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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을 만들어두고, 다음해부터 무경운 무비료 농사를 시작했다
 이랑을 만들어두고, 다음해부터 무경운 무비료 농사를 시작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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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와 비료를 안 줬다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어떻게 농사가 될 수 있죠."
"풀이 많으면 작물이 쓸 양분을 뺏어갈 텐데, 농사가 안 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퇴비와 비료를 쓰지 않았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잘 믿지 않는다. 자연농업이라고 하는 농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 알고 있던 농사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을 믿지 않는것이 당연했다.

5년 전부터 자연농업에 관한 책들 읽고, 경험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서너 곳의 작은 텃밭에서 시작을 했다. 먼저 맞닥뜨린 것은 풀이었다. '뽑을 것인가 방치할 것인가' 처음 시작은 작물주변의 풀은 뽑아서 그 자리에 덮어주고, 고랑의 풀은 작물보다 더 크게 자라는 때에 베어서 그 자리에 덮었다. 같은 농사방법으로 여러 곳의 텃밭에서 실험적으로 시작을 했는데 결과는 모두 달랐다.

처음에는 작물주변의 풀은 뽑아서 덮어주고 고랑의 풀은 키웠다.
 처음에는 작물주변의 풀은 뽑아서 덮어주고 고랑의 풀은 키웠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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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을 때까지는 풀을 키워도 된다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을 때까지는 풀을 키워도 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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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이 자라기도 하고 곤충들이 달려들어 남김없이 싹쓸이 한 밭도 있었지만, 비교적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남긴 밭도 있었다. 뭔가 알듯 말듯한 첫 해의 자연농업 따라하기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에서 만족했다.

퇴비를 넣는 유기농사도 병행했는데 당연한 결과지만, 많이 넣을수록 작물의 성장이 빠르고 수확량도 많았다. 그러다가 점차 퇴비를 줄이거나 투입하지 않았을 때도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기도 했다.

다음해, 무(無)투입의 자연농사를 하는 밭에서는 여전히 생육과정과 결과가 제각각이었다.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준 밭에 처음 갔을 때는 잡초가 밭 전체를 덮고 있었다.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밭에 발을 내딛자 아래로 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자연농업으로 유명한 일본의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의 <기적의 사과>에 나오는 밭이 떠올랐다.

살아있는 흙은 자연이 만든다

3년차에 들어설 때, 살아있는 흙을 만드는 것은 자연현상에 그대로 맡겨두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풀을 키우되 작물의 성장과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주는 일이 중요했다. 풀의 성장속도는 작물보다 훨씬 빠르다. 작물보다 풀이 더 크게 자라지 않도록 제 때 베어주고 그 자리에 덮어주면, 다시 풀이 올라오는 시간 동안 작물은 성장하고 그늘을 만들면서 풀의 기(氣)를 꺾었다.

흙속의 토양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흙이 햇볕의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풀을 적절하게 키우고 관리하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흙을 뒤집는 경운을 하지 않았다. 작물에서 사용하지 않는 잎과 줄기의 부산물과 먹을수 없게 된 작물열매도 밭에 남겨두고 흙으로 되돌렸다. 만들어둔 퇴비는 흙 위에 흩어 뿌려주고 풀로 덮었다.

키가 큰 작물은 풀을 쉽게 이겨낸다. 키가 큰 작물에서 부터 시작하여 풀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좋다
 키가 큰 작물은 풀을 쉽게 이겨낸다. 키가 큰 작물에서 부터 시작하여 풀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좋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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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가 작은 작물주변의 풀은 뽑아서 그 자리에 덮어주면 풀 성장을 막고 작물이 크면서 풀을 이긴다(고구마밭 풀작업)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가 작은 작물주변의 풀은 뽑아서 그 자리에 덮어주면 풀 성장을 막고 작물이 크면서 풀을 이긴다(고구마밭 풀작업)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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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많으면 작물이 취할 양분을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괜한 걱정이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서 필요로 하는 양분을 만들어 낸다. 살아있는 흙에서는 미생물의 증식과 활동으로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의 영양분을 만든다. 또한 뿌리에서 공생하는 미생물은 식물뿌리의 성장을 돕고 뿌리로 침투하는 병원균을 막아주는 골키퍼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물주변에 풀이 많다는 것은 병원균의 침투를 막아주는 골키퍼가 많은것과 같다.

풀은 흙 속으로 뿌리를 깊이 뻗어가면서 흙을 잘게 부수고, 물과 공기의 순환을 돕는 터널을 만든다. 성장이 끝난 작물의 뿌리는 뽑지않고 남겨두면 흙과 작물의 양분으로 되돌려진다. 이렇게 자연의 순환을 통해서 인위적인 투입이 없더라도 농사가 된다는 확신을 하였다.

풀과 함께 작물이 공존하게 되면 다양한 곤충들이 모여드는 것도 자연적인 현상이다.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 발생하면, 익충도 생겨나는 곤충의 천적생태계가 만들어진다. 풀이 없고 작물만 있다면 다양한 곤충과 미생물의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과 병원균을 중심으로 모여들게 된다. 풀은 흙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안전한 피신처이며, 지구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풀이 자라지 않는 흙은 죽은 것이다.

풀과 작물 뿌리는 뽑지 않고 두면, 흙을 깊이 갈아주고 물과 공기를 순환시키는 통로를 만든다
 풀과 작물 뿌리는 뽑지 않고 두면, 흙을 깊이 갈아주고 물과 공기를 순환시키는 통로를 만든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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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두껍게 덮여있으면 다음해 봄까지 햇볕에 흙이 노출되지 않는다.
 풀이 두껍게 덮여있으면 다음해 봄까지 햇볕에 흙이 노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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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살아야 자연농업 가능하다

경북 영양의 어느 농부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무위자연(無爲自然) 농업의 실천으로 17년만에 제대로 된 고추를 수확했다고 한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자연농업을 실천하는 농부들을 통해서 원래의 농업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마음만 급해서 무작정 무(無)투입을 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들도 있다. 일부는 한두 번의 경험으로 불가능한 농사라고 불신을 하기도 한다.

먼저 흙 살리는 것을 실천한 다음에 자연농업으로 가야한다. 무투입을 할 수 있는 흙의 상태가 아니라면 퇴비와 같은 유기물을 넣어주는 유기농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풀을 적절하게 키우고 관리를 하면서 흙이 살아나는 것을 금세 실감할 수 있다. 조금씩 퇴비의 사용량도 줄여보고, 흙을 뒤집지 않는 무경운을 실행하면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작물을 심지 않을 때는 풀을 최대한 키운 후에 베고 그 자리에 덮어준다
 작물을 심지 않을 때는 풀을 최대한 키운 후에 베고 그 자리에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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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베고 난 자리에 무경운 무비료로 배추를 키웠다. 병충해 없이 잘 자랐다.
 풀을 베고 난 자리에 무경운 무비료로 배추를 키웠다. 병충해 없이 잘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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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처음부터 무경운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흙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열어두고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키 큰 작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자연농업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의 고투입 농사방법을 당장에 벗어나는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속가능한 농업과 생태계를 위해서는 저비용, 무투입으로 가야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에 순응하고 따르는 농업으로 돌아가야 할 급박한 이유는 너무도 많다.


태그:#자연농업, #무경운, #생태계, #퇴비,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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