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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리고 올해 김 전 의원은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의 신입 BJ로 데뷔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8월 25일 아프리카TV에서 서른 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 <김재연의 서른쯤에>를 시작했다. <김재연의 서른쯤에>는 세 차례 시험 방송을 거쳐 지난 14일 첫 방송을 선보였다. 시험 방송에 대한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첫 방송 날인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전직 국회의원의 BJ 데뷔 "청년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 김재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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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연의 서른쯤에>란 방송을 시작하셨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지금까지 시험방송을 3차례 했어요. 하지만 첫 방송에 예상보다 많은 분이 주목해 주셔서 당황스러웠어요. 시험 방송이라서 하다 잘 안 되면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많은 관심을 주셔서 부담됐어요.

이제 시험 방송은 다 끝나고 오늘(14일)부터 정식 방송해요. 방송이 재밌거나 유익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관심을 두시는 분들이 많았을 거 같아요. 앞으로는 방송을 잘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부담이 있죠."

- 예상보다 많은 분이 주목했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어 지금 뭘 하는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방송을 왜 하는지 호기심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 요즘 인터넷으로 방송할 방법은 많아요. 그런데 아프리카TV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방송 시청층을 30대로 잡았는데 그들이 팟캐스트를 많이 듣겠느냐는 생각도 있었어요. 팟캐스트는 40대 시청자가 많은 것으로 알아요. 전 새로운 청년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 아프리카TV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기는 했지만, 아프리카TV는 소통 방식이 열려 있다고 느꼈어요. 채팅도 그렇고 팬클럽 가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보였어요.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이것도 시도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겁니다."

- 근황도 궁금합니다.
"제가 청년 비례 국회의원이었지만 임기를 1년 반 남겨둔 상태에서 의원직을 상실했어요. 그 때문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청년 문제의 돌파구를 잘 마련하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있었어요. 국회 밖에 있더라도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청년들과 사업을 도모했죠. 또 한편으로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안에 목소리를 내거나 실천하는 일을 했죠. 제 나름으로는 지난 8개월 동안 무척 바쁘게 지냈는데 언론에 보도가 안 되니까 많은 분이 뭐 하는지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당이 해산되었는데도 검찰 수사가 계속됐고 소환장(출석요구서)도 계속 발부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서른은 외로운 나이, 속내 털어놓을 공간도 없다"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 김재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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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연씨 블로그에 10문 10답을 올리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방송 채팅방에서) 비슷한 질문을 많이 하실 것 같아서요.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많이 하셔도 열심히 대답을 드리고 있죠(웃음)."

- 시험방송을 했잖아요. 처음부터 3번 할 생각이었나요? 아니면 하다 보니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3회로 끝낸 건가요?
"방송 자체를 저도 처음 시도 하다 보니 방송 콘셉트를 결정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한 3회 정도 방송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죠."

- 실제 방송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어려웠어요. 특히 혼자서 한 시간 동안 카메라와 모니터만 보고 얘기를 한다는 것이 무척 어색하더라고요. 팟캐스트처럼 같이 얘기를 주고받을 출연진이 있는 게 아니니까 무반주 댄스를 추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채팅창이 있긴 한데 정신없어서 못 보니 내 얘길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짐작이 안 되었어요. 앞으로 채팅창 소통에도 익숙해지고, 게스트와 함께 하는 코너도 진행하면 한결 나아지겠죠."

- 방송사고 등 에피소드가 있는 것으로 알아요.
"방송장비들이 자꾸 문제를 일으켜서 방송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잡음, 화면 깨짐 등의 문제로 시청자가 불편한 상황이 생겼어요. 다른 아프리카TV 진행자들이 노트북·마이크·조명 정도만 쓰는 것과 달리, 유튜브 생방송까지 겸하려니 장비가 많아져서 오류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방송 때마다 몇 시간씩 테스트하는데도 생방송 직전이나 방송 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아찔하죠. 기다리시는 분들께 너무나 죄송하고,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께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에요."

- 10문 10답 중 가장 먼저 '방송을 하게 된 동기' 말인데요. 요약하자면 '30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는 건데요. 방송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게 낫지 않나요?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것도 지난 8개월 동안 꾸준히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죠. 제가 방송에서 슬로건처럼 붙인 말이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듣기 힘든 말이 30대 이야기다'예요. 왜냐면 서른 전후의 청년은 어디에나 있는데 이 사람들의 진짜 사는 이야기나 고민을 진솔하게 들을 기회는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저와 인연이 닿아서 이야기할 청년이 있어요. 그러나 몇백 명씩 만날 순 없잖아요. 특히 고민이 많고 아픔이 많은 사람일수록 대면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죠. 그래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의 경우 오프라인 상담보다 온라인 상담이 많은 게 사실이거든요. 겉으로 보기엔 다들 멀쩡하게 길을 걷고 차를 타고 밥을 먹으며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 속은 엄청난 갈등과 고민으로 혼란스러운 나이가 30세 또래가 않을까 싶어요."

