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구자철은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이다. 홍명보 감독과의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까지, 줄곧 팀의 수비진을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정확한 킥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구자철은 수비형 미드필더에 특화돼 있는 선수였다.

이러한 구자철이 '공격 본능'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바로 조광래 전 국가대표 감독 덕분이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시절 조광래 감독은 구자철을 공격적으로 기용했다. 구자철의 수비 능력보다 공격 능력에 더 주목한 것이다. 그리하여 구자철에게 원톱 아래의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처진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부여했다. 이때 구자철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잠재돼 있는 공격 능력을 확실히 발휘했다. 대회에서 총 5골을 몰아 넣으며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구자철의 진화

평소 수비적인 역할에 가려져있던 구자철의 공격 본능은 자신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었다. 아시안컵이 끝난 직후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서 영입 제안이 온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독일에서의 주전 경쟁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구자철은 만주키치, 티아구와 경쟁했다.두 선수 모두 리그에서 구자철보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 구자철이 공격 본능을 발휘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여기서 구자철은 아우크스 임대 이적이라는 결단을 내린다. 그 결단이 지금의 구자철을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구자철은 기회를 주는 팀을 가니 펄펄 날기 시작했다. 총 14경기를 출전하여 5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때 강등 위기에 놓여있던 아우크스는 구자철의 활약으로 1부 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

구자철은 마인츠에서도 선수생활을 했다. 이때도 공격적인 역할을 자주 부여받았다. 본인의 주요 포지션 수비형 미드필더(3선)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2선)로 출전한 기록이 더 많다. 측면과 중앙에 관계없이 2선 어디에서나 중용됐다. 마인츠에서 잦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2시즌 동안 총 24경기 6골 3도움을 기록했다. 이로써 구자철은 2선,3선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미드필더'로 진화하고 있었다.

감독들이 구자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현재 구자철의 이러한 성공적인 진화 덕분에 아우크스는 선수 기용의 폭이 넓어졌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할 때는 구자철이 3선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경기 도중에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면 구자철을 2선으로 올린다. 위치가 변경되도 구자철은 자기 몫을 해낸다. 일단 구자철은 공을 소유할 줄 안다. 그리고 패스를 최대한 간결하게 넣는다. 간혹 골도 잘 넣어준다. 바로 팀 조직력에 윤활유가 될 줄 아는 선수인 것이다.

이것은 마르쿠스 감독의 구자철 사용법을 보면 더욱더 잘 알 수 있다. 리그 4라운드 뮌헨과의 경기에서는 구자철을 2선의 꼭지점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시켰다. 구자철은 이 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리그 6라운드에서는 바이어 대신 구자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3선에 배치시켰다. 역시나 이 경기에서 구자철은 PK를 얻어내며 위치에 상관없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측면에서도 구자철은 자신의 진가를 어김없이 드러냈다. 리그 7라운드에서는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1골을 기록했다. 드리블과 패스 모두 간결하게 하며 동료들과 공격을 이끌어나갔다. 이러한 구자철의 측면 기용은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도 있었다. 손흥민의 부재로 왼쪽 측면에 배치됐던 구자철은 이 경기에서도 1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소속팀은 물론 A매치에서 수비형,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측면까지 모두 가능한 구자철이 됐다. 현재 이러한 '전천후 미드필더'의 모습으로 독일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팀인 아우크스에서 경기력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느덧 아우크스의 중심이 된 구자철.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더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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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스포탈코리아에 게재되었습니다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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