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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시작된 지 20여일이 지났다. '작심삼일'이라지만 새해에 새운 크고 작은 계획이 아직은 순조롭게 진행될 즈음이다. 하지만 '내집 장만' '빚 상환'은 새해 계획으로 잡기 어렵다. 묵직하게 눌린 마음 역시 언제 풀릴지 모른다. 새해가 와도 걱정은 그대로다.

오마이스쿨은 우선 '소비'부터 제대로 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기획을 추진했다. 지난해10월 출시한 <보험 다이어트>에 이어 '에듀머니'와 함께 만든 두 번째 강좌다. 이번엔 에듀머니 대표이자 희망살림 이사인 제윤경 선생이 나섰다. 오마이스쿨과 수개월 기획 끝에 나온 강좌 이름은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이다. 강좌 출시에 맞춰 제 대표를 만나 '돈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말]
☞ <제윤경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 바로가기

- 에듀머니 대표와 희망살림 상임이사. 남들 하나 갖기도 어려운 직함이 두 개다.
"원래 사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보자고 시작했다. 그땐 다들 '직원' 마인드였는데 '그래도 돈은 벌어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웃음) 대표를 맡게 됐다. 2008년 에듀머니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으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재밌는 건 사회적 기업이 중소기업청 관할이 아니라 노동부 관할이라는 거다. 우리는 경제 교육으로 수익을 남기는 구조인데 노동부는 기업 가치보다 '일자리 창출'에 치중한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 생활경제 '인기 강사'다. 어떻게 경제 교육을 시작하게 됐나?
"한겨레이엔씨에서 재무컨설팅 일을 했었다. 그러다가 2006년쯤 온 나라가 재테크 열풍으로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란 책이 베스트셀러였는데 세상이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돈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돈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담아서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라는 책을 냈는데 생각보다 잘 됐다.

책이 잘 팔리니 강의도 다니고 상담도 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소득층 채무자들을 많이 만났다. 참여연대에 친구가 있어서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을 맡았는데 '빚'이라는 게 개인 문제보다 구조 문제가 더 크더라. 제도 개선 운동을 하려고 보니 에듀머니는 영리기업이라 제약이 많고 그래서 또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그게 희망살림이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에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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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 태우러 다니느라 동분서주 한다'고 들었다. '부채 해방 전도사'라는 별명도 생겼다는데. 무슨 말인가?
"지난해 1월부터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판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운동이다.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주면 헐값에 떠도는 부실채권이나 악성채권을 사서 소각하는 거다. 빚은 응당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많은 채권자들이 채권을 포기하거나 5%도 안 되는 헐값에 팔아넘기고 있다. 금융사들이 연체된 채권을 대부업체에 팔아넘기면 정작 채무자는 자기 채권이 어디에 떠돌고 있는지 누가 얼마에 사갔는지 알 길이 없다. 채권자가 이미 회수를 포기했는데도 채권이 추심시장에 남아서 채무자들은 평생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거다."

- 빚은 '갚아야' 하는 것 아닌가?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악용하는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 많이 받는다.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촘촘히 짜도 법망을 피해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은 마땅히 형사 처벌해야한다. 하지만 일부 양심 없는 범죄자들 때문에 다수의 채무자들이 인권침해 받고 빚 독촉에 시달리도록 둬야겠나. 또 개인이 직접 돈을 떼였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사례는 민법으로 해결해야한다. 우리가 태우는 채권은 이러 상식선에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다수가 금융사 횡포에 악성으로 떠밀려온 채권들이다. 대한민국은 빚을 광고하는 나라다. 빚을 개인 책임으로 떠미는 경향이 강한데, 돈을 빌린 사람 뿐 아니라 빌려준 금융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 사회 인식이나 제도 뿐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소비'를 공부해야 한다. 에듀머니가 오마이스쿨과 <보험 다이어트>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원래는 충동적 사람이다. 신중하고 객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우리는 대형마트가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학습된 인식에 불과하다.

대형마트에 가면 필요한 것만 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요 없는 것까지 사오게 된다. 주변에 온통 광고가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홀려서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다가 보면 꼭 예산을 초과한다. 그러고 집에 와서 보면 '이걸 내가 왜 샀지' 포장 뜯기도 전에 후회하곤 한다.

