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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포장지에 써져있는 숫자 75는 생산년도를 알려 주고, 이 보이차 역시 357그램 입니다.
 보이차 포장지에 써져있는 숫자 75는 생산년도를 알려 주고, 이 보이차 역시 357그램 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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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딸과 찻상을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끓인 물로 다관을 채우며 작은 딸에게 농담을 하듯 한 마디 건넸습니다.

집에서 마시고 있는 40년 된 차

"솔아야! 너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차 한 잔줄까?"
"에이 아빠도, 제 나이보다 더 오래된 차가 어디 있어요? 저도 이제 30인데…" 
"뭔 얘기여? 이거 40년 된 차야."
"그렇게 오래 된 차라면 그동안 썩었어도 몇 번은 썩었겠네요. 그리고 그 차가 제 나이보다 오래된 차라는 증거가 어디 있어요?"
"그래? 그럼 증거를 보여주면 되겠네."
"여기 보이지? 이 숫자들. 여기 아주 큼지막하게 써져있는 75XX라는 숫자가 이 차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는 증거야. 75라는 숫자는 이 차가 만들어진 1975년을 말하는 거거든."
"진짜요?"
"그래. 그러니까 이 차는 40년 전인 1975년에 만들어진 차이고, 뒤에 있는 두 숫자는 차 등급과 생산지를 표시하고 있는 숫자여."

어떤 음식은 신선한 재료 식감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좋지만 된장은 묵은 세월이 더해갈수록 좋습니다. 차도 그렇습니다. 어떤 차는 햇차가 좋지만 어떤 차들은 세월이 더해지면서 풍미를 더해갑니다.

그동안에는 틈틈이 마시고 있는 차가 40년이나 된 차라는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차 포장지에 써진 글씨들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고, 보이차들은 포장단위가 왜 한결같이 357g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티 소믈리에를 위한 <중국차 바이블>

<중국차 바이블> (지은이 곤마도모코 / 옮긴이 정승호 / 펴낸곳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 2015년 2월 15일 / 값 1만 6000원)
 <중국차 바이블> (지은이 곤마도모코 / 옮긴이 정승호 / 펴낸곳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 2015년 2월 15일 / 값 1만 6000원)
ⓒ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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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바이블>(지은이 곤마도모코, 옮긴이 정승호, 펴낸곳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은 중국차를 좋아하는 차 애호가나 티 소믈리에 누가 봐도 책 제목으로 붙은 '바이블'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차의 기원에서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중국차의 종류에서부터 중국차를 잘 우리는 방법까지, 중국차를 구입하기부터 중국차를 맛있게 즐기기까지에 필요한 노하우까지를 두루 아울러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차는 137종이나 됩니다. 같은 차나무에서 딴 찻잎일지라도 어떤 가공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색깔도 달라지고 맛도 달라지며 백차, 황차, 청차, 흑차, 홍차, 꽃차 등으로 나뉩니다.

어떤 차들은 제 각각 두통, 위통, 숙취, 변비, 냉증, 목통증에 좋고 또 다른 어떤 차들은 고혈압, 생리통, 소화불량, 구취 등에 좋은 효능이 있음을 설명합니다.

1년 된 차는 그냥 차지만, 3년 된 차는 약(藥)이 되고, 7년이 되면 보(寶)가 됩니다. 차가 아닌 차류도 소개하고 있고, 차를 맛있게 우려내는 조건과 방법 등을 차별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차에 대한 상식은 폭 넓어지고, 차를 우려내는 솜씨는 새긴 것만큼 깊어집니다.      

보이차 포장단위가 357그램인 이유

수개월에 걸쳐 오랜 동안 티 로드를 따라가는 카라반의 말에는 찻잎이 60Kg이나 실려 있었다. 당시 병차는 7매를 한 묶음으로 하여, 말 등의 좌우에 각각 12묶음씩, 합하여 총 24묶음을 매달았다. 60Kg을 24묶음으로 나누고, 또 7매로 나누면 1매는 곧 357g이 된다.

푸얼차普洱茶보이차의 무게 단위로 1매를 357g으로 정한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푸얼차普洱茶보이차에 '치쯔빙차七子餠茶칠자병차'문구가 흔히 적혀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중국차 바이블> 110쪽-

무심코 마시는 차 한잔에 마음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무심코 마시는 차 한잔에 마음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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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마시는 중국차, 무심히 마시고 있던 보이차가 이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저런 과정을 통해 내게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되니 찻물에 갇혀있던 차향이 입안에서 너울댑니다.

포장지에 써진 숫자 하나에 이런 의미가 들어있고 저런 까닭이 스며있다는 걸 알게 되니 입가심을 하듯 마셔대던 찻물을 다시 한 번 더 입안에서 굴립니다. 혀끝으로 더듬다 보니 차마고도의 고단함까지 차 맛에 녹아 전이됩니다.

사진과 함께 편집돼 있어 중국차를 보는 재미는 꽃차만큼이나 컬러풀하고, 읽는 재미는 피어오르는 차향만큼이나 향기롭고 감미로울 거라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중국차 바이블> (지은이 곤마도모코 / 옮긴이 정승호 / 펴낸곳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 2015년 2월 15일 / 값 1만 6000원)



티소믈리에를 위한 중국차 바이블 - 차·녹차·청차·백차·흑차·황차·꽃차·공예차

곤마 도모코 지음, 정승호 감수,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2015)


태그:#중국차 바이블, #정승호,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보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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