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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7일 오후 4시 23분]

"위암으로 월 400만 원짜리 약을 6개월 복용했는데 아무 효과도 못 봤어요. 치료시기마저 놓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네요. 하지만 속아서 그 약을 구매했다는 것이 더 비참합니다."

"어머니가 몇 백만 원 하는 옻 추출물을 복용했는데 호전되지 않아 사망했어요. 진짜 확실하다면 몇 억도 아깝지 않았을 겁니다. 돈보다 죽어가는 환자를 최우선시 하는 한의사가 되어야 하는 게 먼저 아닌가요?"

"넥시아 치료받고 좋아졌다며 내 엄마에게 적극 추천했던 할머니가 어제 새벽에 돌아가셨어요. 돈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가시면 한이 될 거 같아 결국 한 달이라는 조건을 걸고 오빠와 합의를 했네요. 넥시아 드시지 마세요. 가족 분란만 일으키니까요."

폐암 환우 카페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넥시아 논쟁이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넥시아로 피해를 봤다는 환자도 여전히 나오고 있고, 반대로 효과를 봤다는 환자들의 경험담도 전해지고 있다.

화려하게 등장한 넥시아, 10년째 효능 논란

한방암치료제인 넥시아는 지난 2006년 매스컴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다. 최원철 단국대학교 부총장과 이영작 전 한양대학교 석좌교수가 '암치료 근거중심의학(EBM)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임상 연구 결과가 시작이었다.

당시 이 교수는 "1997년 3월부터 2001년 5월까지 광혜원 한방 병원 재직 시 옻나무 추출물인 '넥시아'로 치료한 3기·4기 암환자 216명 중 114명(52.7%)이 5년 이상 생존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중  4기 말기 암환자의 22.4%가 5년 이상 생존했으며 혈액암(백혈병 포함)은 무려 73.1%가 5년 이상 생존했다"고 전했다. 이 결과는 상당수 언론에 대서 특필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환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고 최원철 부총장을 찾았다. 그러나 논란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이 임상연구 자체에 허점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임상연구 사례자 중 상당수가 수술이나 항암치료와 병행하거나 항암치료를 마친 뒤 넥시아를 복용했다. 따라서 넥시아의 독자적 효과로 단정짓기에 무리가 있는 것이다.

후향적 임상연구 대상 216명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원철 부총장에게 처음 진료를 받은 6명을 제외한 210명 중 의사소견서나 의무기록사본 등의 자료로 분석한 환자는 78명뿐이었다. 나머지 132명은 환자 진술에만 의존한 분석이었다. 또한 임상연구에는 보통 실험군과 대조군이 있는데, 최원철 부총장의 논문은 대조군이 없이 사후적으로 통계 기법으로 이뤄진 후향적 임상연구 결과였다.

하지만 단국대학교 측은 신빙성이 있는 연구 결과라고 주장한다. 학교 측은 먼저 "후향적 조사연구의 특성 상 생존한 사람이 아닌 사망한 사람의 진료기록 사본 등을 수집하기 어려웠다"며 "이런 어려움과 별개로 양방 병원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던 환자군이 자료를 확보한 군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우월했다면 자술에 의존한 연구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해명했다.

’애널스 오브 온콜로지(Annals of Oncology)‘에 보낸 연구물은 정식 논문이 아니라 ‘편집장에게 보내는 독자편지(letters to the editor)’ 였다.
 ’애널스 오브 온콜로지(Annals of Oncology)‘에 보낸 연구물은 정식 논문이 아니라 ‘편집장에게 보내는 독자편지(letters to the editor)’ 였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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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최원철 부총장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학술지 <애널스 오브 온콜로지>(Annals of Oncology)에 넥시아의 말기 암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학술지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출간하며 유럽 20여 개국 종양내과학회의 공식 저널이다. 하지만 그가 보낸 '전이된 신장암 치료를 위한 가능성 있는 치료법으로서의 RVS 추출물: 임상 2례'는 일반적인 논문 형태인 오리지널 아티클(Original articles)'이나 '리뷰(Review)'가 아닌 '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의 논문(letters to the editor)'이었다.

이후 최원철 부총장의 주장에 다시 반론이 제기되면서 넥시아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2009년과 2013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넥시아'의 양방 버전인 '아징스75(AZINX75)'가 도마에 올랐다. 현재 이 약에 대한 임상시험은 종료됐다. 문제는 그 결과를 아직까지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단국대학교 측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임상시험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학교 측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시험용의약품의 무허가의약품 제조 및 판매 혐의로 최원철 교수 등을 수사(무혐의로 결론)했고, 이 과정에서 한 방송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후 어떻게든 임상시험을 진행하려 했으나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유통기한(2년) 만료와 임상시험용의약품을 다시 제조할 수 없는 국내 상황과 연결되어 결국 조기 종료 됐으며, 조기 종료 결과에 대해선 주무기관인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답변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10년째 논쟁만... 보건복지부가 제대로 검증해달라"

지난 4일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에 대한 환연의 넥시아 검증위원회 활동을 보고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4일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에 대한 환연의 넥시아 검증위원회 활동을 보고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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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종로 엠스퀘어에서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아래 환연)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의 효능에 대한 환자단체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정부와 의료계 등 전문가의 검증을 기다리다 못해 지난 2014년 11월에 검증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 10년간 기다렸지만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은 탓이었다.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현재 '다음 아고라청원'에는 "넥시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암환우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서명이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넥시아 치료로 5~10년 넘게 생존하고 있는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로 구성된 환우들의 청원이었다.

