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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9일, 테마동물원 쥬쥬를 찾았다. 2014년 2차 동물원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방문 이후 일 년 육 개월 만이었다. 테마동물원 쥬쥬를 처음 찾았던 것은 2009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철창 안에 갇혀 있던 오랑우탄 '우탄'이었다. 2012년 우탄이가 사망한 이후 오랑이가 우탄이의 뒤를 이어 관람객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2012년 겨울, 부산에 있던 복돌이가 고양시에 있는 테마동물원 쥬쥬로 왔다.

동물원 동물복지 실현을 위한 과제

2012년. 2013년 오랑이가 관람객 앞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2012년. 2013년 오랑이가 관람객 앞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 Action for Anim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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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 오랑우탄을 보유하고 있는 동물원은 서울동물원, 에버랜드 동물원 그리고 테마동물원 쥬쥬다. 오랑우탄은 최근 국립생태원과 <한겨레>가 함께 기획한 '거울 프로젝트'의 중요한 대상이 되었다.

실험 결과, 오랑우탄은 자의식이 있는 동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이 최근까지 밝혀낸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진 동물은 코끼리, 오랑우탄 등의 영장류, 돌고래 등이다.

이런 자의식을 가진 동물은 인간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동물원 같은 공간에 가두거나 실험에 이용하게 될 때 윤리적인 논란의 대상이 된다. 오랑우탄의 복지가 동물원의 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동물원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전제가 있다. 현재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 등 지역별로 형성된 동물원수족관협회에서 표방하고 있는 현대동물원의 기능은 크게 종보전, 교육, 휴식, 연구로 나눠 볼 수 있다.

동물원이 단순한 전시와 오락의 기능이 아닌 공적 가치에 부합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종보전과 연구, 교육기능에 대한 기준을 바로 세우고 이를 확대하고자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동물원이 전시와 오락기능에 초점을 두게 되면 상업적인 거래와 이용이 성행하게 되고 이는 동물의 복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원이란 곳이 세계 각 곳의 다양한 기후조건과 생태적 환경에서 살아야 할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 모아놓은 곳이다 보니, 야생동물을 그들이 살고 있던 야생의 생태와 최대한 가까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동물복지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

여전히 파충류등을 만지는 체험전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향후 이 역시 줄일 필요가 있다.
 여전히 파충류등을 만지는 체험전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향후 이 역시 줄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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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동물을 보러 가는 것'이 동물원의 중요한 기능이라는 전제를 둔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가격에 비해 보다 많은 동물을 보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보다 많은 동물, 보다 희귀한 동물을 선호하게 되고 동물원 역시 전시의 초점을 여기에 맞추게 된다.

그러나 동물원 동물의 복지조건을 충족시키려면 각 종뿐 아니라 동물의 개체마다 면적을 비롯한 조도, 습도, 온도, 질병예방프로그램, 무료함을 없애기 위한 행동풍부화 등 많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관람객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동물을 보유하게 되면 이런 조건을 맞추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따라서 동물복지의 원칙이 지켜지는 동물원이란 동물원의 공적 기능, 즉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는 교육의 기능, 그리고 멸종위기종의 종복원과 이를 위한 연구기능에 초점을 둔 곳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동물원과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시민과 관리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중이거나 시행 중에 있다. 최근 생태동물원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400억의 예산을 들여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는 전주동물원 역시 교육에 중요한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동물원 교육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동물을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평소에 하지 않는 인위적인 묘기를 부리게 하거나 과도하게 많은 관람객들이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게 하지 않는 것이다. 2013년 서울동물원의 만지기 체험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생태동물원의 조성을 선언한 전주동물원도 동물을 만지는 체험전이 전면 폐지됐다.

