 소수자들도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 권력자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가진 세상으로의 전환을 우리는 목표로 한다.

-현재 의왕과천 지역구의 핫이슈는 무엇인가?
"단연 재개발과 재건축이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를 지으려 하고, 기존의 아파트를 밀고 재건축을 시도 중이다.

의왕의 경우 지금 수도권의 허파나 마찬가지인 수도권 그린벨트를 40% 이상 차지하고 있다. 거대 뉴스테이 단지가 들어오면 그 규모가 엄청나서 이를 기존의 주택 수와 합치면 의왕 인구수가 2배로 뛴다. 이렇게 급작스런 인구유입이 시작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과천의 경우 5개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올해 안으로 이주를 마쳐야 한다. 근데 이게 총 5천여 세대, 과천시 전체 인구의 20%다. 과천은 특히 세입자 비율이 높아 60%에 이른다. 집이 헐리니까 기존에 살던 이들은 어딘가로 떠나야만 하는데 갈 데가 없다.

돈 없으면 밀려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순히 그들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한 번에 떠나면 지역 상인들은 어떻게 될까? 남아있는 거주민들의 환경은 누가 지켜줄까? 오랫동안 공사 먼지와 소음에 시달리다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로 인한 경관훼손까지 감내해야 한다.

이 지역은 오래된 주민들이 많고 정주율도 높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아낀 이유는 단순히 녹지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여긴 시민운동의 역사도 깊은 곳이다. 대안학교, 공동육아, 학교자치단체 등 다양한 방식의 주민자치생활이 살아 있다. 지역 안에 이슈가 생기면 시민들이 알아서 같이 해결하고 운영해 왔다.

이들이 떠나면 기존의 도시도 생명을 잃는다. 이미 재건축이 완공된 단지도 있다. 도시 지형이 바뀌면서 도시 주체들이 바뀌니까 주민들을 기반으로 한 유익했던 자치활동들도 다 사그라질 것이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성장해간다"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녹색당 홍보물을 나눠주며 선거운동 중인 홍지숙 후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녹색당 홍보물을 나눠주며 선거운동 중인 홍지숙 후보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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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가 된 이후의 변화와 느낌도 궁금하다. 
"처음엔 홀가분했다. 우리 지역에 녹색당 후보가 꼭 필요했는데 그게 해결됐으니. 하지만 곧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어 밤에 잠도 안 오고 그랬다. 지금도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

처음 길거리에서 정당연설회를 했을 때, 떨려서 마이크도 제대로 못 잡았다. 오죽했으면 지나가던 시민들이 힘내라고 외쳐줬을까. 이젠 많이 하다 보니 시민들에게 넉살 좋게 장난도 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공식 석상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과 같은, 평소라면 절대 안 했을 일들을 후보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도 많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해보니 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여러 모로 나를 성장하게 해준다.

선거운동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건 어렵지만, 서로 협력해서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일은 할 수 있다. 사실 공동체를 만들고 다 함께 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 여간 더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같이' 한다는 게 중요하다.

후보라는 자리가 항상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자리다 보니 내 말과 행동에 더 책임을 갖고 고민하게 됐다. 과거에 서형원 후보 선거운동을 할 때 누군가 그랬다. '당신이 그렇게 그를 지지한 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처음엔 그 말을 듣고 놀랐지만, 그 말이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려면 선거가 끝났다고 단순히 사라지는 건 도리가 아닌 거 같았다. 내가 지역에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내가 했던 선거운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녹색당에서 일하게 된 것도 그것의 연결 선상에 있었던 거 같다. 이제는 후보까지 하게 됐으니 이 책임을 앞으로 어떻게 져야 할지 고민이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꼭 이루고 싶다거나 쟁취해야만 하는 목표가 있진 않다. 대신 인생의 진수를 맛보고 삶의 근본을 만나고 싶은 소망은 간절하다. 참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생명을 기르는 사람들이라 그런 이들의 글만 봐도 큰 울림이 느껴진다.

동네 출판사 겸 책방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다.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의 책도 좋지만 하나밖에 없는 책도 특별한 매력이 있다. 독립출판물 제작을 돕거나 직접 기획해서 내 손으로 책을 내고 싶다.

내가 지금 하는 활동들이 석·박사 학위를 딴다거나 이렇다 할 자격증을 따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채우고 성장시키는 밑거름이라고 믿는다. 내 안에 차오르는 게 많아지면 그게 자연스럽게 넘쳐서 글이든 그림이든 뭐든,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 녹색전환연구소 박이상 편집위원
'녹색전환연구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전망을 고민하고 이야기하고자 만들어진 곳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생태적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녹색전환연구소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igt.or.kr/)



태그:#녹색당, #홍지숙, #의왕과천, #녹색전환연구소,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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