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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교수 국민행복 대전략을 주제로 강연중인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 정재승 교수 국민행복 대전략을 주제로 강연중인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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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국가를 만들어서 사는 이유가 뭔가요? 행복하기 위해서죠. 이 당연한 목표가 때로는 훼손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간과되기도 하고, 무시되기도 했습니다. 행복과 다른 가치가 저울질당하는 순간에 개인의 행복, 개인들이 모여 있는 사회의 행복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가치를 선택하는 일들을 그동안 해오기도 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을 해야 되는지가 오늘 여러분께 드릴 말씀입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 드림엔터 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의 국민 행복 대전략을 주제로 한 공개 강연에는 대학생에서 70대 퇴직 교수까지 30여 명의 청중이 정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신경을 모았다.

생물학적 수명은 느는데, 사회적 수명은 줄어드는 불균형

"정신의 미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사회적 행복"이라고 정의한 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국민 행복을 분석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사회적 수명은 점점 줄어드는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점을 야기한다. 정 교수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률에 주목했다.

"노인 자살 대부분 원인이 경제적 이유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버겁고 자식들에게 폐가 되지 않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자살이라는 방식을 택하는 굉장히 끔찍한 처지로 우리를 내몰게 된 겁니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예전에 비해 훨씬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딜레마는 상대적 빈곤감이나 박탈감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 교수는 경제성장의 객관적 지표인 GDP(국민총생산)가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 모든 것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터린 교수는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눈부신 경제기적을 이뤘지만, 일본 국민의 행복감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일정한 소득 수준에 도달하면 경제력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른바 '이스터린의 역설'이다.

GDP는 경제성장의 총량일 뿐 성장의 질을 말해주지 않는다. 소득 분배의 형평성이나 환경·교육수준·건강·민주주의의 정도 같은 삶의 질은 GDP에 반영되지 않지만 분명히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GDP에 드러나지 않는 '삶의 질'에 주목하라

정 교수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시도를 소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가의 총체적 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GDP 대신 국민의 행복을 계량화한 국민행복지수를 도입했다.

지난 2008년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성과 및 사회적 진보 측정위원회'를 설립하고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위촉해 GNH(국민총행복)라는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했다. GNH는 삶의 만족도·평균수명·주거 공간·에너지 소비량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해 산출한 지수다. 무엇을 측정하는가에 따라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가 결정된다면 성장과 행복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지표의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적이다.

지금까지 개인의 능력을 서열화하고 경쟁하는 일을 벌였다면, 앞으로는 이런 식의 정량화된 경쟁으로는 경제성장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요지는, 행복하기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행복해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얘기다. 

한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은 지난 1월부터 34개의 주제를 가지고 매주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미래전략 정기토론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은 광복 100주년을 맞이할 오는 2045년 한국의 미래를 '아시아 평화중심 창조국가'로 설정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광화문 KT 빌딩 드림엔터에서 진행되는 정기토론회는 오는 7월까지 진행된다. 오는 13일에는 이선영 서울대 교수가 '교육전략'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또 20일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영욱 박사가 '미디어 전략', 27일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박사가 '의료보건 전략', 다음달 3일엔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박사가 '노동 전략'을 주제로 각각 강연과 토론회가 이어진다.


태그:#정재승, #국가미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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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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