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입사원 면접 대기실에 앉아있는 취업준비생들
▲ 면접은 언제? 신입사원 면접 대기실에 앉아있는 취업준비생들
ⓒ 김민규

관련사진보기


지난 4일 오후 서울 매봉역에는 정장을 입은 채 부리나케 달려가는 청년들이 있었다. 이들이 이처럼 혼신을 다해 달리는 이유는 한 중소기업의 신입사원 모집 면접에 늦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갑자기 이들에게 문자가 한통 왔다. 면접장소가 바뀌었다며 전철역 출입구에서 기다리면 차량이 와서 데려간다는 내용이었다. 10분을 기다리자 한 승합차가 도착해 이들을 태워 면접장소로 갔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7세 안아무개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 서른 곳 이상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모두 낙방했다. 최종면접까지 가기도 했지만 결국 낙방했기에 돌아온 것은 다시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이었다.

안씨는 "내가 아직도 취직하지 못하는 이유가 서울 명문대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아니면 토익이 900점이 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면접을 보러간 곳은 다단계에 유령회사?

집안사정이 어려워 올해 안에는 반드시 취업을 하기로 결심한 안씨는 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도 그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어떤 곳은 "우리 회사에게 당신은 과잉스펙이다, 금방 이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란 이유로 안씨를 거부했고, 다른 곳은 "우리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대기업 못지 않은 사람들로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라며 거부했다.

안씨는 취업준비생 커뮤니티 카페가 아닌 취업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회사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연봉을 2천 후반에서 3천만원대까지 준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후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홈페이지에는 면접장소가 서초역으로 나와 있었지만, 다른 장소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이야기에 안씨는 순간 의아했지만 어떻게든 직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서슴없이 면접을 보러간 것이다.

안씨가 매봉역에서 승합차로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한 허름한 상가였다. 그곳 회사 직원이 안씨를 한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안씨를 비롯해 취업준비생 10여명이 있었다. 전면에는 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건강식품 광고였다.

영상 내용을 요약하면 "이것만 먹으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 앞에 앉아있는 청년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안씨는 이내 속았다는 생각에 풀이 죽어 그대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안씨는 집에서 취업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 기업 취업공고를 찾아보려 했지만 해당 정보가 삭제되었다는 문구만 있었다.

취업준비생들은 다시 끝없는 시험공부
수험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토익시험장
▲ 시험 '끝' 수험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토익시험장
ⓒ 김민규

관련사진보기


안씨를 비롯해 취업문에서 낙방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되돌아가는 곳은 도서관과 시험 고사장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내 스펙이 이 부분이 부족해서 그런가"라며 다시 어학점수, 자격증 같은 공부를 한다. 대다수의 기업에서 필수로 하고 있다는 어학 시험장뿐 아니라 컴퓨터 자격증, 한자 자격증, 한국사능력인증시험 등 시험장에도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으려는 절박한 심정의 취업준비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남겨놓고 휴학을 한 남아무개씨는 현재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남씨는 "일반 기업 취업문보다 공무원 시험이 더 어렵다는 것은 안다"며 "하지만 일반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사원을 선발하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공정한 게 공무원시험 같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준생' '공시생' '고시생' 등 수많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취업준비생들은 오늘도 내일도 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아들, 혹은 친구들, 동생들이기도 한 취업준비생들은 집에서 "빨리 취직하라"며 타박을 듣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속상한 사람은 아직도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속만 끓이는 당사자 취업준비생이다. 어려운 경제에 이들을 타박하기 보다는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응원해 준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e수원뉴스와 개인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취준생, #취업준비생, #공시생, #공시족, #고시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