그렇게 매번 마트에 갈 때마다 10만 원 씩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고정 지출이 되어버린다. 가계재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행동경제학, 소비심리학을 공부하게 됐다. 습관을 바꾸려면 먼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마이스쿨 온라인강좌 <제윤경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 프롤로그
ⓒ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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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심리학, 행동경제학이 낯선 사람들도 있다. 참고할 만한 책이 있다면?
"엘렌 러펠 셀 <완벽한 가격>을 추천한다. 행동경제학 심리적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대형유통 체인의 역사까지 소비에 관한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는 '완벽한' 책이다. 이번 강의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에도 나오지만 그가 말하는 핵심은 "저렴한 상품은 저렴한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거다. 저가 상품을 찾다보면 결국 소비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비합리적 소비구조가 노동, 환경파괴, 유통 전반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궁극적으로 대안적 소비란 무엇인가 다각도적인 측면에서 강조하는 책이다."

- 최근 허니버터칩, 이케아 등에 열광하는 현상이 보인다. 사람들이 왜 소비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소비는 자본주의, 빈부격차와 함께 성장해왔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라주지 않는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불만이 싹튼다. 그것도 아주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런 만성 통증에 모르핀 역할을 하는 것이 '쇼핑'이고 '소비'다.

이케아(IKEA)는 일부러 쇼핑을 게임으로 전환시켰다. 그들이 파는 '불편'이란 게 '손으로 직접 만든다(DIY, Do It Yourself)'는 거다. 싼 가격에 갖다 쓰다가 내키면 금세 새것으로 바꿔 버린다. 할머니가 쓰던 오래된 장롱에 담긴 추억은 지워버리고 소유의 내구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정작 제윤경의 소비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다.
"소비를 공부하고 강의하지만 나도 영향을 안 받는 것은 아니다. 가급적 할인제품을 사지 말라고 하지만 나도 할인 제품에 흥분한다. 다 알면서도 홈쇼핑 보고 있으면 끌리고 그 앞에선 누구도 이기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충동구매를 최소화하기 위한 나만의 '넛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넛지(nudge)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인데, 스스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마음의 울타리, 장치를 설치하는 거다.

한 가지 예로 미국에서는 한때 '크리스마스 저축클럽(Christmas Savings Club)'이라는 게 유행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년 동안 저축하는 거다. 나 자신에게 그런 착한 유혹과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또 다른 게 있다면 나는 모든 제품을 일시불로 구매한다. 체크카드를 쓰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안 쓴지 올해로 10년이 넘었다. 마트에서 현금을 쥐고 장을 보다보면 돈이 한정된 걸 아니까 나도 모르게 물건을 고르게 된다.

한번은 양파가 없어서 체크카드를 갖고 마트에 갔는데 막 집어 와서 계산대 앞에 서니까 잔액 부족이 될 거 같더라. 그래서 계산 안 하고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 그런데 양파가 없어도 음식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때 깨달은 게 있다. 레시피에 나와 있는 모든 식재료를 구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거다. 그 뒤로는 냉장고가 다 비워지기까지 꾹 참다가 쇼핑을 한다. 신용카드만 없애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할부가 없으니 카드빚에 얽매일 일도 없다."

