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16일 오후 2시 36분]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제도가 큰 위기를 맞았다.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졸속면접 논란, 합격자 자격박탈, '사전과외' 논란이 이어지면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결국, 최종 후보 4명 중 한명이었던 최유진 후보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혼란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갑작스런 청년비례대표 제도 변경이 핵심 원인이란 분석이다.
발단은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인 김빈(본명 김현빈) 예비후보의 탈락이었다. 김빈 후보는 지난 14일 자신을 포함한 9명과 함께 면접에 임했으나 합격자 명단(남 2명, 여 2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관련기사 :
더민주, 청년비례후보 압축... 문재인 영입 김빈 탈락).
김빈 후보는 결과가 나온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면접시간 5분도 이해하기 힘든데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은 더욱 이해가 안 된다"며 "탈락 이유에 대해 어떠한 설명이 없다. 납득할 수 없다"고 썼다.
합격자 김규완 예비후보의 자격 논란과 더민주의 박탈 조치도 이어졌다. 김규완 후보를 둘러싸고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경력'과 '새누리당 보좌진 경력'이 문제가 됐는데, 더민주는 새누리당 보좌진 경력을 공식적 자격 박탈 이유로 설명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15일 "(새누리당 근무 경력이) 더민주 청년비례 자격으로 부적절하다는 게 공관위의 설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규완 후보가 제출한 경력) 서류 상에 새누리당 근무 경력이 없었다"며 "경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우리 당의 실수다"라고 덧붙였다.
곳곳에서 터지는 의혹들하지만 김규완 후보는 "후보서류 접수 시 저는 제 경력을 모두 제출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김 대변인의 발표를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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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후보는 "논란이 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실 근무 경력서도 국회 경력 증명서에 모두 명시돼 있다"며 "치열한 경선을 거친 후보에게 언론의 추측성, 마녀사냥식 기사를 믿고 소명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격 박탈 조치를 취한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합격자 최유진 예비후보가 서류 접수 직전 비례대표 후보 추천관리위 소속 김아무개 국장을 만나 '자기소개서 첨삭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유진 후보는 서류 접수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김 국장을 만나 자기소개서, 의정활동계획서 작성과 관련해 조언을 얻었다. 이 자리에서 김 국장은 다른 농어민 비례대표 지원자의 서류를 최 후보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여기에 비상대책위원인 박영선 의원이 주도하는 경제콘서트에 최 후보가 출연하는 등 박 의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최유진 후보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후보는 1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급한 마음에 특정인의 조언을 거부하지 못했던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실수이고 잘못이다"라며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문제는 전적으로 제 책임이다"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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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빨리', 권한은 '지도부'에게... 졸속 심사 논란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김종인 대표의 제도 변경이다. 김 대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규를 개정해, 청년비례대표 선출 권한을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에 줬다.
11일 김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는 당규 제13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에 부칙으로 "46조, 47조 및 제47조의2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의결로 제20대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후보자 선정 및 확정 방법을 달리해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개정 내용을 종합하면, 심사 시간은 '빨리', 결정은 '지도부'가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더민주는 12일 서류심사를 진행해 14일 면접을 치렀고 그날 바로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앞서 사례에서 보듯이 당규 개정 직후 진행된 심사 과정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김빈 후보가 "5분 면접"을 거론한 것과 더민주의 설명을 인정하더라도 경력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김규완 후보의 사례는, 심사 과정이 그만큼 꼼꼼하지 못한다는 걸 방증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청년비례대표 경선 제도는 당시 '슈퍼스타K' 방식을 차용해 약 한 달 동안 심사를 진행했다. 380여 명이 지원한 가운데 서류 심사, 심층 면접, 청년 캠프, 최종 16인 토론, 청년선거인단 모바일 투표(3일)를 진행해 최종 4명을 선발했고, 2명(김광진, 장하나 의원)을 당선권에 배치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청년비례대표 선발은 지나치게 졸속이라고 할 수 있다.
비대위가 청년비례대표 선출 방법을 변경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대위는 당규를 개정하며 투표 반영 비율도 청년대의원 30%, 청년권리당원 70%로 바꿨다. 개정 전에는 청년대의원 현장투표 20%, 청년권리당원 ARS투표 30%, 청년일반당원 ARS 또는 온라인투표 50%였다. 개정 후 청년일반당원은 아예 투표권이 없어진 것이다. 새로 영입한 인사인 김빈 후보를 비롯해 신인들에게 불리한 개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광진 "사진 한 장 안 보여주고 투표하라?"
청년비례대표 자격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김광진 의원은 청년비례대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두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아무도 모르게 접수가 끝나고 5분의 면접으로 최종대상자 남녀 2명씩 뽑고는 (언론에 문제가 되자 김규완 후보를) 자격박탈 시켰다"며 "본인 스스로가 국회의원 보좌관을 적었음에도 어디서 근무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정도의 평가로 우리 당을 대표할 청년 국회의원을 뽑으려고 했다는 게 황당하고 분노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당장 내일(16일)부터 후보 4명을 두고 여론조사를 돌려서 최종 당선자를 정한다"며 "단 1분짜리 정견발표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상호 간에 토론회 한 번도 없는 상태에서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왜 뽑으란 말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슈퍼스타K는 노래라도 한 곡 들어보고 투표한다"며 "국회의원을 뽑는 이 제도에 목소리는 고사하고 사진 한 장 보여주지 않고 그냥 투표를 하라고 하는 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덧붙였다.
더민주 대의원과 권리당원도 16일 '청년비례대표 부정 의혹에 관한 성명서'를 내고 ▲ 공관위원 전원 사퇴 ▲ 부정의혹 관련자 전원 사퇴, 윤리위 회부 및 사법조치 ▲ 불출마 의원들로 비대위와 새로운 공관위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청년비례대표 공천 과정 중의 불미스러운 부정 의혹들이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로 터져나왔다"며 "너무도 창피해 당원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으리만치 수치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력자 누군가의 백이 없으면 면접조차 볼 수 없는 청년비례 선출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금수저, 흙수저를 논하는 경제콘서트를 할 수 있나"라며 "새로운 더민주로 탄생했는데 80년대보다 못한 구태하고 흉측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