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월 9일, '박근혜 극우정권 해산! 지키자! 민주주의' 비상시국농성을 마치며 한편의 손대자보를 남긴다. 시즌2를 준비하려 한다.
▲ 비상시국농성장 1월 9일, '박근혜 극우정권 해산! 지키자! 민주주의' 비상시국농성을 마치며 한편의 손대자보를 남긴다. 시즌2를 준비하려 한다.
ⓒ 조석원

관련사진보기


15일 간의 비상시국농성기간 동안 많은 국민들이 격려의 말을 보내줬습니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잤습니다. 이 겨울에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많은 핫팩과 어깨에 붙여놓은 영광의 파스가 남았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지키기 위한 마음의 표시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네받은 따스한 커피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조용히 두고 간 핫팩에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찾기 위한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15일 동안의 '지키자! 민주주의 비상시국농성'을 마무리하며 농성장에 한 장의 대자보를 남깁니다.

대한민국 최고 '갑'이신 박근혜 대통령께 이 말들은 꼭 전하고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 시즌2를 준비하려 합니다.

아래는 대자보 전문입니다.

'을'도 아닌 '정'이 '슈퍼 갑'에게 드리는 편지

필자가 비상시국 농성정에서 대자보를 적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쓴 대자보.
▲ 대자보를 농성장에서 적고 있는 모습 필자가 비상시국 농성정에서 대자보를 적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쓴 대자보.
ⓒ 조석원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께서 최근 많이 괴로웠을 줄 압니다.
2년 만에 소위 '정윤회 국정농단' 사건으로 '슈퍼 갑'의 자리가 자칫 훼손이 될까 노심초사 걱정이 많았을 겁니다. 아무런 공직도 없는 자들과 본분을 망각한 '을'들이 국정을 뒤흔들어 놓았으니 그 심정이 꽤나 쫄깃쫄깃 하셨겠지요!

그러나 '사필귀정',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선 2년 만에 멀쩡한 원내정당이던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며 '갑질'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셨습니다.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국민의 다양한 의사와 목소리를 존중하고 귀 기울이며 혹여 정부와 뜻이 다르더라도 충분한 소통과 토론으로 민의를 반영하고 하나로 모으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닙니까?

대통령 본인의 갑갑한 정권의 위기상황을 '갑질'로 분풀이하듯 내치는 일이 과연 민주공화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새삼 박 대통령의 '갑질' 내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의 대다수 '을'들이 이야기하는 수많은 의견들을 좀 더 들어 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우리 국민들은 지난 십수년간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그래서 누구도 되묻지 않던 민주주의를 2015년 오늘에서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갑갑'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 저는 '정' 맞을 '정'정도로 밖에 되지 않는 30대 소시민입니다만 2015년 새해를 열자마자부터 올리신 담배 값 2000원 인상에 다 태워가는 담배마냥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이젠 주류에도 세금을 올리신다지요?

우리 '을'인 국민들은 정말 하루하루를 입에 거미줄을 걷고 겨우겨우 허리띠 졸라매며 살아갑니다. 열심히 일하다가 담배 한 모금에 세상 시름을 날리고 또 일을 합니다. 퇴근 후에는 작은 술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 한 잔씩 기울이며 상사 뒷담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사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마저 앗아가는 대통령의 '슈퍼 갑질'에 우리 국민들은 처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열 받고 화가 납니다.

대선 당시 증세 없는 복지니, 무상보육이니, 일방적인 정책집행은 없다는 약속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국민생활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갑갑한 현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건지, 보이고도 무시하는 건지 고개만 갸우뚱 할 뿐입니다.

공장의 굴뚝으로, 도심의 전광판으로 올라간 노동자들이 바닥에 온 몸 내던지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불법파견, 청년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제발 이것만은 없어야한다고, 줄여야한다고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장그래'들에게 대통령의 '갑질'을 집행하는 장관들은 무엇이라 했습니까?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단어인 '중규직'이라는 해괴망측한 말로 사람들을 놀리더니 악덕업주에게 걸린 아르바이트 청년들에게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느니,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며 '규제개혁'이라는 미명아래 또 한 번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을'들은 경비를 서다 던져주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순순히 받아먹어야만하고, 백화점에서 따귀를 맞아도 무릎을 꿇어야하며, 마음에 안 들면 비행기가 후진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사회의 온갖 갑질 중에 대통령의 '갑질'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오늘로 270일을 넘기고 있는데도 진상조사위원을 자신을 지지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불법적인 리트윗을 날리던 자들을 버젓이 앉혀두고 진실을 규명하자는 '갑의 횡포'를 보니 숨이 턱턱 막혀옵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하면 모두 종북이 됩니다. 각종 언론들이 조작한 일방적인 주장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과 아집에 사용하는 것을 우리는 '독재'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의 입을 막고, 귀를 막으라하니 한 때 '갑'의 끝판왕이었던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다시 부활했다는 소문이 수많은 '을'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이마에 인두를 찍는 천형처럼 통일과 평화를 외치면 '종북 빨갱이'가 되고 양심의 십자가를 밟게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보장된 양심의 자유가 짓밟히는데도 오직 '갑질'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갑갑합니다!

숨을 쉬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민주주의도, 우리의 먹고 사는 것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도 갑갑하게 하고 숨통을 조여들게 하는 것은 유아독존식 존엄한 대통령의 '갑질' 때문입니다.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사실 이 땅의 진짜 갑은 내 옆의 '을'들입니다. 바로 우리 국민들입니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뻔한 진리조차 파괴하는 대통령의 갑질을 이제 정말 중단하십시오! 갑질도 질병입니다! 약한 이들을 밟고 올라서서 승리에 도취한 채 사익으로 배를 채우는 정신병 말입니다.

더 이상 국민을 갑갑하게 하지 마십시오! 우리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갑질에 녹녹히 당할 사람들은 더구나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갑질을 자유롭게 하는 갑질 공화국으로 만드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감히 상상해봅니다. '을'이 '갑'으로 대접받는 세상, 약자가 자유로운 세상, 사람이 사람 위에 서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봅니다. 상상하는 것도 막아서는 더러운 이 '갑질' 앞에 더 이상 우두커니 서서 당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만든 '갑갑'한 세상을 바꿀 힘과 희망이 2015년에는 꽃피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당신의 '갑질'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2015년 1월 9일
광화문 광장 비상시국 농성장에서
'을'들의 외침


태그:#갑질, #박근혜, #대통령, #독재, #장그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땅의 평화와 민권에 관심 많은 청년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