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깨고 학생과 교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의논하고 결정하자고 한다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하다.

학생과 교사는 상하 관계가 아니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교사의 폭력 사건을 보면서, 두 살 때부터 아들을 어린이집 종일반에 보냈던 때가 떠올랐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현이는 사막에도 잘 살 것이다. 현이 같은 아이만 있으면  백 명도 가르칠 수 있겠다'라고 칭찬하곤 했다. 

그런 아들이었지만 친구들이 별로 없는 방학 때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야했던 때는  무척 힘들어 했다. 아이가 "엄마, 오늘은 다섯 시에 오면 안 돼요?"라고 애원하는 때도 집에 사람이 없으니 억지로 아이를 달래서 보내곤 했다.

어느 더운 여름 날이었다. 모처럼 여행을 가신 시어머니 대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억지로 두 시간이나 더 맡긴 것이 미안해서 보습학원 수업을 좀 일찍 끝내고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유치원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유치원의 현관문이 잠겨 있었다. 유리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아들이 불도 켜 놓지 않은 곳에서 보던 그림책을 주섬주섬 치우고 있었다. 그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위층에 살림 집이 있던 선생님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문은 밖으로  잠겨 있는데 아들과 두어 명의 아이들이 방치되어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그순간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울컥 감정이 치솟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시고 전적으로 아이를 살펴주셨다. 아이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 교육에 시달리지 않으며 신 나게 학교생활을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 나는 내 아이를 명문 시범 초등학교라는 OO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OO초등학교는 공립이라 마음대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일주일에 한 번 씩하는 '영재교육원'을 다니는 것이었다.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네 명이 90분씩 하는 수업을 무척 좋아했다. 프로젝트와 토론식 수업을 하는 영재교육 수업은 아이가 무척 좋아해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아들은 영재교육도 학교도 신 나고 재밌게 다녔다. 그것은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 덕분이었다.

편식이 심했던 아들를 존중했던 선생님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김밥을 먹지 않았다. 당연히 야채나 나물 종류를 먹지 않았다. 아들은 초등 1학년 때부터 학교 급식을 했다. 1학년 아이들은 교실에서 급식해, 부모들이 네 명씩 조를 짜서 급식 당번과 교실 청소를 했다. 5월 쯤, 급식 당번이 되어 학교를 가게 됐다. 급식을 끝내고 청소를 마쳤을 때, 선생님이 넌즈시 물었다.

"현이는 나물을 안 먹어요. 현이 편식 습관을 고치도록 할까요."
"아니예요, 선생님. 아이가 억지로 먹으면 토해요. 스스로 먹을 때까지 지켜봐 주세요."

선생님은 아이를 존중했다. 아이의 편식 습관도 지켜봐 주셨다. 밥을 제일 늦게 먹는 편이라 혼자 남았지만 채근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종합장에 그려야하는 그림 복사하기에 꽃 대신 개미집을 정교하게 그려도,  바탕색을 거의 칠하지 않는 것도 지켜봐 주셨다.

만일,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편식이 심하고, 말이 많고. 코끼리를 분홍색으로 칠하기도 하던, 남들과 다른 아이에게 틀에 짜인  교육적 사고방식으로 훈육을 일삼고 꾸중을 일삼았다면 어찌되었을까. 아마도 지기 싫어하고 자존심도 강한 아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했을 것이다. 학교는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배우고 깨닫는 곳이어야 한다.

나는 사교육 대신 아이랑 신 나게 현장 학습을 핑계 삼아 들로, 산으로, 전시관으로 다녔다. 영재교육원의 수업 방식과 현장 체험은 아들에게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다. 프레네 교육이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 접목되어 실천된다면 어떨까?

프레네 교육연수 이야기
▲ 프레네학교 이야기 프레네 교육연수 이야기
ⓒ 별

관련사진보기


'프레네 교육'은 참교육 운동가  쎌레스땡 프레네의 이름을 딴 것이며 1920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신교육' 운동이다. 프레네 교육의 가장 큰 특성은 공교육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적' 교육 형태라는 점이다. 프레네 교육을 실천하는 이들을 위한 자격증을 주는 양성 기관은 없지만, 프레네 교육을 지향하는 교사들이 모여 연수를 진행하고 교재를 만들고 교재를 공유한다.