- 편리성 외에도 다양한 혜택 등으로 카드 없애는게 말처럼 쉽지 않은 시대 아닌가?
"신용카드 혜택이란 게 별 거 아닌데도 사람들은 굉장히 크게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신용카드로 크게 할인받은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아직 쓸 만한 노트북을 이미 갖고 있으면서 신용카드 할인 혜택에 끌려 새 노트북을 장만하는 경우가 생긴다. 몇 만원 혜택 받으려고 그보다 몇 배의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카드빚의 노예로 살아야 할까. 한번쯤 제대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 팁(TIP) 하나만 소개 해달라.
"제일 좋은 건 TV를 없애는 거다. 우리 집엔 TV는 있지만 유선이나 케이블은 연결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상파도 안 나온다. TV는 컴퓨터에 연결해서 영화를 보거나 미드 볼 때 쓰고 있다. 거기엔 광고가 없기 때문이다. TV를 보면 하루 종일 광고를 같이 보게 되니 세뇌가 된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실시간으로 뇌를 자극하고 두드린다. 홈쇼핑만 봐도 알 수 있다. 쇼핑 호스트 멘트와 목소리가 아주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다. TV가 없으면 TV 속 제품을 갖지 못하는 결핍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로워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당장 TV를 없애기 어렵다면 홈쇼핑 채널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나도 처음부터 TV를 없앤 건 아니다. TV가 고장 나는 바람에 한 달을 못 보니까 그것도 금단현상이 생기더라.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게. 고장 난 김에 LED 최신형으로 바꾸려고 그때부터 저축을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니까 없는 대로 또 적응이 되더라. TV 있을 땐 드라마 몇 개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는데 이젠 주말도 길어지고 오히려 책 읽거나 낮잠 자거나 다른 활동을 찾게 된다."

- 기획중인 새 강좌 주제는 어떤것인가?
"'금융' 강의가 될 거 같다. 우리는 매일 금융을 접하는 데 정작 금융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통적인 고리대라든가 신용카드는 누가 발명했는지 등 역사적인 문제부터 채권자 채무자 간 지위에 관한 문제, 악성 채무가 만들어지는 과정, 최근 우리나라 금융 정책 흐름 등 대한 얘기를 다룰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악성채무자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마디로 "당신도 언젠가 채무노예가 될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빚'이 채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꼬집어보고 싶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스쿨 새 온라인 강좌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 예비 수강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우리 사회는 소비를 부추겼다가 소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가 끊임없이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그러다 결국 '내 탓이오' 하게 된다. 근데 그러지 말자는 거다. 돈을 잘 쓰시되 이왕이면 정서적 만족을 높이는 소비를 하자는 거다. 워렌버핏은 세계적인 부자이지만 오래된 2층집에서 아주 소박하게 산다. 운전수도 없는 걸로 유명하다. 욘족(YAWN)이 그런 거다. '부유하지만 노멀하게(Young And Wealthy but Norma)'. 그런 게 멋지지 않나? 돈 자랑하는 게 얼마나 촌스러운가. 돈이 많을수록 더 불행한 경우가 많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가 결국은 인정욕구와 성취욕인데, 이게 돈의 크기랑 직접적 연관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자기 소비수준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가끔 '돈 아끼는 절약 강의'냐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는 무소유나 짠순이, 짠돌이처럼 청승맞게 살라고 하는 게 아니다. 돈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거다.

지금 자신이 돈 때문에 너무 힘들다, 고민이 된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이 강의를 들어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과감히 돈 안 쓰고 살아보기 같은 것도 실험삼아 해보길 권한다. 한번 돈으로부터 벗어나서 경제적 자유를 느껴보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소비 생활을 좀 더 가볍게 하면서 마음도 같이 가벼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제윤경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 (총6강)

1강 당신의 뇌에 구매버튼이 있다?
2강 풍요의 역설, 피곤한 소비자
3강 소비주의 불평등 사회
4강 다운시프트와 소비 만족 극대화
5강 절약의 역설, 저축의 모순
6강 신용카드 없이 살기

가격 : 일반 3만 원/10만인클럽 2만7000원
☞ <제윤경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 바로가기

※ 제윤경 대표는
가계재무전문가. 재정컨설턴트. 2004년 한겨레 이앤씨 재무컨설팅 사업본부장으로 일했고, 2007년 《아버지의 가계부》를 통해 재테크 광풍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현재 경제교육전문 사회적기업 (주)에듀머니 대표이자 (사)희망살림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저소득층부터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을 대상으로 경제교육 및 재무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념적인 소비 운동을 펼치고 있다. 등 다수 방송에 출연했으며 저서로는 <약탈적 금융사회> <착한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등이 있다.

오마이스쿨 온라인강좌 <제윤경 '쓰면서 아끼는 소비심리학'> 맛보기
ⓒ 임수진





태그:#오마이스쿨, #소비습관, #에듀머니, #제윤경,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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