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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내외의 팔라우 방문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아키히토 일왕 내외의 팔라우 방문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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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이 전후 70주년에 태평양 전쟁 격전지였던 팔라우를 방문해 전몰자를 위령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지난 8일 아키히토 일왕 내외는 전세기를 타고 팔라우공화국에 도착해 토미 레멩게사우 팔라우 대통령 내외와의 공식 회담을 시작으로 1박 2일 일정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남쪽으로 약 3000km 떨어진 팔라우는 세계 1차 대전이 벌어지던 1914년부터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30년간 일본이 점령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미국의 신탁 통치를 받다가 1994년 독립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과 미국의 격전지였던 팔라우에서 일본군 1만여 명, 미군 1천 7백여 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팔라우 앞 해저에는 일본 가미카제 전투기의 잔해가 숱하게 남아 있다.

일왕은 환영 만찬 연설에서 "이 땅의 전쟁에서 숨진 모든 사람을 추모하고, 그들의 유족이 걸어온 고난의 길을 떠올린다"며 "앞으로 양국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 당시 일본군은 팔라우 국민의 안전한 피난을 배려했지만, 식량난과 전염병 등으로 희생자가 나온 것은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며 "전쟁이 끝난 후 팔라우 정부가 전몰자 유골 발굴과 위령비 건립 및 관리 등을 도와준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과 대조되는 일왕의 '평화 행보'

전후 50주년에 히로시마, 전후 60주년에 사이판을 방문하며 전쟁을 반성하고 전몰자를 위로해온 아키히토 일왕은 팔라우 방문을 위해 10년 가까이 공을 들인 끝에 숙원을 이뤘다. 

일본 정부는 팔라우의 열악한 숙박과 경호 환경, 여든이 넘은 고령인 일왕의 건강 등을 이유로 팔라우 방문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아베 정권이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왕의 적극적인 '위령 행보'가 아베 정권의 평화 헌법 개정과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견제에도 일왕은 해상에 정박한 일본 순시선에서 숙박하는 불편도 감수하며 팔라우 방문을 강행했다.

일왕은 팔라우로 출발하기 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열린 환송 행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앞에 두고 "슬픈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전쟁을 위해 쓰러진 수많은 희생자를 떠올리며 다녀오겠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일왕 내외는 이튿날 일본군과 미군이 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팔라우 페릴류 섬을 방문해 위령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종전 70주년을 맞이해 전쟁의 비극을 알리며 희생자를 위로하는 일왕과, 과거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아베 정권이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태그:#아키히토 일왕, #팔라우, #아베 신조, #태평양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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