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축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압박이다. 강팀과 약팀과 관계없이 압박은 수비의 기본 전술이 되었다. 압박을 수비 시에 맛있게 활용하는 팀일수록 효율적인 축구를 할 가능성이 크며, 조직력 측면에서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넓은 경기장에서 개개인이 하는 압박은 별다른 효과가 있을 수 없다. 팀 단위로의 압박을 할수록 상대방의 빌드업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상대방의 압박에서 공의 소유권을 지키는 것과 전방으로 안전하게 볼을 배급하는 능력은 수비수들에게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다.

 골키퍼와 중앙 센터백이 함께 3백을 형성하여 빌드업 도식. 상대방의 강한 압박에 골키퍼는 센터백과 3백을 만들며 빌드업을 진행한다.

골키퍼와 중앙 센터백이 함께 3백을 형성하여 빌드업 도식. 상대방의 강한 압박에 골키퍼는 센터백과 3백을 만들며 빌드업을 진행한다. ⓒ 장지훈


수비수에게 필수 불가결 요소가 되어버린 빌드업 능력은 결국 골키퍼(GK)마저도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흔히 골키퍼는 박스 안에서만 움직이며 상대 팀의 슈팅을 막아내는 역할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압박이 전술적으로 심화하며, 전략적으로 펼쳐졌다. 무조건 앞만 보며 빌드업을 하려 했던 수비수들이 후방에 있는 골키퍼까지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중앙수비수들은 골키퍼와 패스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위 이미지에서 보듯 전략적으로 측면 윙백은 사이드로 넓게 벌려서 상대방의 압박을 분산시키며 공을 받을 준비를 한다. 그리고 중앙 수비수는 평소보다 조금 더 내려와서 골키퍼와 3백 형태를 만든다. 이때 순간적으로 골키퍼가 빌드업에 가담하며 상대방의 압박에서 수적 우위를 만든다. 그렇게 팀의 빌드업은 한층 더 수월해진다.

이젠 골키퍼 입장에서도 팀의 패스 줄기가 되어 빌드업에 관여하게 되었다. 롱 볼 킥 능력과 함께 정확하고 짧은 패싱력이 필수조건이 됐다. 또한, 과거와 비교하면 조금 더 넓은 활동반경이 수반되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현대축구에서 태동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최근 세계 주요 대회에서 관찰되었다.

2014-2015 챔피언스 리그 4강 바르셀로나 vs. 바이에른 뮌헨

이 경기는 빌드업 능력이 우수한 테르 슈테켄과 마누엘 노이어의 대결이었다. 최종적으로 테르 슈테켄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현재 뛰어난 빌드업 능력과 방어 능력으로 차기 바르셀로나의 문지기로 유력시 되는 테르 슈테켄이다. 리그에서 브라보 골키퍼에게 주전 자리를 밀리는듯했다.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자신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혔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스 4강 1차전에서 호르디 알바와 주고받은 패스 콤비네이션은 11번이나 된다. 골킥을 제외한 총 18번의 패스 가운데 14번의 패스를 성공시킬 만큼 패스 정확도가 뛰어나다. 이러한 테르 슈테켄의 볼 전개 능력은 당시 중앙 수비로 출전했던 피케와 마스체라노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팀이 빌드업 쉽게 할 수 있는데 이바지하였다.

2차전에서 테르 슈테켄은 피케와 11번의 패스 콤비네이션을 이루어냈다. 자신의 빌드업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당시 경기에서 패스 콤비네이션 1위였던 알론소와 베나티아의 15번이라는 기록에 비하면 굉장히 근접한 수치이다. 총 32번의 패스에서 23번을 성공시켰다. 1차전보다 근소하게 감소한 약 72%의 패스 성공률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빌드업 골키퍼의 대명사 노이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노이어는 팀의 중앙 수비수 베네티아와 10번의 패스 콤비네이션이 있었고, 총 19번의 패스에서 17번을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89%의 놀라운 패스 정확도를 보여준 노이어는 골키퍼 빌드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독일 vs. 아르헨티나

노이어는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스위퍼 골키퍼라는 별명과 함께 수비와 볼 배급까지 한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필립 람과 11번의 패스 콤비네이션을 이뤄내며, 총 22번의 패스 중에 18번을 성공했다. 약 82%의 뛰어난 패스 성공률이다. 이를 바탕으로 노이어는 독일 빌드업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브라질 월드컵 기술 보고서에서는 노이어를 현대축구의 완성형 골키퍼라 극찬했다.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은 비단 우리나라도 지향해야 할 세계 축구의 큰 흐름이며 트렌드이다.

상대방의 강한 압박에서 이겨내는 것은 현대축구에서 승리의 일차적인 조건이다. 축구는 시대가 흐를수록 진화하며 고도화되고 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는 골키퍼들이 공을 잡고 보디 페인팅을 하며 볼 키핑을 할 것이다. 또한, 수비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후방에서 공격을 전개해나갈 것이다. 바야흐로 골키퍼가 주도하는 빌드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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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탈코리아>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골키퍼 빌드업 세계축구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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