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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자연과학 | 2호 | 2015년 5월
ⓒ 인터파크

봄과 여름의 경계선 같은 날씨, 화창한 4월 어느 날. "궁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궁리출판사를 찾았다. 사무실 내부에는 많은 책이 쌓여 있었고, 도서나 행사 홍보 포스터가 벽면을 채우고 있는, 여느 출판사와 다르지 않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내부에는 다양한 종류의 화분과 서예 도구, 고풍스러운 조각상이 사무실 한쪽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져 아늑하고 평온한 마음을 들게 했다.

하지만 출판 일이라는 게 어디 만만하던가. 끝없이 밀려드는 원고, 그리고 마감과의 사투. 김현숙 편집주간과 도진호 부장은 인터뷰 직전까지 바쁘게 일한 모습이 역력했다. 분주함과 아늑함이 교차하는 공간. 처음 방문한 곳이었지만 낯설지 않은 친근한 느낌. 궁리출판사 김현숙 편집주간과 도진호 마케팅부장을 만났다.​

"모든 직원이 한 곳에 뿌리 내려..."

- 사무실 주변에 경복궁, 북악산이 있고, 청색 기와지붕 집도 있네요. 그야말로 명당입니다. ​​
도진호 부장(아래 "진호") : "네, 좋죠. 그런데 보시다시피 사무실이 포화상태예요. 내년에 파주 출판단지로 이사 계획이 있습니다. 인원 충원 계획도 있고요. 몇 년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는데요, 지금은 사옥 짓기에 한창입니다."

- 누리집을 살펴보니 '궁리 건축 일기'를 연재하고 있더군요.
김현숙 편집주간(아래 "현숙") : "대표님께서 건물이 올라가는 현장을 둘러보고, 틈나는 대로 건축일기를 쓰고 계세요. 오늘도 파주 가셨고요. 글을 매우 잘 쓰신답니다(인터뷰 후 확인해 보니 궁리출판사 대표는 시인으로 활동 중이고, 일간지 칼럼도 연재 중이다)."

- 축하할 일인 것 같습니다. 건물도 새로 짓고, 직원 충원 계획도 있다고 하시니. 참, 두 분 소개 먼저 해주시죠.
진호 : "저는 사진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몇 곳을 다녔고요, 2002년부터 궁리출판에 합류해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책에 들어가는 사진 작업을 하기도 하고요."
현숙 : "저는 고려원과 해냄을 거쳐 2001년부터 궁리출판에서 일하고 있어요. 궁리출판이 1999년에 시작했으니 비교적 초기 때부터 함께 했다고 할 수 있죠."

- 두 분 모두 오랫동안 궁리에 계셨어요.
진호 : "우리 회사 막내가 8년 차입니다. 2008년 이후 인력 변동이 없어요. 모든 직원이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해가며 호흡을 맞추어 일을 해나가는 것을 우리의 강점으로 꼽고 싶어요."

1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찾는 책

궁리출판사
 궁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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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리 출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세계만물 그림사전 저 : 궁리출판사편집부 / 발행일 : 2007년 10월15일
ⓒ 궁리출판사
진호 :
"저는 <세계만물 그림사전>이라는 책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미지만 6000컷, 전문용어 그룹별로 정리한 3만2000개 이상의 단어. 그리고 정가가 10만 원이 넘는 '큰' 책입니다. 책 제작을 해외에서 했는데, 인천으로 입고된다는 소식을 들은 날 잠을 못 이뤘어요. 대체 어떻게 팔아야 하는 걸까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웬걸, '잘' 팔렸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독자분들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에 관심이 컸어요. 소장가치가 있는 책 앞에선 과감하게 지갑을 열기도 하고요."

현숙 : 신인 필자들과 함께 커가는 즐거움은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도 새로운 분들과 계속 교류하며, 흥미로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죠. 2002년에 그런 즐거움을 누리며 만든 책이 바로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입니다.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쓴 과학 칼럼이 인기를 얻으면서 책으로 나오게 된 사례죠. 이전에 썼던 인터넷 칼럼과 차별하기 위해 '신화와 접목한 생물학 이야기'를 새로 써서 출간하게 됐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독자분이 찾고 있어요. 올해 내용을 조금 보강해서 개정판을 낼 계획입니다."

※ 저자의 필명인 하리하라(hari-hara) 역시 인도 신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인도 신화의 두 신, 창조와 생명의 신인 비슈누와 종말과 파괴의 신 시바, 그 두 신의 결합형이 바로 하리하라라고 한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저 : 이은희 / 발행일 : 2002년 07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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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하라'는 지금도 여러 출판사에서 많은 과학책을 내고 있죠.

현숙 : "하리하라, 이은희 작가는 당시 27살 청년이었어요. 정말 호기롭게 글을 썼어요. 젊기에 가능한 일이죠.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어메이징 그래비티>라는 과학 만화책을 펴낸 조진호 선생님도 근 2~3년 사이 혜성처럼 떠오른 인물로 꼽을 수 있습니다."

