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실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한 중앙위원이 비례대표 공천 선출방식에 대해 "A,B,C 그룹으로 후보자 명단을 발표한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다"며 "비대위에서 다시 심사숙고해서 재심해 달라"고 요구하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더민주 중앙위원, 비례대표 공천 선출방식 이의 제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실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한 중앙위원이 비례대표 공천 선출방식에 대해 "A,B,C 그룹으로 후보자 명단을 발표한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다"며 "비대위에서 다시 심사숙고해서 재심해 달라"고 요구하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이 20일 20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안을 발표했다. 언론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2번을 배정받아 비례대표로 5선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으며, SNS 등에서도 이 사안을 중심으로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필자는 이번 더민주의 비례대표 공천안을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그것은 김종인 대표가 2번을 받았다는 점을 두고 그런 것이 아니다. 필자는 김종인 대표가 당선권에 배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15번 정도로 당선 가능권 후순위를 배정받는 것이 더 낫다고 보기는 하지만 2번을 받는다고 해서 이것이 문제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고 현재 당 대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후보자들이다.

비례대표 후보는 대표성, 상징성, 헌신성 갖춰야

비례대표 후보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헌신에 있어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 3가지 요인을 모두 갖출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2가지 요인을 갖춘 사람이 비례대표 후보자가 되는 것이 옳다.

시민사회 내에 존재하는 여러 사회조직 중에서 정치적 지향점이 뚜렷한 경우도 특정 정당과 조직적인 결합을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대신 정당과 해당 조직 상층 엘리트 세력들 사이의 낮은 차원의 연대 방식을 띠게 된다. 그리고 연대는 정책과 공천을 통해서 현실화된다.

이들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구 단위 선거 경쟁력이 약하다. 그래서 공천의 경우 주로 비례대표를 통해서 선출직에 도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당선권에 있는 비례대표 후보자의 경우 정당의 정체성과 그 당의 총선 전략을 대표하는 인물로 선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사정상 지역구 후보자로 나서기에는 곤란하지만 정당에 소속되어 있거나 관련 분야 활동을 통해서 도덕성, 실력, 헌신성 등 여러 면에서 정치적 능력과 기여를 한 인물이 비례대표 후보자로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정당의 내적 역량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공천의 경우 당선권에 배치된 사람들은 순번 배정과 동시에 당선이 사실상 보장되기 때문에 후보자 선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더군다나 비례대표 의석이 54석에서 47석으로 줄었기 때문에 더욱 이 점에 유념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더민주의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전략과 스토리가 없는 비례대표 공천안

이번 공천안을 보면 더민주가 대변해야 하는 당의 정체성, 대표성, 헌신성 등 여러 요인에서 뚜렷한 가치를 내세우기 힘든 인사들이 당선권에 배치되었다. 단적으로 비례 1번을 받은 박경미 교수를 살펴보자. 비례대표 1번은 정당의 정체성, 총선 전략 등을 감안해서 최적의 후보자를 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박경미 교수의 여러 활동을 살펴보아도 그가 1번을 받아야 할 상징성, 기여, 대표성 등에 있어 납득이 가는 부분이 거의 없다. 냉정하게 보면 1번은 고사하고 그가 당선권에 배정되어야 할 이유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가 1번을 배정받은 이유를 더민주와 김종인 대표는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는 김종인 대표가 선거 전략으로 강조하는 '경제' 분야와도 무관하다. 이를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해서 보면 당시 민주통합당의 경우 '양극화' 해소를 총선의 주된 이슈로 제기했다. 그래서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서 비례대표 1번으로 전태일 열사 동생이자 노동문제 전문가인 전순옥 박사를 선정했다. 비례대표 1번은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1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더민주가 내세운 비례대표 공천안을 보면 해당 후보자들이 어떠한 전문성, 대표성, 상징성, 헌신성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인물이 한 둘이 아니다. 문제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안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부각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다문화 및 탈북자 관련 인사들을 비례대표 후보자로 선출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바가 있다. 당시 새누리당의 시도는 후에 상당수 진보 인사들도 무릎을 치게 할 정도로 매우 파격적이면서도 진보적이었다.

이처럼 비례대표 후보자는 한 명 한 명이 사회 내의 특정한 가치를 대변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를 통해서 정당이 다른 부분의 약점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야당은 도전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그렇게 볼 때 이번 더민주 비례대표 공천안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번 공천안의 주제와 강점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심지어 후보자 중에서 기본적인 도덕성 문제가 거론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측면을 볼 때 이번 더민주 비례대표 공천안은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울 정도다.

한쪽이 빠진 김종인 중도화 전략의 한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진영 의원 입당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진 의원은 "특정인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 아닌 참된 정당정치가 소중하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참여해서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정치,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통합의 정신을 이룩하는 정치에 마지막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진영 더물어민주당 입당 반기는 김종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진영 의원 입당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진 의원은 "특정인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 아닌 참된 정당정치가 소중하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참여해서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정치,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통합의 정신을 이룩하는 정치에 마지막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번 비례대표 공천안은 김종인 대표 중도화 전략의 또 다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중도화 전략은 정책/인물 두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단적으로 진영 의원을 김종인 대표가 영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가 중도 보수 세력을 포획하겠다는 전략 자체는 옳지만 그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다. 김종인 대표는 전통적 야당 지지층의 정서와 논리에 대해서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본인의 처방을 시도해야만 했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이 부분에서 너무 본인의 판단을 과신한 것 같다.

노동시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인물, 한반도 평화나 남북경제협력 관련 인물, 역사정의 실현 등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 여기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시대적 흐름과 야당이 대변해야 하는 정체성에 부합한 인물이 몇 명 포함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김종인 대표가 이렇게 했다면 오전에 진영 의원 영입, 오후엔 비례대표 공천안 두 가지 카드로 매우 큰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중도화 전략의 길이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한 쪽을 잘 모른다. 그래서 한 쪽의 정서와 논리를 고려하지 않는 불완전한 중도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제대로 견제를 하지 못하는 김종인 대표 외 다른 더민주 지도부의 책임은 매우 크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그들이 김종인 대표가 균형잡힌 중도화 전략을 취할 수 있도록 자기 중심을 잡았어야 했다.

만약 그들이 강하게 중심을 잡았다면 아무리 김종인 대표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처럼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볼 때 이번 비례대표 공천안은 김종인 대표와 현재 더민주 지도부의 공동 책임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사회 보수화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정체성의 변화를 보인 일반인 32명을 심층인터뷰하여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태그:#더민주당, #김종인, #비례대표
댓글6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