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2013년 가을. 갑작스런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치료에 들어갔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던 나였는데 갑자기 닥친 불행은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정신 없이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으며 석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에게는 조금씩 생각의 변화가 찾아왔다.
난생 처음으로 서른이 넘어 큰병에 걸리고 나서야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탓에 열아홉부터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는 공장에 취직을 했고 서른이 넘도록 15년이라는 시간을 쉴틈없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속에서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그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에서 벗어나 뒤도 돌아보고 쉬어가라는 뜻에서 이 병이 나에게 찾아온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 치료를 시작하고 석달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몸 챙기는 데만 집중하며 보냈다.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라는 큰 산 2개를 넘어 회복 단계에 이르고 나니 15년 동안 날 괴롭히던 스트레스가 없는 삶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니 책에서만 보던 인생의 참된 행복의 의미가 뭔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것인지도 스스로 깨우치게 되었다.
갑상샘 암덩이와 함께 직장인의 명함을 버렸다
나처럼 힘들어할 누군가를 위해서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썼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업무 내용을 정리해서 관련되는 사람들에게 e-메일 보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글쓰는 일'이란 별 다른 노력없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내 초등학교 '상장'들을 보니 대부분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해서 받은 상들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릴적에도 나는 글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글짓기 대회가 있어 책상위에 백지를 올려놓고 고민하는 친구들과 달리 주어진 시간의 반 정도가 지나면 이미 내 백지는 빼곡한 글로 차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글 짓기를 포기한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여유롭게 보냈다.
인지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그 재능은 직장에서 보고서나 e-메일을 쓸 때 별 고민없이 남들보다 빠르게 작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고 이후 블로그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내 투병일기를 들려줄 때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이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시민 기자'라는 이름으로 여러 매체에 내 글을 실을 수 있는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평범한 직장인에서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의 변신 동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갑상샘암'과 '블로그'를 꼽는다. 갑상샘암을 겪으면서 인생을 행복을 찾을수 있었고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블로그에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 블로그 방문자는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달이 채 되지 않아 일 방문자 1천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많은 갑상샘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내 투병일기를 보고 힘을 얻었다고 댓글을 달아주었고 내 경험을 대충 써놓은 그 글을 보고 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나는 '갑상샘'이라는 장기가 우리몸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을 때였다. 그런 나에게 기댈 곳이라고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내가 진짜로 원하는 정보는 잘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의 나와 비슷한 감정의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와서 투병일기를 본다면 '고마운 마음이 들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 이야기가 필요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끔 포털 사이트 뉴스 순위권에도 내 글이 걸리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봐주었다.
대한민국 암 발병율 1위가 갑상샘암이라고 한다. 물론 과잉 진단에 대한 논란도 있긴 하지만 막상 자신의 몸안에 암 덩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착한암', '효자암', '거북이암' 등으로 불리며 '암도 아니다'라고 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많아 실제로 갑상샘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갑상샘암 환자들에 대한 시선이 그렇기에 우리들은 외롭다.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엔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병을 경험한 사람들을 찾아 서로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그런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내 이야기를 인터넷에 쓰는 것을 넘어 책으로 출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불행의 씨앗이었던 '암', 진정한 행복을 찾게 해주다
내가 쓴 연재기사를 원고로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거절 당했고 일부 출판사는 원고량이 적어서 원고를 더 보강하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연재기사를 쓰는 것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는데 책을 출간하는 것은 단순히 내 마음대로 글만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출판사 투고에 지쳐 출간을 포기하려고 할 때쯤 모 인터넷 업체에서 만든 작가들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그 플랫폼 서비스에서는 서비스 런칭 기념으로 출판 이벤트를 진행했다. 작품을 응모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우수작을 뽑아 실제로 출판사와 연결해 출판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거다'라는 생각으로 내 연재글을 그 플랫폼에 쓰기 시작했다.
몇 달 뒤 내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졌다. 내 글이 수상 후보작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너무 기뻤고 드디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 연재글은 그 플랫폼과 동시에 <오마이뉴스>에도 연재가 된 글이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에 저작권과 출판 관련해 문의를 하니 책을 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그 플랫폼 회사는 다른 매체에 중복 게재한 글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허무하게도 내 글은 수상 후보작에서 제외되었다. 처음으로 찾아온 출판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나는 좌절했다.
며칠간 잠이 안 올 정도로 너무 분했다. 마치 '희망고문'을 당한 것만 같아서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고 암 투병을 하면서 나에게 찾아온 '긍정의 신'은 '내 글이 책으로 만들어도 될만큼 괜찮은 글이다'라며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지금 내 왼쪽 벽면에는 '사업자등록증'이 붙어있다. <아빠투툼Books> 내가 만든 출판사의 이름이다. 아빠투툼은 인터넷 상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내 고유의 닉네임이다.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출판사 이름을 아빠투툼Books라고 지었다. 그렇게 나의 투병일기는 내 손으로 직접 출판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출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덜컥 저질러버린 출판사이기에 언제쯤 책이 완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조금씩 공부해가면서 책을 만들어 낼 생각이다. 내가 출판사를 창업했다는 소식에 블로그를 자주 찾아오는 환우분들이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그들의 응원은 내가 스스로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출판을 준비하면서 나는 갑상샘암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으로 '인생의 참된 행복찾기' 강연을 하고 있다. 아직 프로 강사는 아니라서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는 한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뛰어 다니는 중이다. 이렇게 나는 갑상샘 암덩이와 함께 직장인의 명함을 버렸다.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불행'이었던 갑상샘암. 지금은 오히려 그 병이 나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있어 참된 행복을 찾게 해주었다.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하다. 그리고 언제나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록 인생의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내려놓는다는 것이 손에 쥔 것을 포기한다고들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삶에 있어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덧붙이는 글 | 왕초보 1인 출판사 대표가 '멘토'를 구합니다. 저의 멘토가 되어주실분들 연락주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