- 두 권 다 독자분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죠. 서점 담당자라, '책=판매 추이'로 자동 연결된답니다. <어메이징 그래비티>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현숙 : "저자 조진호 선생님은 민족사관고등학교 생물교사입니다. '중력의 놀라운 원리와 역사'를 담은 책이에요. 길게는 40억 년, 짧게는 2500년 역사 속에서 중력과 이를 둘러싼 개념들이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가를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집필과 그림 채색을 합쳐 2년이라는 작업시간을 투여한 마라톤 같은 책입니다."

- 초기에는 과학책 출간에 힘썼고, 이후 분야를 넓혀왔다는 출판사 소개를 봤습니다. '궁리출판사 과학책 변천사'를 짚어주신다면?
진호 : "지금은 정말 다양한 분야 책을 내고 있지요. (편집주간을 바라보며) 우리 종합출판사죠? 하하. 그래도 매출 비중은 과학 분야가 가장 높습니다. 출간 비중도 과학이 높은 편이고요."

현숙 :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묘하게도 5년 단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000~2005년은 대중적 과학출판의 씨앗이 엿보인 때예요.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 프랑수아 자콥의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특집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유전학> 등 래리 고닉의 과학만화들까지. 국내 필자로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를 비롯한 하리하라 시리즈를 쓴 이은희씨가 이 시기에 데뷔했죠. 눈에 띄는 장정과 가독성이 좋은 편집 등으로 본격적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때가 이때부터라고 생각해요.

2005~2010년에는 여러 출판사에서 절판 상태에 놓여 있던 과학의 고전이라 할 만한 책을 발견하고 정식 해외 계약을 거쳐 '궁리하는 과학'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그 첫 책으로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의 <이중나선>이고요, 이후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 등을 선보였어요. 이렇게 고전을 내기 시작하니까 자연과학 분야 학자들이 숨어 있는 좋은 과학책들을 소개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 예가 될 만한 것이 칼 짐머의 <기생충 제국>, 리즈 엘리엇의 <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도로시 넬킨의 <인체 시장> 등입니다.

2010~2015년은 과학 분야 책장의 다양함을 위해 분야 안배에 신경 쓰고 있는 시기입니다. 다른 분야들도 그렇지만, 과학출판 분야도 저자 쏠림 현상이 심각한 편이죠. 이 현상은 외국 필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나 에드워드 윌슨의 책들이 여전히 인기가 많은 편이고, 최근 들어 뇌과학 쪽 도서들의 출간이 많이 눈에 띄고 있어요. 내용상의 균형감을 줄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책을 기획하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학 속 한 주제 좁고 깊게 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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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리출판사 과학책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독자 폭이 굉장히 넓은 것 같습니다. 과학책 기획/편집 방향을 알려주세요.
현숙 : "특별히 대학생 이상이 읽을 학술서 성격의 책이 아니고서는, 과학책은 전 연령을 망라해 모두가 독자라고 생각해요. 성인을 겨냥해서 낸 책을 중고등학생이 더 즐겨 읽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최근에는 한 주제를 좁고 깊게 파고 들어가는 책, 과학 입문서의 경우라 하더라도 다양한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책을 만들려고 해요.

 생물학 산책 저 : 이일하 / 발행일 : 2014년 1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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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온 <이일하 교수의 생물학 산책>은 '생명과학은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있고, 그림과 도표, 사진을 곁들여 교수님의 설명을 부연하는 편집 방식을 택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리즈 책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수학> 역시 만화라는 친근한 방식으로 '대수학'이라는 주제에 집중한 교양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수학
저 : 래리 고닉 / 역 : 전영택 / 그림 : 래리 고닉 / 발행일 : 2015년 02월05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수학 저 : 래리 고닉 / 역 : 전영택 / 그림 : 래리 고닉 / 발행일 : 2015년 02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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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추천하는 궁리 과학책, 그리고 마무리 인사 한 말씀 부탁합니다.
현숙 :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책을 보고 싶다면 BBC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살아 있는 지구>와 <프로즌 플래닛>을 추천합니다. 생명에 대한 놀라운 기록과 방대한 사진 자료가 담겨 있는 책이에요. <세계만물 그림사전>처럼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인 구달, 침팬지와 함께한 50년>도 추천해요. 침팬지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 50주년 기념 사진집입니다.

과학의 기초를 다지고 싶은 분들께는 하버드대 수학과 출신 만화가가 집필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수학 관련 책은 래리 고닉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고, 다른 분야(지구과학이나 물리학 등)는 그림 작업으로 함께했습니다. 과학 고전에 도전하는 분들에게는 <이중나선>, <우연과 필연> 등의 '궁리하는 과학'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책 만드는 일은 반복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한 권 한 권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요. 독자 여러분들에게 그런 즐거움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좋은 책 만들기에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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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 : "과학 독자층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문학이나 에세이 분야 책 판매 수량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죠. 그래서 과학 독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의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궁리 과학책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읽는 과학책이 많아요. 어린 친구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법을 더 연구하고 고민하겠습니다. 궁리출판사 많이 사랑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인터파크 북클럽에 게시한 글입니다.
http://book.interpark.com/bclub/main.do?cNo=54



태그:#월간 자연과학, #과학, #과학책, #인터파크, #자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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