여전히 열악한 테마동물원 쥬쥬의 곰사. 당시 곰을 돌보는 사육사는 곰을 거칠게 다루고 있었고 이를 동물원측에 항의했다. 동물원측은 해당 사육사를 즉각 해고했다.
 여전히 열악한 테마동물원 쥬쥬의 곰사. 당시 곰을 돌보는 사육사는 곰을 거칠게 다루고 있었고 이를 동물원측에 항의했다. 동물원측은 해당 사육사를 즉각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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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공영 동물원의 기능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멸종위기종의 종복원과 연구기능이다. 그런데 종복원에 있어 가장 난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종(亞種)이 다른 종을 번식함으로써 생기는 교잡종의 문제이다. 종간 교잡의 문제는 이들이 사실은 각자 환경에 맞추어 적합하게 분화되면서 진화되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혹한에 적응하도록 두껍고 빽빽한 털을 가진 시베리아 호랑이와 정글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한 얇고 짧은 털을 가진 수마트라 호랑이가 교잡되었을 때 그들의 후손에게는 어떤 특징이 발현되어 나타날까? 교잡종의 문제는 동물원에서 매우 고질적으로 나타났다. 때로는 무지에 의해 때로는 의도적으로 교잡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오랑우탄의 번식, 이대로 괜찮은가?

복돌이가 사는 집. 평생을 거의 나무위에서 사는 오랑우탄을 위해 보다 풍부한 시설물이 필요하다.
 복돌이가 사는 집. 평생을 거의 나무위에서 사는 오랑우탄을 위해 보다 풍부한 시설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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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은 보르네오 오랑우탄과 수마트라 오랑우탄으로 나뉜다. 현대보전생물학의 원칙은 유전적 다양성 때문에 아종마다 따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아종끼리의 교잡 번식문제는 이미 서울동물원에서도 발생했다.

2013년 심장질환으로 서울동물원에서 죽은 보미는 오랑우탄 잡종이었다. 보미가 낳은 새끼도 그리고 보미의 엄마 오순이도 잡종이었다. 1984년 서울동물원 개원 이후 10마리의 오랑우탄이 수입되었는데, 대부분 잡종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1996년경이 되어서야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낸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를 밝혀낼 수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오랑우탄의 번식에 있어서 교잡종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종보전을 위해서는 번식이라는 과정이 필수지만 모든 번식이 종보전이 될 수는 없다. 종보전에도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증식 허가대상, 더욱 확대해야

12월 19일 테마동물원 쥬쥬에서 오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랑이가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랑이가 임신했다'는 직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대신 복돌이가 밖에 나와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복돌이는 담당 사육사의 오랑우탄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관람객과 사진을 찍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오랑이의 번식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 환경청에 문의했다. 환경청은 복돌이와 오랑이에 대한 유전자 검사와 순종 여부를 강제할 기준과 권한이 없고 동물원 측에 자료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상 번식을 하겠다고 결심하면 번식의 정당성 여부를 따질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인공증식 허가대상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포유류의 경우 치타, 사자, 시라소니, 푸마, 표범, 호랑이, 설표, 말레이곰, 반달가슴곰, 아메리카검정곰, 큰불곰밖에 없다. 종선정의 기준은 번식했을 때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종에 한해서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교잡종을 만들어내지 않으려면 '인공증식 허가대상' 확대를 통해 법에 의해 관리받는 야생동물 개체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우선 유전자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국내로 들어온 모든 개체에 한해 유전자 검사를 전수 실시해야 한다.

이미 잡종화된 동물에 한해서는 번식제한을 해야 한다. 또한 번식하려는 동물원과 기관은 종보전에 대한 계획뿐 아니라 새로 번식된 개체에 대한 전시관, 담당 인력, 수의학 기술 보유 등을 엄격히 따져 허가해야 한다. 이미 동물원의 동물들은 포화상태이다. 만약 그 이상을 번식하려 한다면 이들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로 태어난 아이의 복지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오랑이의 출산으로 복돌이가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생태설명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쇼의 요소가 많이 사라진 형태. 향후 복돌이의 복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오랑이의 출산으로 복돌이가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생태설명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쇼의 요소가 많이 사라진 형태. 향후 복돌이의 복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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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단 출산을 통해 나온 오랑이의 아이는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첫째, 쉼터로의 이동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오랑우탄은 한국 고유의 토종 동물이 아니므로 오랑우탄의 생태에 맞고 원래 태어났던 곳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오랑이와 복돌이는 이미 원산지로부터 이탈된 개체이다. 야생으로 돌아가서 적응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후조건이 맞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간다 해도 반야생 상태에서 사람들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야생동물이 원산지를 떠나 타국으로 온 이후 다시 원산지로 돌아갔을 때 질병의 확대를 사전에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야생동물의 질병 발현은 환경에 따라 무한한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 제돌이의 야생방사가 가능했던 것은 제돌이가 남방큰돌고래로 제주 해역 어딘가에서 포획되었기 때문이다. 제돌이는 사실상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제돌이는 불법 포획으로 이미 법원으로 몰수형이 선고된 개체였다. 서울동물원은 제돌이와 돌고래들을 임시보호한 후 시민단체와 서울시, 정부의 도움으로 방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돌이와 오랑이의 법적 소유는 아직 테마동물원 쥬쥬에 있다. 동물원 측이 법적 소유권을 포기하고 쉼터로의 이동을 결정한다 해도 이에 대한 비용을 누가 충당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있다.

