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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친아버지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11살 소녀와 최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남자 초등생 모두 학교를 장기 결석해 주위에서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자체와 교육청,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사회안전망과 아동보호 시스템은 작동하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소녀가 살던 인천시 연수구에 있던 인천시미추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건 발생 8개월 전 운영상 문제로 폐쇄됐다. 이 기관이 계속 연수지역의 아동학대 사건을 '스캔'했다면 소녀가 학대로 고통받던 시간을 줄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천지역 0∼12세 아동인구는 35만2087명(지난해 기준)인데 아동보호기관은 고작 3개(인천시·북부·남부)뿐이다. 학대 신고 건수는 2013년 700여 건, 2014년 1천여 건, 지난해 910여 건으로 증가 추세지만 1개 기관당 직원은 12명으로 일손도 부족한 상태다.

이들 아동이 인천으로 전입 오기 전 살던 부천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천지역에만 9만2946명의 12세 미만 아동이 살고 있다. 지난해 부천에서만 학대신고가 340여 건이 있었다. 아동보호기관은 1개로 이마저도 김포시와 공동 운영하고 있어 인천보다 더 열악하다.

아동보호기관은 숙박을 갖춘 시설은 아니지만 아동학대 예방(감시)활동, 학대 발생 즉각 조치(학대자와 분리 등), 사후 관리, 수사 동행, 심리치료 등을 맡아서 하는 곳이다. 학대 피해로 아동을 부모와 분리할 경우 3개월(최대 6개월)간 임시로 생활할 수 있는 일시보호시설 입소를 맡고 있어 중요하다.

일시보호시설은 학대 아동이 가정위탁, 양육시설(보육원 등), 가족 등 보호 주체가 나타날 때까지 심리치료 등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인천에는 1곳, 부천에는 아예 없어 안양시까지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데다가 지역 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부천원미경찰서는 19일 숨진 소년(사망 당시 7세)이 2012년 7월까지 여러 차례 병원과 약국을 다닌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학교를 결석하기 시작한 지 2개월여 지난 시점이다. 지자체와 교육청, 경찰, 의료기관 등의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이 상호 연계만 됐어도 충분히 이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 주민센터와 학교에서 전입과 전학서류를 작성할 때 별도의 가족관계 증빙서류 없이 수기로 작성하면 돼 거주지 불명 또는 아이의 존재도 쉽게 감출 수 있다.

박말선 인천시교육청 학교교육과 장학사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주민등록 시스템과 학적 등을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며 "주소지에 살지 않는 아이를 학교에서 찾는 일은 쉽지 않아 사회복지사, 경찰 등 사회적인 협조가 상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천에서 아이를 키우는 40대 주부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멍 자국만 봐도 아동학대 의심을 하는데 실제 신고로 이어지진 않는 것 같다"며 "의사들이 아동학대를 파악하기 어려우면 사회복지사나 경찰이 병원에 상주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호일보(www.kihoilbo.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천원미경찰서, #인천시부평구, #인천시교육청, #인천경찰청, #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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