"저희는 1997년부터 2015년 지금까지 6570일 동안 넥시아를 복용하며 생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6570일이 지난 후에도 넥시아 치료로 지금보다 더 많은 암환자들이 생존하기를 희망합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넥시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등의 댓글이 아고라청원 글 아래 달리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넥시아로 치료받고 암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환연의 '환자 단체 넥시아 검증위원회'(아래 검증위원회)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완치 사례자를 인터뷰해서 그 효능을 검증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단국대학교 관계자로부터 사례자를 인터뷰 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이후 아무 연락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단국대학교 측은 검증위원회가 충분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에도 연락을 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검증위원회가 고심 끝에 선택한 방법은 논문과 유튜브 영상에 나온 사례를 취합해 검토하는 것이었다. 환연 소속 환우회 대표들이 모여 영상을 두고 장시간 논의를 했다. 비전문가들이지만 그들 역시 투병 당사자였거나 환자 가족이었기 때문에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교환했다. 검토 대상은 10건의 사례였다.

검증위원회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효과가 불분명했다. 우선 논문에 소개된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4명과 유튜브 동영상 인터뷰 형태로 소개된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1명은 1차 관해유도 항암치료로 관해가 되었고, 공고요법 1회를 받은 후 공고요법 2회 시작할 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양방치료를 중단하고 '넥시아'를 복용했다. 보조요법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단지 넥시아 치료만으로 5년 이상 장기 생존한 경우로 볼 수는 없다. 유튜브 동영상 인터뷰 형태로 소개된 고환암 환자 1명도 넥시아를 단독 복용했다가 2회나 재발했고, 다시 양방 치료를 받은 후에 넥시아 단독 복용을 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혈병 치료는 암세포를 없애는 1차 완전 관해 항암치료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공고 요법을 2~4차례 하고 나서 그 다음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 할지말지 결정하는데, 최원철 교수가 제시한 백혈병 환자 사례 상당수가 1차 완전 관해 이후 공고 요법도 몇차례 한 후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나머지 4명은 '넥시아 치료'의 효과를 봤을 수도 있다고 검증위원회는 결론을 내렸다. 유튜브 동영상 소개된 소세포 폐암 환자는 1년간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했지만, 종양이 계속 커졌다. 그는 추가 항암 치료를 거절한 후 '넥시아'를 단독 복용했다.

'애널스 오브 온콜로지'에 소개된 2명의 신장암 환자도 양방치료 없이 넥시아 단독 치료로 장기 생존한 경우다. '검증위원회'가 직접 인터뷰한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관해 유도 항암치료로 완전 관해가 된 후 추가적인 양방 치료 없이 3년간 넥시아를 단독 복용했다. 비록 3년 동안 건강하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넥시아 복용을 중단했고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재발했지만, 넥시아의 치료 효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 4명에게도 의문이 남는다. 여러 양방 치료에 실패하고 임종을 기다리는 말기 암환자 중에는 드물게 장기 생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넥시아 치료를 받지 않고도 백혈병 환자들 중에는 관해유지 기간이 긴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백혈병 환우 중에는, 몸 전체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를 100이라고 한다면 그 중 90%의 암세포를 가졌음에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가 있다"고 전했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말기암 환자들이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쓸데없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고 안기종 환연 대표는 “특히 넥시아 양방버전인 아징스75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서둘러 공개하고 넥시아 효능에 관한 과학적 임상적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말기암 환자들이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쓸데없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고 안기종 환연 대표는 “특히 넥시아 양방버전인 아징스75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서둘러 공개하고 넥시아 효능에 관한 과학적 임상적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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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왔다. 이날 기자회견은 넥시아에 대한 비난의 자리가 아니었다. 계속되는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정부에게 검증을 제안하는 자리였다. 환연은 보건복지부에 객관적인 제3자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넥시아를 검증해 달라고 촉구했다.

과거 송명근 건국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카바수술'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카바수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장기간 계속된 안정성 논쟁을 해결했다. 환연이 제안한 방법도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넥시아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넥시아로 신장암을 치료했다는 사례가 더 이상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넥시아가 유효성과 안정성을 가진 약인지 알고 싶고, 만약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경제적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기암 환자들이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많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넥시아가 좋은 약이라면 이것을 검증하고 이 약을 통해 치료받아서 가족 옆에 오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환연 대표도 "매년 수만 명의 말기 암환자들이 천금 같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는데, 그 중 일부는 한 달에 300~4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넥시아를 복용한다"며 "일부는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은 검증되지 않는 항암제 때문에 고액의 의료비만 낭비했다고 분노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모든 논란을 종식시켜 더 이상 환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또한 "이제 최원철 부총장이 중국 한나라 말기의 전설적 명의 화타인지, 아니면 제2의 황우석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히 넥시아의 양방버전인 아징스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서둘러 공개하고 넥시아 효능에 관한 과학적 임상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넥시아는 약명 아니다. 최원철 교수의 한의학적 암치료연구 프로젝트명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넥시아로 알고 있어서 편의상 넥시아로 명칭한다.


태그:#넥시아, #넥시아검증위원회, #최원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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