- 현재 청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청년 연령대가 20살부터 30대 중반까지 넓잖아요. 생각이나 생활방식의 차이가 커요. 그래서 전체를 담으려면 이야기가 방대해지죠. 또 20살 전후 청년들은 많은 사람이 주목해요. 대학교에도 상담소가 있고 선생님이나 선후배와 인생에 대해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요. 그 또래는 진로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는 경로가 있어요. 30대 전후 청년들은 그런 게 거의 없잖아요. 예를 들어 이직을 고민하는 30살 청년이라든지 결혼 고민, 그리고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라는 불안감이 드는 나이가 서른쯤일 것 같아요. 그런데 어디다가 얘기할 곳이 없죠.

그래서 사람들이 온라인 카페에 글을 쓰는거겠죠. 친구도 10~20대엔 많이 만나지만 30대엔 별로 못 만나요. 직장동료가 있어도 평생 다닐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시콜콜한 속내를 다 이야기하기 힘들어요. 서른 살이 됐지만, 사회적으로 독립하거나 자립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갈등과 고민이 많은데 여기저기 치이는 얘기를 나눌 사람도 별로 없고 털어놓을 공간도 부족한 나이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서른 쯤은) 굉장히 외로운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 그만둔 적 없어, 청년 목소리 들으려 노력할 것"

- 아프리카TV는 혼자 캠으로 하는 1인 방송이죠. <서른쯤에>는 제작진이 있는 것 같던데.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해서 방식을 방송으로 시도해보고 있는 거예요. 그중에서 생방송을 찾아보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다시보기를 보거나 짧게 편집된 걸 봐야 하는데 아프리카TV의 화면과 채팅창을 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유튜브로 방송을 송출하고 녹화해서 편집하기 때문에 저 혼자 하기 어려워요. 도움을 주시는 스텝이 지금은 2명 있고 같이 방송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청년들로 방송팀을 꾸릴 생각이에요."

- 장소는 매주 옮겨 다니는 거 같은데 불편하진 않나요?
"불편하죠. 여러 장비가 있는데 세팅하는 게 상당히 힘들어요. 그렇다고 스튜디오를 정하거나 장비를 저희 것으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월요일엔 장비를 빌려서 어딘가 가서 세팅하고 방송해서, 다시 장비를 반납하는 일을 반복하는 거죠. 이게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어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

- 그럼 제작비도 필요할 듯합니다.
"네. 방송 장소를 빌리고 장비를 구매·대여하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들더라고요. 제작비 문제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에요."

- 카톡 옐로우 아이디 친구로 메시지가 많이 오는 편인가요?
"메시지는 다양해요. 응원하는 메시지나 호기심에 인사하기도 하고, 장난도 있어요. 중요한 건 자기 삶의 고민이나 답답한 문제들을 털어놓는 메시지가 매일 오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누굴 상담해 드릴 위치도 아니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요. 더구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저에게 얘기하는지 처음엔 신기했어요. 저나 저희 방송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서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나 그들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것도 있고 본인의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걸 찾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그런 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카톡 계정으로 오는 내용 중에 방송에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한 고민이나 무거운 사연도 많아요."

- 앞으로 방송에 대한 계획이 궁금해요.
"오늘(14일)이 첫 번째 정식 방송인데요. '김재연이란 사람이 이런 방송을 한다더라' 하고 주목하는 분들이 생긴 것까지는 감사해요. 그러나 이젠 '들을 만한 방송이다'나 '내 생각을 여기서 대변해주네'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그러기까지는 채워야 할 내용도 많고 노력도 필요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짧은 시간에 만족스러운 방송이 되진 못해도 꾸준히 대변해야 할 청년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방송으로 보여드릴 거예요. 의정부에서 청년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센터를 준비하고 있어요. 방송에서 다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이번 가을엔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당은 해산되었지만, 피선거권은 있으신데요. 계속 정치할 생각이신가요?
"정치를 그만둔 적은 없어요. 국회의원이 아니라고 정치를 못 하고 있단 생각도 안 해요. 제가 하는 방송도 정치영역이고 의정부에서 활동하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선거 출마를 의미한다면, 선거라는 공간에서 자기 생각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건 필수거든요. 출마하고 싶으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죠. 정당이 없고 정치탄압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어요. 그래서 어떤 방법이 가능할 지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어요."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김재연, #통합진보당, #아프리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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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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