둘째, 쉼터로의 이동이 불가능하다면 세 마리의 오랑우탄이 살아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만약 태어난 아이가 잡종이라면 번식제한을 통해 더 이상의 새끼들이 태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절한 피임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순종이라 하더라도 세 마리의 오랑우탄이 최소한의 복지조건을 제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월, 오랑이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질의서를 테마동물원 쥬쥬 측에 보냈고 2월 5일 테마동물원 쥬쥬의 담당자와 동물원에서 비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오랑이는 이미 12월 출산을 마쳤고 사전에 오랑이와 복돌이의 유전자 검사도 이루어졌음을 서류를 통해 확인했다.

출산은 오랑이 방 내에 CCTV를 통해 촬영되었고 2월 4일 동물원 측은 언론에 이를 공개했다.  오랑이와 복돌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동물을 위한 행동'과 동물단체 케어는 동물원 측에 복돌이와 오랑이가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가 더 이상 없도록 요청했다.

2월 5일 동물원 측은 오랑이와 아기를 시민단체에 공개했다.
 2월 5일 동물원 측은 오랑이와 아기를 시민단체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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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테마동물원 쥬쥬는 오랑이와 아이가 살아갈 집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그 전시관은 기본적으로 관람객과 거리를 둔 전시관의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이제 관객들은 오랑이가 자전거를 타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랑우탄은 아무리 사람들과 친화력을 가진다 해도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이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시각으로 함부로 해석해서도 안 되고 이용해서도 안 된다. 인도네시아어로 '숲에 사는 인간'이란 뜻을 가진 오랑우탄. 우리는 오랑우탄을 통해 동물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그들은 우리와 얼마나 다른가.

2013년 테마동물원 쥬쥬는 바다코끼리 학대사건으로 언론의 집중을 받았고 윤리적인 비난을 받았다. 오랜 기간 동물단체와 갈등도 겪었다. 그러나 갈등은 동물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두 개의 동물쇼장 중 한 곳은 동물이 전혀 출현하지 않는 인형극으로 바뀌었고 악어쇼도 사라졌다. 오랑우탄을 이용한 쇼 형태의 체험전은 이미 동물원 내에서 사라지고 있다.

동물쇼장에서 동물을 이용한 묘기는 모두 사라졌다. 인형극이 펼쳐지는 모습.
 동물쇼장에서 동물을 이용한 묘기는 모두 사라졌다. 인형극이 펼쳐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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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들이 진행하는 악어쇼가 사라진 모습. 앵무새가 등장하고 있다.
 태국인들이 진행하는 악어쇼가 사라진 모습. 앵무새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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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동물원 역시 이미 공연장에 오랑우탄을 등장시키지 않고 있다. 또한 2015년 봄 '동물을 위한 행동'이 항의한 아기 오랑우탄 턱걸이 체험도 사라졌다. 테마동물원 측은 오랑이가 관람객과 만나는 것은 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테마를 가지고 인위적인 묘기를 관람객 앞에서 취하게 된다면 분명히 쇼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전면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오후 늦게 동물원을 나오며 테마동물원 담당자에게 물었다.

"관람객들 반응이 어떤가요??"

담당자는 이렇게 답했다.

"예전에는 10명 중 한 명 정도만 동물이 묘기를 부리는 것에 부정적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세 명 정도 그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시민단체들 노력의 성과겠죠."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


태그:#동물원, #오랑우탄, #동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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