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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서 유가족과 작가, 시민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만든 과정과 읽은 소감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아이들아~ 금요일엔 돌아오렴’ 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서 유가족과 작가, 시민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만든 과정과 읽은 소감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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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들은 작년 한 해 동안 많이 성장했습니다. 성장한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겼는데, 이제 그 분들의 이야기를 깊게 듣고 시민들도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굉장히 큰 고통의 언어이지만 격렬한 사랑의 언어이기도 해요. 그리고 거짓과 불의에 맞서 싸운 저항의 언어이면서 치유의 언어이기도 하고요. 그 분들의 이런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함께 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 중에서 (김순천 작가 기록단 대표)

세월호 참사 29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13명의 육성기록집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기록을 담당한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소속 작가, 시민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가 맡았다.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북콘서트는 단원고 학생들의 축제 동영상 상영과 아이들의 엄마, 아빠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이 <손을 잡아야 해>를 부르며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북콘서트 "이 책은 고통에 동참하는 작은 의식"

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 참석한 안산시민이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서 읽는 구절낭송을 하고 있다
 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 참석한 안산시민이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서 읽는 구절낭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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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 본 '북 토크'에서는 먼저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책 제목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마치고 안산으로 돌아오기로 돼 있었던 2014년 4월 18일 금요일을 가리킨다.

"제가 사는 선부동 아파트에서만 15명의 아이들을 잃었어요... 그간 글을 써 왔기 때문에 글로써 밖에 할 일이 없었어요. 누구나 세월호의 아픔은 이야기하면서도 그 아픔이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말하는 게 드물었어요. 그 아픔을 겪으면서 부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그런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싶었어요." - 김순천 작가기록단 대표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작가들과 인터뷰를 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유가족은 작가가 사이비 신자인 줄 알고 명함을 찢어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인터뷰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이제 18살이에요. 꽃도 피기도 전에 그것도 수백 명이... 책으로 처음 나왔을 때 한 페이지 읽었는데 악몽 같았어요. 다시 진도체육관 팽목항의 그 순간들이 떠올라 주체를 못했어요... 애들을 위해 뭘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 단원고 2학년 1반 고 유미지양 아버지 유해종씨

책이 나온 후 엄마, 아빠들은 각계 인사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 중 한 어머니는 공직자와 정치인,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쓸 때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고마운 분들께 책을 보내기 위해 손 편지를 써서 보냈어요. 정치인들에게도 보낸 이유는 우리 가족들이 겪는 아픔이 뭔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창현 엄마는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실종자 9명을 언급하며, 그 가족의 마음을 단 1분이라도 헤아려달라고 썼다)." - 5반 고 이창현군 어머니 최순화씨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익적 활동에 쓰인다. 책을 간행한 창작과비평에는 한 푼의 수익도 돌아가지 않는다. 왜 창비는 이 작업을 맡았을까.

"저희로서도 힘든 결정이었지만 이번 참사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은 상태에서 왜 기록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하며 작업했어요. 한 인간으로서는, 제 딸아이가 커서 우연히 서가에서 집어 들었을 때에도 깨우침을 주는 글이길 바라죠." - 박대우 창비 편집인

책은 엄마, 아빠들의 상처와 분노를 씨줄로, 눈물과 통곡을 날줄로 엮어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읽기가 고통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고통에 동참하는 작은 의식과 같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도 있죠.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썩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에 분노하게 됩니다. 분노하다가 다시 읽고 울다가 다시 읽고... 그러다 문득 우리가 길 위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을, 어쩌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안산 시민 김기옥씨

유가족과 도란도란 '289일의 4월 16일'을 시민들과 나누다

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가족의 근황과 실종자 가족, 선체 인양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유가족과 도란도란-289일의 4월 16일’을 진행하고 있다.
 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 가족의 근황과 실종자 가족, 선체 인양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유가족과 도란도란-289일의 4월 16일’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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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 콘서트에서는 '모던가야그머' 정민아씨와 가수 이은미씨가 공연을 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홍대 곳곳에서 1인 시위 형식으로 공연한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을 제안한 뮤지션 중 한 사람이다. 정씨가 '울지 말아요'를 부른 후 박혜진씨가 "울지 말라는데 눈물이 나네요"라며 눈물을 쏟자 참석자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은미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광화문 농성장에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공연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무대에 다시 서고 싶지 않았다"며 그간의 심경을 밝힌 그는 장염으로 고생하면서도 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대에 서서 명불허전의 가창력을 선사했다.

'유가족과 도란도란-289일의 4월 16일'은 세월호 가족의 근황과 실종자 가족, 선체 인양 등 현안에 대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힘을 내고 서로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5명의 유가족이 무대에 앉았다.

"얼마 전 팽목항에 분향소를 만들었으니 꼭 들르셔서 분향하시고 저희들과 이야기도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매스컴을 통해서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 방문해 보신다면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이 왜 뭉쳐서 싸워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 6반 고 이영만군 어머니 이미경씨

"지난해 4월 16일 이후 우리가 느낀 것은 가족들의 생각과 방향보다는 정부가 이끄는 대로 여론이 흐르고, 그게 마치 가족들의 의사인양 호도되는 거예요. 인양 또한 마찬가지예요. 그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팽목항까지 걷는 거예요. 인양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첫 걸음이니까요." - 4반 고 김동혁군 어머니 김성실씨

"어떤 때는 아무렇지 않게 대해 주시기도 하지만, 뭔가 다르게 대해주실 땐 상처가 되기도 해요. 우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대해주셨으면 해요. 저희들은 아직은 누구를 만나도 힘들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고 이해해주세요." - 7반 고 이준우군 어머니 장순복씨

"안산이 재난 지역인 만큼 가족 못지 않게 지역 분들도 많이 힘드시고 함께 아파해 주셨어요. 아마도 한집 건너 한집 사례이기 때문에 내 가족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이 안산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더욱 단결될 수 있도록 시민 분들께서도 함께 행동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저희 또한 지역에 힘이 되고자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 10반 고 이경주양 어머니 유병화씨

이날 북콘서트에 이웃들과 참석한 한은혜(안산시 부곡동)씨는 "유가족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왔다"며 "책을 읽을 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싶다... 내가 어떻게 다가가 그분들을 안아 줄 수 있을까, 유가족들이 쓰러지기 전에 잡아주면서 '힘 내세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안산 시민이 세월호 가족에게 띄우는 인터뷰 영상에 이어 2반 고 이혜경양 어머니 유인애씨가 '안산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낭송을 끝으로 2시간 30분여 동안의 북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삼우제를 지나 꿈을 꿨는데 어떤 분이 주검이 되어 돌아온 딸아이를 저에게 안겨주며 TV를 켜주더군요. 딸은 아이들과 계단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펄펄 뛰며 데굴데굴 구르더군요. 그리고는 미동도 없었습니다. 이 장면은 딸을 품에 안고서 보는 꿈이었어요.

아마도 엄마 품에 마지막으로 안겨보고 싶었구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자기를 잊지 말아달라는, 꼭 기억해달라는 아이의 소망이 담긴 것이겠지요. 오늘 오신 모든 분이 제 딸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소망에 응답해 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서 단원고 2학년 2반 고 이혜경양 어머니 유인애씨가 ‘안산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 "안산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29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서 단원고 2학년 2반 고 이혜경양 어머니 유인애씨가 ‘안산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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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 #유가족과 도란도란, #세월호 도보행진 , #세월호 선체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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