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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가 막으면 방패에 그림을 그리고, 차벽이 막히면 차벽에, 경찰이 막아서면 막아선 그 자리에 표현할 것이다.
▲ 퍼포먼스를 막아서는 경찰 방패가 막으면 방패에 그림을 그리고, 차벽이 막히면 차벽에, 경찰이 막아서면 막아선 그 자리에 표현할 것이다.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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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붓을 들 수 없었다. 왜곡하는 언론, 입 막음 당하는 지식인, 스스로 검열하는 예술가, 가만히 있는 어른들. 어른 없는 어른들의 사회. 이런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목격한 현실을 표현하는 것 뿐이었다.

거리로 나가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낚시대에 노란천을 찢어 매달아 걸어 다녔다. 침몰하는 진실을 건져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무기력한 슬픔의 노란 리본이 아닌, 걸어 다니는 능동적 양심을 상징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 상징물을 어떤 조직의 깃발인지 추궁했다.

지난해 6월, 벽화 작업에 참가하고, 팝 아티스트 이하의 작품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법원은 '재물손괴' 죄명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노란 리본을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청와대 방향으로 걸어 다니는 것이 차단되고, 불심 검문당하고 있다.

집회는 시대의 맨 얼굴로, 가장 상징적인 무대다. 집회 현장에서 나는 모순됨 없이 정직한 상태로 온전함을 느낀다. 퍼포먼스를 하기에도 알맞은 장소다. 그런 집회 장소에서 노란 낚시대를 들고 퍼포먼스를 했던 채증 사진으로, 경찰은 노란 낚시대가 어느 조직의 깃발인냐며 추궁했다. 퍼포먼스라고 이해해 줄 리가 없다(관련기사 : 박근혜 낙서'가 불러온 파문 지문 채취에 '배후 있냐' 추궁, 예술가가 스스로 입막음 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그러나 표현을 멈출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는 존재의 본질이다. 표현하지 말라는 것은 존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가만히 있으라는 건 존재를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 나는 표현을 멈출 수가 없다. 입막음 당하더라도 스스로를 검열할 순 없다. 무너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예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800명의 시민이 모금액과 함께 보내준 메세지로 벽화를 그리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절망의 시대에는 희망의 증거가 절실하다. 처음에는 불복종 행동을 하려고 했다. 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역장에 들어가고, 수배자로 지명되는 것까지 감수하려 했다. 하지만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지 않았던 많은 예술가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벌금과 구형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 박정희 풍자 벽화를 그린 대학생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송경동 시인이 구속됐다. 팝아티스트 이하 작가 역시 5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런 현실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시민의식의 승리를 위해

표현하지 말라는 건 존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 "여기사람이있네" 퍼포먼스 표현하지 말라는 건 존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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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개인에 대한 벌금 모금이 아니다. 프로젝트 준비, 제작, 완성까지의 전 과정이 거대한 사회 예술 행위이자 작품이다. 완성된 작품으로 시민 의식의 승리를 표현하는  퍼포먼스 및 전시를 할 예정이다.

800명의 메세지로 벽화를 그리고, 완성된 작품으로 시민의식의 승리를 표현하는 퍼포먼스 및 전시를 할 예정이다. 법원에서 마지막 선고 기일에 최후 변론에서 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메세지를 하나씩 읽을 계획이다. 시민 의식의 건재함을, 민주주의의 증거를 제출할 것이다.

800명의 시민이 참여해야만 성공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준비 과정과 작품이 완성되기까지가 거대한 사회 예술 행위이자 작품이다. 800명이 자기 메세지를 주면, 그 메세지를 질료로 벽화 그림을 그린다.

일차적 목표는 최대한 많은 시민이 표현의 자유의 가치에 공감하고, 이런 현실을 알게 하는데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시민 의식의 승리를 상징한다.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와 침몰하는 민주주의를 함께 건져올리는 작업이다. 단순히 개인에 대한 벌금 모금이 아니다. 부조리한 시대를 캔버스로, 시민의식을 질료로 함께 그림을 그리는 거대한 사회 예술 행위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보를 위한 예술은 더욱 아름답다."
 - 빅토르위고(1802-1885)

걸어다니는 진실,능동적 양심을 상징하는 노란낚시대를 들고 집회현장에 서있는 모습이다.
▲ 걸어다니는 진실, 노란 낚시대 퍼포먼스 걸어다니는 진실,능동적 양심을 상징하는 노란낚시대를 들고 집회현장에 서있는 모습이다.
ⓒ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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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금액은 800만 원이다. 800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많은 금액을 모금하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조금씩 모금해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 그날 그날 시민이 모금과 함께 보내준 메세지로 작업을 하고 SNS로 매일 업데이트하며 소통할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에게 <행동하는 노란엽서> 지난 1년간 행위 예술 사진을 엽서로 제작한 것과, <시대 한복판, 걸어다니는 진실> 행위 예술 사진과 글 , 그림을 모은 책자를 드릴 예정이다. 일회성에 그치는 스침이 아니라, 계속 울림이 되고 소통하는 관계망이 됐으면 좋겠다.

크라우드펀딩 성공 금액은 벌금 구형시 시민 의식 승리 퍼포먼스와 함께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만일 무죄를 받게 되고, 프로젝트 펀딩이 성공한다면 "표현의 자유 기금"을 만들어 추후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데 쓸 것이다.

먼저 창조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언제까지 사람을 잃고나서야 행동에 나설 수 없다. 지금부터 성실하게 청소하고, 창조해가야 한다. 진실이 침몰하기 전에 진실을 지켜내야 한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 이전에 이 땅의 무너진 민주주의를 세우고, 무너진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마음을 모아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프로젝트 참여하기 -> WADIZ 소셜아티스트, 800명의 메시지를 담은 표현의 자유 벽화를 그리다 -http://www.wadiz.kr/Campaign/Details/1090#



태그:#세월호참사, #예술, #표현의자유, #민주주의, #사회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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