"학교는 나의 개성을 억누르지 않는 곳 그래서 내 자신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믿을 수 있게 해 주었던 곳이다. 큰일을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청소, 요리, 비서 등 학교의 일상에 참여하는 것이 내가 학교 구성원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자신 안에 있는 꿈을 믿게 해주고, 자신을 표현하게 해주고, '나'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곳. 그곳이 바로 쌩 나제르 자주고교이다." - 소피 두세( Sophie Doucet.졸업생)

프레네 교육은 학생 스스로 결정하고 내용을  채워가니 즐겁고 행복하며 만족도가 높다. 학생들은 '무엇을, 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학교는 전적으로 학생과 교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모든 과정을 의논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프레네학교 이야기>는 도시형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이 주관한 2005년과 2007년 프레네 교육 집중 연수 과정을 풀어 엮은 것이다.

2005년 첫 연수는 프레네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해법을 찾으려 한 적이다.

1부 프레네 교육 집중연수는 학생 스스로 결정하는 학교 형식을 제공하는 교사와 내용을 채우는 학생, 학교가 왜 즐거운 곳인가를 쌩 나제르 자주고교를 통해 살펴본다.

2부 프레네교육 세미나에서는 교육에  학생의 실패란 없으며 프레네 교육학은 모든 배우는 사람을 위한 탁월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프레네 교육의 불변 원칙을 통해 알려준다.

프레네는 학교 개혁의 첫 번째 조건은 아동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아동은 성인과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성임과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위해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실험적  모색이 가능한 곳이어야 하며 협동적 공동체 속에서 개별작업과 소집단 작업을 통해 학생 스스로 성취해 가는 배움과 창조여야 한다. 학교는 새로운 삶은 학교 협동이다. 교사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학업의 관리. 경영까지 함께 한다.

<프레네 학교 이야기 두 번째>는  2007년 한국에서 열린 <제 2회 프레네 교육연수>와 <한불 국제연대 심포지엄> 내용을 엮은 것이다.

첫 번째 연수가 프레네 교육이 지향하는 방법을 실천 현장에 대해 들은 것이라면 두 번째 는 실제로 연수자들이 프레네 교육방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한 경험과 연수 후기 등을 엮었다.

1부 프레네 교육연수에서는 연수 프로그램을 연수에 모인 이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실험하고 경험을 나눈다.

대부분 교사인 연수생들은  전날 일어났던 일, 특별했던 감정, 프레네 교육법을 접목을 통해 깨달은 점 등을 이야기하며 그날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천한다. 연수는 꾸아 드 네프(Quoi de neuf 새로운 소식은 뭔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후 작업을 위해 주제를 정하고 기록할 기자와 시간을 체크할 사람을 정한다.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기획된 작업을 실행한다. 발표하고 모아진 자료는 신문으로 제작한다.

프레네 교육은 다양한 자체 제작 교육 도구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프레네 학교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학생 스스로 주체가 되어 교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학습에서부터 학교생활 전반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기 결정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한 그룹이 돌아가면서 운영팀의 책임을 맡습니다. 15일을 주기로 로테이션을 합니다. 결정된 일을 수행할 때는 교사와 학생들이 동등하게 업무분담을 합니다. 화장실 청소부터 외부송금, 외부인사맞이 대학교나 연구소에 관련자료 발송, 책과 자료를 정리하는 도서관 업무 등을 그 그룹에 속해있는 교사와 학생들이 나누어 합니다.

이 업무에는 물론 청소를 하고 고장 난 것을 수리하는 일도 포함되는데, 능력이 안 될 경우에는 오부에서 전문가를 부르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안건을 올리고 다른 방법을 논의할 수도 있습니다. -책 내용-

프레네 학교는 시간 운영의 자율성, 학습에 대한 학생의 주도권. 공간 운영의 자율 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를 즐겁고 행복하며 매일 나오고 싶은 곳으로 만든다. 학교운영위원회에도 학생들은 교사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한다. 돌아가며 운영팀의 채임을 맡기 때문에 학생 모두 운영에 참여가 가능하다. 대한민국에서는 혁신학교조차 꿈꾸지 못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과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덧붙이는 글 | 프레네교육 이야기/ 성장학교 별 엮음/ 별/ 각 9,000원



프레네학교 이야기 첫번째

, 별(2008)


태그:#프레네 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