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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처형 6일 전> 겉표지
ⓒ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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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시간 안에 살인범을 잡고 밀실 미스터리를 푼다'

범죄소설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히 호기심이 생겨나는 설정이다. 하지만 작가와 작품 속 탐정에게는 난해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밀실 때문이다.

범죄소설 역사상 수많은 밀실트릭이 만들어졌다. 밀실에 대한 강의가 생겨날 정도였다. 때문에 작가가 새롭고 독특한 밀실트릭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거나 비판받을 가능성이 많다.

두 번째는 제한된 시간이라는 부담감이다. 미제사건으로 분류되는 살인들도 많은데, 살인사건의 진범을 그것도 제한된 시간안에 해결해야 한다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사건수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사형집행을 6일 앞둔 수감자

조너선 래티머는 자신의 1935년 작품 <처형 6일 전>에서 이렇게 독특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제목처럼 작품 속에서 주어진 시간은 오직 6일. 탐정은 그 시간 안에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무슨 이유로 6일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수사할까?

'블랙 탐정 사무소'에 근무하는 탐정 윌리엄 크레인은 한 사건을 의뢰받는다. 웨스틀랜드라는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죽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사형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사형까지 남은 시간은 오직 6일. 그는 재판 당시에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겠지만 그것들은 모두 기각되고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한통의 편지가 그에게 도착한다. 그 편지에는 '나는 당신이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는 요지의 글이 담겨있다. 웨스틀랜드는 그 편지를 보고 다시 힘을 얻었는지 능력있는 변호사와 탐정을 고용한다. 사형을 중지시킬 권한은 오직 주지사에게 있다. 그는 주지사를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증거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문제는 시간이 오직 6일뿐이라는 것.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사건 현장이 밀실이었다는 점이다.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 현관 문은 안에서 잠겨있었고, 사람들이 현관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했다. 이제 탐정 크레인은 엄청난 사건을 떠맡게 된 것이다. 6일. 이 시간 동안 진범을 찾지 못하면 웨스틀랜드는 전기의자에 앉게 된다.

술을 좋아하는 탐정 윌리엄 크레인

작가 조너선 래티머는 상당히 독특한 설정을 만들어냈다. <처형 6일 전>에서 흥미로운 요소는 당연히 시간과 공간이다. 다른 범죄소설들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에 모두 제한이 생기면서 작품이 시작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6일이라는 시간제한을 두면서 시간을 닫아버렸다. 동시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밀실을 만들어내면서 공간까지 닫아버렸다. 이렇게 해서 시간과 공간이 모두 닫힌 작품이 만들어진다.

<처형 전 6일>은 '윌리엄 크레인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기도 하다. 블랙 탐정 사무소의 2인자인 크레인은 술을 좋아하는 인물이면서,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동분서주 한다. 이 시리즈를 하드보일드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윌리엄 크레인은 고전추리소설과 하드보일드의 중간에 서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엘러리 퀸 처럼.

사실 하드보일드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보다는 <처형 6일 전>에서 보여주는 시카고의 풍경과 인물들, 그리고 범죄에 주목해보자. 마지막에 밝혀지는 밀실트릭도 단순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처형 6일 전> 조너선 래티머 지음 / 이수현 옮김. 엘릭시르 펴냄.



처형 6일 전

조너선 래티머 지음, 이수현 옮김, 엘릭시르(2015)


태그:#처형6일전, #조너선 래티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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