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의 첫 경기가 막을 내렸다. 상대는 토트넘이었다. 얼마 전 토트넘은 맨시티에게 다득점 승리를 거뒀다. 분위기가 한창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새로운 구세주 클롭이 온 리버풀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결과도 그것을 방증하듯 무승부였다.

양팀의 상대 전적을 보면 조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리버풀이 리그에서 토트넘을 모두 격파했다. 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경기도 팬들은 기대했을 것이다. 비록 감독의 교체가 이루어진 팀의 격변기 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팬들이 클롭 감독에게 기대했던 축구는 경기장에서 그대로 펼쳐졌다. 바로 게겐프레싱(Gegen Pressing)을 보는 듯한 '강한 전방 압박'과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였다.

최소 3명에서 최대 5명까지 펼치는 강한 전방 압박

선수들이 경기 내내 시종일관 압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압박은 분명 가장 효과적인 1차적 수비이다. 감독들도 이러한 압박 축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좋은 체력을 요구하며, 경기 내내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을 권한다.

압박이 중요한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기껏 1~2명의 선수가 압박이 들어가면, 주로 4명의 수비진은 쉽게 공을 돌리며 탈압박이 가능하다. 이것은 짜임새 있는 압박이 아니다. 새로운 감독이 팀에 들어왔다. 그 감독은 이렇게 미흡한 압박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선수와 감독 모두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롭 감독에게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리버풀이 보여준 압박 전술은 짜임새가 있었다. 바로 '개인' 단위의 압박이 아니라 '팀' 단위의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전 리버풀 선수들의 위치

토트넘전 리버풀 선수들의 위치 ⓒ 후스코어드닷컴


위의 이미지에 토트넘전 리버풀 선수들의 위치가 나와있다. 27번, 20번, 10번은 전방에 3톱으로 배치된 선수들이다.

이 3명의 선수가 최소한의 압박을 펼친다. 그러나 4-2-3-1을 활용했던 토트넘이다. 빌드업에 주로 가담하는 선수들이 4-2에 해당하는 5~6명이다. 쉽게 따돌릴 수 있다.

그러나 클롭 감독의 압박은 7번과 23번의 미드필더 선수들이 함께 가담한다. 최대 5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공을 가진 선수와 패스 예상 방향까지 압박이 들어간다. 상대 4백 라인과 수비형 미드필더 선수들이 잘못 처리할 경우 그대로 역습을 허용한다. 경기 도중에 토트넘의 4백도 강한 전방 압박에 당황한 나머지 간헐적으로 공을 헌납해버렸다.

리버풀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간결한 패스 플레이 이후에 슛팅으로 연결했다.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힌 클롭 감독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최소 3명에서 최대 5명까지 강하게 들어가는 리버풀의 압박은 토트넘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도 이런 압박 전술을 즐겨 쓴다. 그러나 자신이 구사하는 압박보다 더욱더 강한 압박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토트넘도, 포체티노도 모두 클롭의 압박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측면을 위주로 한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

클롭 감독은 좌,우 풀백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주문한다. 토트넘전에서도 풀백으로 출전한 모레노와 클라인은 전술적으로 핵심이었다. 이로써 왼쪽은 모레노-엠레 칸-쿠티뉴의 조합, 오른쪽에서는 클라인-밀러-랄라나의 공격 조합이 완성됐다.

골로 기록하진 못했지만, 위협적인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클롭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는 주로 오른쪽 풀백 클라인이 자주 보여주었다. 드리블을 3회나 성공시키며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팀의 공격에 가담했다. 리버풀 선수들 중에서도 드리블 횟수가 가장 많았다. 양팀 중에서도 토트넘의 뎀벨레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클롭 감독이 원했던 속도감 있는 공격이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클라인과 함께 밀너는 오른쪽에서 공격의 속도감을 불어 넣었다. 특유의 활동량과 패스 플레이로 경기장을 휘저었다. 클롭 감독이 원하는 측면에서 속도감 있는 축구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클롭 감독의 축구를 나타낼 수 있는 2가지 키워드인 '압박'과 '속도'를 토트넘전에서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골 결정력에 대한 숙제도 동시에 남겼다.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벤테케와 스터리지가 그리운 순간이기도 했다.

영국에서 가진 첫 데뷔전이었지만, 자신의 축구 색깔을 확실히 드러낸 클롭 감독. 앞으로 안필드에서 선수들의 골 세러머니와 팬들의 함성 그리고 클롭 감독의 멋진 미소가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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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스포탈코리아 게재될 예정
클롭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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