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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새싹삼. 임선호 씨가 운영하는 시설 하우스다.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새싹삼. 임선호 씨가 운영하는 시설 하우스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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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었다. 인삼은 4년에서 6년까지 재배해야 한다는 것도, 직사광선을 싫어하는 작물의 특성상 하우스가 어두울 것이라는 것도. 그뿐 아니었다. 인삼은 뿌리만 먹는다는 것도 고정관념에 불과했다.

새싹삼(새싹인삼)의 재배기간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연의 빛에 의존해서 키웠다. 뿌리만 먹는 게 아니라 풋풋한 줄기와 이파리까지 통째 다 먹었다.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쌈채로 먹고 샐러드, 무침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다양한 요리로도 즐긴다. 우유나 두유와 함께 갈아서 음료로도 마신다.

인삼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두 말이 필요 없다. 새싹삼도 인삼의 주된 성분인 사포닌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사포닌 함유량이 150㎎ 안팎으로 뿌리보다 8∼9배 많다. 국립 원예특작과학원의 연구 결과다.

뿌리는 물론 이파리와 줄기까지도 모두 먹는 새싹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뿌리는 물론 이파리와 줄기까지도 모두 먹는 새싹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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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줄기, 이파리까지 모두 먹는 새싹삼.
 뿌리와 줄기, 이파리까지 모두 먹는 새싹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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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를 먹으면 죽는 줄 알더라고요. 인삼은 뿌리인데, 이파리도 먹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하고요. 선입견을 깨는 데 수년 걸렸어요."

지난달 25일 만난 임선호(55)씨의 말이다. 임씨는 새싹삼 재배의 일세대에 속한다. 전라남도 장성군 동화면 송계마을에서 새싹삼을 재배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1300㎡에 이른다. 모두 수경재배다.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에서 키운다. 면적이 그리 많지 않다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화분 재배방식으로 면적당 생산량이 매우 높다.

임씨는 하우스 안에 플라스틱 화분을 7단으로 쌓아 올렸다. 아파트식 재배법이다. 하나의 화분에서 새싹삼 수십 개를 키운다. 화분마다 해초류와 한약재를 섞은 배양액을 가득 채웠다. 수분은 맨 위에서 공급해 밑에까지 내려가도록 했다.

새싹삼을 재배하고 있는 임선호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새싹삼에 얽힌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새싹삼을 재배하고 있는 임선호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새싹삼에 얽힌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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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호 씨의 새싹삼 재배 하우스. 화분을 7단으로 쌓아 올렸다.
 임선호 씨의 새싹삼 재배 하우스. 화분을 7단으로 쌓아 올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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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환경도 잎이 광합성 작용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고 있다. 실내온도는 낮에 22℃, 밤엔 10∼12℃로 맞춰준다. 물과 온도, 습도로 키우는 셈이다. 난방을 해주면 일 년 열두 달 재배할 수 있다. 화분의 배양액만 갈아주면 되기에 재배방식이 간편하다. 연작 장해도 없다.

출하는 종삼을 심은 뒤 2개월 안에 다 한다. 빠르면 45일 만에 낸다. 출하를 1년에 서너 차례 한다. 깨끗한 삼을 뜻하는 '삼무루지' 상표를 붙여 내놓는다. 가격은 10개에 9900원 한다. 한 개에 20∼30원 하는 종삼을 키워 그렇게 판다. 소득이 높다. 판매는 주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로 한다. 고급 음식점에도 나간다.

새싹삼의 종삼. 화분에 종삼이 심어져 있다.
 새싹삼의 종삼. 화분에 종삼이 심어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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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인삼. 종삼에서 난 인삼 새싹이 자라고 있다.
 새싹인삼. 종삼에서 난 인삼 새싹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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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새싹삼만 재배하는 농업인이 아니다. 화분재배 방식의 특허기술을 갖고 하우스 설계까지도 직접 한다. 주변 농가에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사업을 했었어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한 전자회사에 납품을 하는 하청 일을 했었는데요. 농촌진흥청에서 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한 게 계기가 됐어요. 지금의 다단계 플라스틱 재배 시스템을 제안했는데, 그게 대상을 받았죠. 그 아이디어로 상추를 심는 화분을 만들어냈고, 새싹인삼 재배도 시작했고요."

임씨의 말이다. 그는 공모전 이후 농사에 직접 뛰어들었다. 다단계 화분을 직접 디자인했다. 아파트의 베란다 공간을 활용해 상추를 가꾸는 화분, 이른바 '상추 아파트'를 개발한 것도 그였다.

임씨는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화분 형태를 만들었다. 최적의 배양액도 직접 만들어 특허를 얻었다.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했다. 도전과 실패의 반복이었다. 시쳇말로 막고 품었다. 그 과정에서 전남농업기술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농수산식품부의 '신지식인'에 선정된 것도 이런 연유였다.

화분에서 새싹삼이 자라고 있다. 가운데 피어난 것이 꽃이다.
 화분에서 새싹삼이 자라고 있다. 가운데 피어난 것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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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호 씨가 설계해 준 귀농자의 새싹삼 재배 시설이다.
 임선호 씨가 설계해 준 귀농자의 새싹삼 재배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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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자신의 농장을 돌볼 겨를이 없다. 새싹삼을 재배하려는 농가의 시설도 설계해줘야 한다. 재배는 잘 하고 있는지 가끔 가보기도 해야 한다. 재배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도 일상이다. 다른 농가가 생산한 새싹삼의 유통과 판매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올해 농협에서 공동 선별장과 세척기, 자동 포장시설을 갖춥니다. 종삼도 전량 자체 생산하려고요. 중국이나 일본 등 가까운 나라에 수출도 시작하려고요. 중국에는 시제품을 보냈어요. 조만간 수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농촌과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임씨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임선호 씨가 자신의 하우스를 찾아온 예비 귀농인에게 새싹삼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임선호 씨가 자신의 하우스를 찾아온 예비 귀농인에게 새싹삼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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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새싹삼, #새싹인삼, #임선호, #삼무루지,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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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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