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경북대네트워크' 학생들이 3일 낮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화 확정고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경북대네트워크' 학생들이 3일 낮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화 확정고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하는 고시를 발표하자 대학생들이 뿔났다. 대구와 경북지역 대학생들은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1인시위에 나서는 등 국정화 강행을 규탄하고 나섰다.

경북대 총학생회와 연대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경북대네트워크>는 3일 낮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정화가 철회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중근 의사의 손 그림에 '거부한다'는 글을 쓴 종이를 들고 기자회견을 가진 학생들은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데도 정부가 강압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려 한다며 군부독재 정권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국정교과서 고시를 철회하라'는 시국선언문과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확정고시 강행을 규탄하고 국정화가 철회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정부는 지난 2일까지 국민의견 수렴기간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지만 역사학도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의견수렴 기간에 더 강압적인 태도로 국정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정부가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헌법을 무시할 뿐 아니라 역사 연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들은 "조선의 왕도 사관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기에 '조선왕조실록'을 만들 수 있었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올바른 역사책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역사학과 교육학을 침해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절대 만들지 못하며 편향된 시각의 역사관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역사 기록은 역사학자에게 맡기고 교육은 오직 교사에게 맡겨 이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경북대네트워크> 학생들이 안중근 의사의 손 그림에 '거부한다'는 글을 쓴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경북대네트워크> 학생들이 안중근 의사의 손 그림에 '거부한다'는 글을 쓴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북대네트워크는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역사학계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계 대다수를 좌파로 매도하며 국민의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은 채 역사를 정치로 가져온 것은 현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역사에 관한 일은 역사학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들며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올바른 것이냐"고 되묻고 "국가가 국민에게 하나의 올바름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정부여당은 국민들의 전국적인 반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행정예고의 시간만 지킨다고 절차에 따른 공정한 집행은 아니다"라며 "역사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국민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오늘이야말로 부끄러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역사를 고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절망하는 현실을 고쳐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역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수치를 아는 것이 염치라 하였으니 선대의 수치를 미화하려 하지 말고 그를 반면교사 삼아 교훈을 얻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지적하고 "민주국가에서 국정교과서를 통해 국민에게 한 시각을 강제하려는 것은 과거로 퇴행하는 일이며 세계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한결(사학과) 경북대네트워크 대표는 "정부는 국정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국정화 작업을 해왔다"며 "올바른 인식을 담아내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한 권의 교과서로 어떻게 바른 교육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종희 학생(사학과 대학원생)은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색깔논쟁으로 몰고 가서도 안 되고 이념갈등으로 비화해서도 안 된다"며 "역사는 어느 한 단체가 만들고 점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경진 사회대 학생회장도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TF팀을 만들어 국정화를 획책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는 다양성이 반영되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경북대네트워크 학생들이 역사교과서가 죽어가고 있다며 심폐소생술을 통해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경북대네트워크 학생들이 역사교과서가 죽어가고 있다며 심폐소생술을 통해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학생들은 역사교과서를 살리는 심폐소생술 퍼포먼스를 벌이고 매일 오후 경북대 북문 앞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한 대자보를 만들어 학교 곳곳에 게시하고 오는 5일 오후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교내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대구대와 영남대, 대구교대, 대구가톨릭대 등 대구지역 대학교 학생들도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1인 시위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아름(대구대) 학생은 "학교 내에 대자보를 붙였는데 이를 보고 많은 학생들이 동참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구대모임'을 통해 선언문을 발표하고 1인시위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대구대 희망나비'는 성명을 통해 "1965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박정희가 굴욕적인 한일협정에서 돈을 받고 '위안부'문제를 비롯한 역사 청산을 '퉁치기' 했듯이 2015년 친일독재 미화 역사쿠데타를 자행하는 박근혜가 그의 행보를 똑같이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역사교과서?국정화, #국정화?반대, #대경북대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