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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묵초 6-2반 친구들이 '나-전달법'을 상황극과 함께 재밌게 배우고 있다. |
ⓒ 임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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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년이 훌쩍 흘렀지만, 저에게도 초등학교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민학생'으로 불렸던 그 당시에는 매일 설렘을 안고 학교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풋풋함과 반항아 기질을 다분히 품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그 시절 그 모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초등 6학년 아들놈 수업참관을 위해 지난 8일, 신묵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찾았습니다. 사실 '특별한 차이가 있을까' 기대하지 않고 아들놈만 생각하며 급히 갔습니다.
그런데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서였습니다. 제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60명이 넘을 정도로 바글거렸는데, 이제는 쾌적함을 넘어 한가롭기까지 했습니다. 학생 22명이 오순도순 앉아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좋아 보였는데,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외롭게 크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인구 수가 줄어들고 있어 난리인데, 제가 '국민학생'일 때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쳤는데... 참 세상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수업 내용도 과거와 많이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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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달법 나-전달법 대화를 자세히 설명하고 계시는 박상훈 선생님 |
ⓒ 임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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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화하는 법'이라는 큰 타이틀 밑으로 '나-전달법'을 이용해서 상대와 대화해봅시다'라는 학습문제를 여러 가지 상황극으로 연출하는 것이었는데요. 학생 스스로 표현하고 배워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평소 아이들이 학교나 집에서 부모님과 선생님, 형제 자매와 친구들과의 대화법에서 흔히 실수하는 남 탓, 기분 탓 등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너 대화법'을 설명했습니다.
"너가 장난을 쳐서 우리 모둠이 선생님께 혼났잖아. 잘난 체 그만하고 좀 조용히"라고 친구끼리 나쁜 감정으로 대화를 했다면 '나-전달법'은 전혀 다르게 접근합니다.
먼저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로 인한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설명한 뒤 친구에게 개선된 행동을 바라는 형식이었습니다.
"친구야 네가 장난을 쳐서 우리 모둠이 수업에 집중 못하고 다른 모둠에 방해를 줘서 선생님께 지적을 받고 혼이 났잖아. 그래서 나도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났어. 그러니 다음부터는 조용히 수업에 집중해서 칭찬받는 모둠이 되자."
이런 식으로 상황과 자신의 감정, 기분을 지켜보고 설명하는 대화법이었습니다.
30년 전과는 너무 다른 소재였고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가장 필요한 대화법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이렇게 대화하지 못했기에 우리 애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을 잘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극을 벌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툼이 많고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정치권이나 사회전반에 '나-전달법'을 전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복도 창가로 내려다보이는 운동장과 태극기가 더욱 선명해지는 봄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