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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3월 14일 오전 11시]

"세월호 다 끝난 거 아니야?"
"아직도 노란 리본 달고 있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이 세월호에 갇혀 스러져갈 때 우리는 '지상 최대 구조작전 중'이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구조 인원은 0명.

9명이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채 2년이 되어가는 지금, 미디어는 '세월호의 기억'을 지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디어가 보여준 진실은 무엇인가요? 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아직도 바다에, 길 위에 있는 것일까요?

미디어에는 미디어로 맞선다는 각오로 참사 직후부터 416연대와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제작하는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을 소개합니다. (텀블벅 바로가기 : https://www.tumblbug.com/0416media)

내가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일원이 된 이유

2014년 4월 16일은 독립영화 감독들의 축제인 '인디다큐 페스티발' 폐막일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서울로 가는 지하철 안 TV 화면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참사 소식은 '전원 구조'라는 자막과 함께 나왔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본 신문기사에는 '선거를 의식한 쇼일 것이다'라는 댓글이 달려있었습니다.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을 때 실종자는 백 명이 넘었고, 다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오니 실종자는 또 2백 명이 넘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동안은 먹는 것도, 웃는 것도, 숨 쉬는 것도 미안했습니다.

'에어포켓'이나 '골든타임'이라는 이름의 기대는 부질없었습니다. 간절한 희망을 품었던 그 시간이 사실은 죽음의 관전이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은 저를 극심한 무기력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온 나라가 생중계로 지켜봐야했던 2014년 4월 16일의 그 기억은 모든 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렇게 가족을 잃은 이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저는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에야 안산분향소를 찾았고 분향소 앞 공방에서 리본을 만드는 유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의 그분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유가족 중 한 분이"왜 가슴에 리본이 없어요?"라고 말을 걸어주셨고 저는 가방에 달려있는 리본을 보여드리면서 가족들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 그 때, 우리 모두는 ‘전원구조’라는 오보와 ‘지상최대 구조작전 중’이라는 왜곡보도에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 2014년 4월의 팽목항 2년 전 그 때, 우리 모두는 ‘전원구조’라는 오보와 ‘지상최대 구조작전 중’이라는 왜곡보도에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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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렇게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대안 혹은 대항 미디어의 역할을 자임하며 독립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감독들의 모임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팽목항, 안산, 서울 등지에서 사건의 현장기록과 유가족 연대활동을 해왔습니다. 저는 앞에 말씀드린 이유 때문에 다소 늦게 2014년 11월부터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희는 2년간의 활동의 결실을 모아 세월호 참사 2주기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을 세상에 내놓으려 합니다.

'미디어에는 미디어로 맞서야 한다'는 다짐으로 활동해온 미디어위원회는 참사 초기에는 시의적절하게 사안을 알리는 것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길어져 가는 세월호 진상 규명 투쟁을 기록하는 동안 쌓여가는 시간의 지층이 그리는 그림을 읽어내고 개별 사안들에 숨어있는 연결성과 구조를 파악해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인 저희들이 2주기를 맞아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를 제작하는 이유입니다.

'기억하려는 의지'의 미디어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미디어에는 미디어로 맞서야한다는 다짐으로 참사 초기부터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 2015년 4월 16일 1주기 추모집회에서의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미디어에는 미디어로 맞서야한다는 다짐으로 참사 초기부터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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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미디어는 4·16 참사 이후 끊임없이 유가족들을 고립시키고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해왔습니다. 유가족들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이들은 여전히 거리와 바닷가에 있습니다.

하지만 주류 미디어에서는 이런 장면이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망각하자'는 유혹과 '기억하자'는 의지의 충돌이 일상을 잠식하면서 현재의 지형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유경근님, 416연대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자 예은아빠인 이 분과 저는 페이스북 친구입니다. 지난 9일, '예은 아빠' 유경근님과 '동수 아빠' 정성욱님은 국회 앞 80시간 단식 1인시위를 시작하며 삭발을 했습니다. 두 번째 삭발입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알리는 기사 제목이 서럽습니다. (관련 기사 : "이래야 기사 한 줄이라도" 두 아버지의 두 번째 삭발)

예은아빠 유경근님과 동수아빠 정성욱님은 국회 앞 80시간 단식 1인시위를 시작하며 삭발을 했습니다. 두 번째 삭발입니다.
▲ 두번째 삭발 예은아빠 유경근님과 동수아빠 정성욱님은 국회 앞 80시간 단식 1인시위를 시작하며 삭발을 했습니다. 두 번째 삭발입니다.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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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활동가인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디어로 맞서는 것입니다. 망각을 조장하는 주류미디어에 맞서 기억하려는 의지의 미디어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는 2016년 인디다큐페스티발 기간에 처음으로 공개됩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을 함께 만들어주세요!

☞ 텀블벅 바로가기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은 2016년 인디다큐페스티발 기간 중인 3월 30일에 첫 공개됩니다.
▲ 2016 인디다큐페스티발 <416 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은 2016년 인디다큐페스티발 기간 중인 3월 30일에 첫 공개됩니다.
ⓒ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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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중언론 <참세상>에도 싣습니다.



태그:#416연대, #세월호의 진실, #망각과 기억, #독립다큐멘터리,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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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제작공동체 푸른영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 여성, 가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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