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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 공무원들이 언론사를 방문했다. 고위 공무원인 자치단체장이나 부단체장들이 당선이나 부임 인사 차 언론사를 방문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하위직 공무원들의 방문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부아가 단단히 나 있었다. 화를 돋운 이유는 이 언론사가 문화공연 티켓 8~10매를 자치단체 부서별로 내 맡겼기 때문이다. 해당 부서에서는 공연 티켓을 가져오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기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매를 한 것이다.

10일 오전 전국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 임원들이 충북도내 한 언론사를 방문해 문화공연 티켓 판매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10일 오전 전국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 임원들이 충북도내 한 언론사를 방문해 문화공연 티켓 판매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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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기관에 고발, 절독운동 전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청주시지부(아래 청주시지부) 임원 5명은 충북에 본사를 둔 OO일보를 10일 오전 항의 방문했다. 이 신문사에선 경영진 2명이 이들을 맞았다. 양측은 40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청주시지부는 이날 미리 준비해간 '언론사 공연티켓 강매에 대한 항의서'를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이 항의서에는 언론은 대중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기관으로 권력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우리사회 부정부패 원인이 된다고 적시했다.

청주시지부는 또한 언론사에서 출판하는 책자와 공연티켓을 공공기관 출입기자들이 강매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직사회에 부정부패가 없고 언론사 기자들이 정론직필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공연티켓 전부 회수 ▲향후 책자, 공연티켓 판매 금지 등을 요구했다.

청주시지부는 이날 신문사 측에 재발될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을 비롯해 기자 출입 제한, 광고 금지, 신문절독, 기자협회에 징계요구 등의 투쟁의지를 전달했다. 또 언론기관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는커녕 기관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언론사 측은 청주시지부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요구사항을 최고 경영진에게 보고해 이행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고 청주시지부는 전했다.

충북도내 일간지가 자사 신문을 이용해 문화공연을 광고하고 있다.
 충북도내 일간지가 자사 신문을 이용해 문화공연을 광고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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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기레기로 만드는 일 없어야

지헌성 청주시지부장은 11일 전화통화에서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문화공연 티켓에 대해 공무원들은 '앵벌이 티켓'이라 부를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검찰 고발에 앞서 경고 차원에서 언론사를 찾아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 지부장은 이어 "청주시는 140개 부서가 있는데 한 언론사에서 부서마다 8만8000원짜리 공연티켓 10장을 팔게 하면 88만원이고 전체를 더하면 1억2000만원이 넘는다"며 "올해 도내 10개 언론사에서 문화공연을 치렀거나 준비하고 있으니 엄청난 금액 아니냐"고 따졌다.

지 지부장은 "공무원들은 기자로부터 청탁을 받으면 쉽게 거부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소화하려고 한다"며 "결국 업무를 추진하면서 알게 된 업자나 직무와 관련된 업주에게 책자나 티켓을 떠맡기면서 부정부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시대정신을 만들어 나가는 주요한 힘이고 역사의 증인"이라며 "이 언론을 떠받치는 것이 기자들인데 공공기관에 책이나 공연티켓을 팔면서 정론직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자들을 앵벌이로 전락시켜 기레기(기자+쓰레기)로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는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도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강령 열 번째가 '광고·판매활동의 제한'으로 '우리는 소속회사의 판매 및 광고문제와 관련, 기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덧붙이는 글 | 공무원U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티켓강매, #언론사, #전국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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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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