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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광장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일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긴 하지만 광장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 곳입니다.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마약김밥과 빈대떡, 모듬전과 모듬회, 순대, 떡볶이, 국수, 보리밥 등 다양한 메뉴와 소주, 막걸리 등 술이 어울어져 매일매일 잔칫날 분위기를 연출하죠.

얼마 전에도 저는 광장시장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생굴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2월도 중순이 넘어가는데 겨울이 지나면 굴을 못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죠. 두어 번 들렀던 '이모님'에 들어섰습니다. 운좋게도 딱 한 접시 양의 굴이 남아있었어요.

이곳의 주메뉴는 빈대떡과 모듬전이지만 가자미튀김, 생굴, 이면수구이, 시사모 등도 팔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늘 미소를 짓고 계시는, 손님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항상 행복한 표정을 유지하고 계시는 '이모님'이 계십니다.

생굴은 역시 탱탱한 겨울 생굴

생굴과 소주를 시키자 이모님이 조그만 접시에 간장에 절인 양파를 담아주십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것이지요. 헌데 소주를 내주신 이모님이 부치시던 동태전 몇 점을 제게 주십니다. 절로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탱탱한 겨울 생굴
 탱탱한 겨울 생굴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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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겨울 생굴은 크고, 굵고, 탱탱합니다. 싱싱함이 혀끝에 맴도네요. 굴은 역시 크고 굵어야 제맛입니다. 제철이 아닌 굴은 크기도 작은 데다 흐물흐물한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싱싱한 맛이 전혀 나지 않아요. 말 그대로 '맛이 없습니다'. 일전에 제철이 아닌 때에 먹은 생굴의 맛은 정말 떠올리기 싫습니다.

그렇게 생굴을 먹는데 이모님이 이번엔 '동그랑땡' 몇 점을 더 얹어주십니다. 웃으시면서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달랍니다. 돈보다는 무엇인가를 준다는 것에 더 행복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옆에서 시사모구이를 먹는 분들에게도 이모님은 전 몇 점을 더 얹어주십니다. 이물없이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웃으시는 이모님. 바쁜 시간도 아닌데 국에 밥을 말아 한 술 뜨는 것으로 저녁을 대신하십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듬전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듬전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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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엔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아. 요즘은 더 하네. 그래도 시장은 비싼 것도 아닌데…."

그러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모님의 표정은 여전히 밝습니다. 어쩌면 서로가 어려운 것을 잘 알기에 더 밝게 사시려하고 더 많이 주시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흔쾌히 굴전까지... 정말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먹다보니 생굴 몇 점이 남았습니다. 이모님께 부탁을 드려봤습니다. 남은 굴로 혹시 전을 부쳐주실 수 있냐고.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더니 바로 계란옷을 입혀 전을 부치십니다. 그렇게 먹은 굴전의 맛.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남은 생굴로 이모님은 흔쾌히 굴전을 부쳐주셨습니다.
 남은 생굴로 이모님은 흔쾌히 굴전을 부쳐주셨습니다.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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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전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골로 드나들던 식당에서 자주 즐겨드셨다고 하죠?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싱싱한 굴로 만든 굴전까지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하고 술도 어느 정도 올랐습니다. 그렇게 굴값과 술값을 치르는데 너무나 고맙게 돈을 받으십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이모님.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정겨움, 그리고 푸근한 인심. 어쩌면 이 집의 가장 최고의 양념은 '미소'와 '인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 미소띤 이모님이 계속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바람입니다.


태그:#광장시장, #생굴, #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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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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